글쓰기
최근 워드에 작성된 남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진지한 글이었다. 적지 않은 수의 글을 읽었는데, 읽으면서 좀 놀랐다. 빨간 줄이 너무 많아서였다. 틀린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표시되는 그 빨간 줄.
이 정도로 무신경할 수 있나. 빨간 줄의 범람은 뭐랄까. 신세계였다.
살다보면 진지한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이때 평소 sns 등에 글을 쓸 때와는 다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유의해야 한다. 내용만 좋으면 됐지, 내용만 통하면 됐지, 그게 뭔 상관이냐고 누군가 반문할지 모른다. 정말 그럴까.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지나치게 많이’ 틀린 글은, 글에 대한 신뢰는 물론 글쓴이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뜨린다. 글쓴이의 진지한 주장, 생각, 감정 등이 가벼워지거나 우스워지는 거다.
잠깐 상상해보자. 어느 지식인 혹은 어느 예술가가 진지하게 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글.
그런 글을 읽을 때 우리는 그 글과 사람에 대해 어떤 마음이 들까.
현실적인 예를 들어볼까.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자소서. 또는 연애편지.
어떨까.
만약 읽는 사람이 글쓴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 둘 다 모르고 넘어갈 테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본의 아니게 지적이지 못한 사람, 어느 초등학교 나왔는지 궁금해지는 사람이 된다. 참 억울한 일이다.
물론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잘 지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벌써 10년 넘게 글을 써왔고, 책 몇 권을 쓴 나도 완벽은커녕, 사실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어쩌면 이 글에도 틀린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존재할지 모른다. 아니, 아마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진지한 글을 써야 할 때면 더 신경을 쓴다. 워드 창에 표시되는 빨간 줄을 허투루 보지 않고, 자주 사전을 뒤진다. 또 내 글에 관대해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모두가 나처럼 글을 쓸 필요도 이유도 없다. 다만, 워드의 빨간 줄 정도는 유심히 보고, 그냥 넘기지 않았으면 싶다. 분명 득이 되니까.
그날 답답했던 마음이 떠올라 오늘 이렇게 써 본다.
글 & 사진 김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