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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Jun 26. 2019

넌 옷장 타고 어디까지 가봤니?

브런치 무비 패스#10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스포일러와 영화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의 후원을 받아 관람한 후기입니다.




이케아 매장에 가는 건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근데 여기 이케아를 가는 게 평생 소원인 한 청년이 있다.

힘들게 여차저차 소원을 이뤘다 싶었더니, 글쎄 우연찮게 5개국 해외여행까지 한다.

심지어 옷장을 타고 열기구도 타고 아주 요란하게 다닌다. 위험하게 때론 스릴 있게 5개국을 제 집 다니듯이 종횡무진한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집에 가는 여권과 비행기 티켓이 없다.

과연 이 청년, 집에는 갈 수 있을까?



원작도 재밌어 보이네?


괜찮은 영화 뒤엔 꼭 훌륭한 원작이 있다고 그랬던가.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에도 역시나 전 세계 36개국 출판에 빛나는 베스트셀러 원작이 존재한다.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대만, 한국, 캐나다, 알바니아, 호주,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팔리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이케아 옷장에 갇힌 인도 고행자의 신기한 여행은 인기에 걸맞게 여행과 환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책뿐만 아니라 옷장을 열어보고 싶게 만든다.


많은 우여곡절과 재미난 모험, 감동, 우정 그리고 사랑까지 모두 들어있는 이 원작과 영화는 보고 나면 그 누구라도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을 것이다. 단순히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닌,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찾아 떠나고 싶게 만드는 한 편의 유쾌한 로드 트립.

영화가 다소 말도 안 되게 흘러갈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이미 우리의 삶은 말도 안 되게 흘러가고 있는데.

 


옷장으로 여행을 간다고? 말도 안 되는 설정?


영화 제목부터 범상치 않기는 하다. 비행기도 아니고 배도 아니고,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여행이라니. 궁금증을 자아내기 부족할 틈이 없다.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제목처럼 주인공 파텔(다누쉬)은 이케아 옷장을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어머니의 유골함을 들고 온 낭만의 도시 파리.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원하던 이케아에 도착한다. 어렸을 적부터 이케아 잡지를 보며 가구들의 컬렉션을 모조리 외워버린 그에게 이케아는 살아 숨 쉬는 잡지 그 이상이다. 그렇게 온갖 컬렉션들을 다 구경하던 도중, 여행에 빠져선 안 되는 사랑이 찾아온다.



지구의 독특한 자기장으로 파리에서의 사랑은 열 배 더 강력하다더니 파텔은 미국 여자 마리(에린 모리아티)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다음 약속을 잡고 헤어지지만 돈이 없는 파텔은 이케아 옷장에서 몰래 잠이 든다. 죄라면야 몰래 옷장 속에서 잠든 것뿐인데 어느샌가 눈떠보니 그는 파리가 아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어느새 그는 옷장 여행의 첫 번째 경유지인 런던에 도착한다.


이렇게 파텔은 옷장을 시작으로 밀입국자가 탄 트럭, 신혼부부의 열기구 등을 통해 총 5개국 파리와 런던, 바르셀로나, 로바, 트리폴리를 여행한다.

다소 허무맹랑하고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이 영화는 그걸 덮어버리는 힘이 있다. 보다 보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믿게 만드는 묘한 마력.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우리 일상에서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을 너무 특별하고 재미있게 잘 풀어놨다.



진짜 여행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다가오는 깨달음의 향연이다.


누가 그랬던가. 계획은 변경되라고 있는 거라고.

가장 완벽한 여행은 자신이 짜 놓은 계획대로 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계획으로 그때그때 만나는 모든 것들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본인은 계획이 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내가 짜 놓은 계획 안에서 모든 것들이 제대로 흘러가고 이루어질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여행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계획은 변경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 속에서 주인공 파텔 역시 그가 마주했던 수많은 역경과 고난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이것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그는 그 상황 속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인연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삶의 깨달음을 받아들인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보다 가장 익숙해져 버린 이 공간과 시간 안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여행'을 통해서 이루게 된다. 그래서 더욱 여행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가장 익숙한 곳을 떠나 일부러 가장 낯선 곳으로의 여행. 그것은 과거의 삶을 잊어버리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앞으로의 새로운 삶을 이뤄가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누구도 여행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로써 우리가 얻게되는 모든 인연과 경험은 우리의 자산이 되고 깨달음이 된다. 심지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것을 쫓아야 하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파텔 역시 그렇다.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여행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오직 부자가 꿈이었던 파텔은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을 통해 꿈이 바뀐다. 학교 선생님이 되어 자신의 어렸을 때처럼 방황하는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선생님이 된다. 희망을 버린 채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늘 희망과 꿈을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삶을 계속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게 도와준다. 그리고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파텔을 만난다.


그렇게 파텔 또한 변수 가득한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며 삶을 지속해나가는 힘을 얻는다.

원래 깨달음이 그렇다. 늦지만 강렬하게.



단순한 여행 영화? 흥미로운 인생 영화!


앞서 말한 것처럼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제목 그대로 여행 영화이다. 각국을 돌아다니며 벌어지는 사건들과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각국의 아름다운 관광명소와 볼거리들로 꽉 차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순한 여행 영화는 아니다.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가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음까지 주는 완벽한 재료가 다 들어있는 인생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도와 프랑스의 적절한 문화와 리듬을 고루 잘 섞은 이 영화는 중간중간에 나오는 춤과 노래만으로도 흥미롭다.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도 있을법한 전개를 지루하지 않게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케아 옷장에서 끌리고 여행에서 끌렸다면 망설일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영화 제목처럼 정말 특별난 여행이다. 감히 현실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허무맹랑한 일들도 위험천만한 사건들도 파텔은 보란 듯이 잘 겪어낸다.

마치 그걸 보고 있는 나에게 너무 현실에 안주하며 사는 건 아니냐고 나무라듯이 말이다.


재미없던 하루와 지친 일상에 여행은 가고 싶지만 도저히 갈 수 없는 당신. 어서 영화관으로 가서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적어도 눈과 귀는 즐거울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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