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 그 후!
이대로 나를 방치할 수는 없었다.
결코 나아지지 않는 상황은 그렇다 치고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것이 나에겐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심리상담가와 마주했다...
(찾아간 곳이 정신의학과와 같은 전문병원은 아니어서 심리상담가라 칭하겠습니다)
뭐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
나란 사람을 어떻게 소개할까...
결코 나는 나에게 닥치는 시련과 역경을 헤쳐나가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못 받아들일 만큼 나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7년도에 연타로 두드려 맞은 여러 가지 충격에 의해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멍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었고 삶의 의욕은 이미 바닥을 쳤으며 해야 할 일들도 자꾸 회피하게 되었다.
하아... 어떤 거냐면 무기력증이나 게으름과는 다르게 평소 해 오던 일도 겁을 내고 편하게 만나던 사람들도 마주 할 용기가 없는 그런 것.
일을 보기만 해도 두렵고 심장이 요동치고 불안함이 엄습하는 정말 나조차도 미치고 환장할 그런 이상한 감정의 상태.
무엇보다 심각성을 느낀 것은 상대방의 말에 집중을 못하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가 않았다. 즉! 상대방을 황당하게 만드는 나의 동문서답!
그럴 때마다 잠시 상대방에게도 전염되는 멍~
심리상담가에게 나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말로 멘탈이 나갔다.로 소개를 시작했다. 잔잔바리로 닥치는 스트레스는 일상이고 이 정도 시련의 강도는 간헐적으로 있어왔으나, 이번엔 버텨내기가 힘들다고.
제가 이렇게 된 사건의 발단은 작년 초였어요. 연타로 인간관계와 직장문제에서 상실감을 크게 느꼈지요. 그땐 제가 이토록 삶 깊숙이 그 영향을 받을 줄은 몰랐어요. 살아오는 동안 내성이 생겨서 이 정도는 그냥 지나갈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아니었어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몸이 꽁꽁 묶여 있는 느낌이에요...
저 어떡해요?
으레 심리상담가는 티비에서 보아오던 것처럼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결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듯 편안하고 어떤 것도 다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듯한 차분한 표정이었다.
상대방의 말을 심각하게도~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도 않은... 표정에서부터 순간 음! 이런 게 내공이구나 싶은 온화하지만 예리함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렇게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 지났을 무렵!
나는 인지하고 있었던 나의 상태를
심리상담가의 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이 너덜너덜하고 갈기갈기 찢어졌으나 다행히 이성은 가지고 있는 상태!!!!!
하아... 이제부터 그럼 난 어떻게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꿰매야 할까!
고민도 잠시 역할극이라는 것이 주어졌다.
내 안의 나들을 따로따로 불러내어 속마음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그것이 될까?
의식이 분명 깨어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온전히 다른 나들을 각기 불러온단 말인가...
지금 생각해도 주체자의 나와 감정적인 나!
두 자아를 끄집어냈을 때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고 어떤 표정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도중에 목소리의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왜 다른 자아가 갑자기 나오냐고 하신 걸로 봐선 뭔가 변하긴 했나보다 싶기도 하다.
그렇게 한동안 느슨하게! 여유롭게! 때로는 폭풍이 몰아치듯 세게! 질문과 답이 이어지는 동안 심리상담가는 내가 한참 얘기를 겉돈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 그러는 게 당연하다고도 덧붙이며.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잡히지 않고 빙글빙글 돌기만 하던 그 혼란의 원인을 단숨에 알아챈 사람은 그 머릿 속을 관통하는 내가 아니라 심리상담가였다.
"○○잖아요!"
헐...
그동안 혼란에 빠져서 잊고 있었다 뿐이지 내가 외면했던 그 감정!!!
나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겼다고 직감했던 몇 개월 전 가장 먼저 느꼈던 느낌을 나는 돌고 돌아
마주한 것이다.
이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친한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오늘 여기 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
여기 온 것만으로도 현실이 받아들여지거든.
그러니 이겨내야겠다는 의지도 생겨.
그 의지를 잃지 않으면 곧 나아지는 방법도 찾겠지!
그리고 벌써 며칠이 지났다.
나는 소망한다.
한 번에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도! 내 심리상태가 단번에 좋아지지 않을 거란 것도
나의 주인은 나이기에 적나라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가되었건 내가 바라는 일들이 현실이 된다면
아팠던 시간들이 단단한 기반이 되어
최고로 해낼 수 있는 깜냥을 가진 내가 되어 있기를 가슴 저리도록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