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은
눈꼬리는 땅바닥이 잡아끌어내리듯 처지고
정신머리는 비에 튕겨져 나간 건지 멍하기만 하다.
나이를 잊고 살자고 맘먹기는커녕 세월과 함께 마모되어 가는 기억력 때문에
더듬어 생각해봐야 떠오르는 나이.
그다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얼마 전 TV 속에서 나이 듦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종로의 어느 후미진 골목에서 기름떡볶이를 파는 한 할머니에게 제작진이
연세를 묻자 아흔이 넘었다고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패어진 주름이 더 짙어지도록 환하게 웃으시며
"이 나이는 안 팔아. 얼마나 고생하면서 먹은 나이인데..."
라고 하시는 거다.
그 나이 듦이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사는 게 버텨내기가 그리 쉬운 게 아니니까.
분명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세월과 두루두루 좋게 조율해가는 노하우가 생기는 것일 거다.
비록 비실대는 몸은
싫다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