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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과 절제 사이 Nov 27. 2016

그럼에도 노력하는 이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동안 늘 확신했던 예측은 빗나갔고 확고했던 생각은 무너져갔다.


어릴 때, 나는 꽤나 무언가를 느낌적인 느낌으로 잘 맞추던 아이였다.

때로는 수학 문제의 주관식 답까지 계산을 하지 않고서 단지 느낌만으로 맞혔고,

친구들 앞에서 다음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서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거 봐~ 내 말이 맞지"라고 으스대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촉'이 좋다고 스스로를 믿으며 장담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적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사회로부터,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느끼며 사는 동안 가장 후회하고 부끄러웠던  나의 그 오만함이었다.


나에게 산다는 것은,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절대 그렇게 안 살 거야."라고 장담했던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었고,

이해 못하던  행동들을 내가 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호언장담하던

내 인생과는 전혀 반대로 살아가고 있었고, 있다.


그러나 내가 틀렸음이 다행인 것 중, 지금은 세상은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이유가,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


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다."라는 말을 더 믿고 신뢰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노력은 언젠가는 나쁨에서 좋음으로 결과를 뒤바꾸어 놓으며 꼭 결실을 맺는다는 것이다. 비록 그 노력한 시간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열정을 퍼부었던 순간이 언젠가는 다른 모습으로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분명, 그것은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과거 언젠가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책에서도 마주했다.



다람쥐와 도토리


다람쥐는 겨울이 오기 전에 도토리를 주워다 자주 다니는 길가와 흙 속에 묻어두고 겨우내 하나씩 찾아 먹습니다.

그런데 묻어둔 곳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청설모란 녀석은 숨겨 놓은 곳을 몰라 굶어 죽기도 한답니다. 맙소사!


중략


멀리 생각하면 다람쥐가 숨겨 놓은 도토리를 찾지 못하는 것도 인생의 순환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 다람쥐는 언제나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은 양의 도토리를 숨겨 놓는다고 합니다.

이 세상에 헛된 노력이란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애쓰고 공들여 온 일들은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에 의심을 품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애썼습니다. 정말 잘했습니다. 이제 다 잘 될 겁니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잘 풀리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윤석미 지음 | 달팽이 편지 (P 46) 중에서.




오늘 하루의 노력은 언제, 어느 순간 어떤 모습으로 마주할지 궁금하기에 뭐하나 잘 되는 일 없지만 나는 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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