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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과 절제 사이 Dec 12. 2016

있어야 할 곳에

시골의 한 작은 학교, 고 3 때 우리 반 급훈은

'있어야 할 곳에'였다.

이것은 단지 담임선생님의 일방적인 결정이었지만 우리 반 학생들은 그 누구도 급훈을 두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선생님께서는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너희가 있어야 할 곳은 교실이다.'라는 말을 늘 인지하라는 것이었을 테고 우리는 그 뜻을 이해했으니까.


그리고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당시의 급훈을 잊지 못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말을 지키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할 대가를 느꼈고 보았고 겪었기 때문이다.


남녀합반이었던, 그 시절! 같은 반 8명의 남학생이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가 담을 뛰어넘어, 학교 옆의 어느 집 마당으로 들어가서 닭을 잡아먹은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닭 주인이 학교로 신고를 하며 발각이 된 것인데 결국 8명은 교실에 있던 커다란 주전자에다가, 닭을 푹 고아 삶아 먹었다고 실토를 했다.

(그때 나는 이들을 원망했었다. 나도 데려가지~ 하면서)


당시, 담임 선생님은 이들을 두고 급훈을 언급하며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그 시간에 담을 뛰어넘고 닭을 잡아먹었냐며 혼을 내시고는 출석부에 8명의 이름 옆으로 '닭'이라고

주홍글씨처럼 남겨놓았었다.

(이때가 돼서야 나는 안 따라가길 잘했다~ 하면서 원망을 거두었다)


그리고 나는 사회생활을 해오는 동안,

대부분의 일들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잘못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그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을 때.

그것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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