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쓴 글을 들추어내다
몇 년 전에 쓴 글을 들추어냈는데
이때 난 어떤 감정이었는지 누구를 향해 하소연을 하는 것인지
지나고 나니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알겠다. 많이 힘들었구나...
오랜만입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당신의 편안한 목소리와 여전히 쉼표 대신 푸훗- 하고 다음 말을 잇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입버릇도 정말 오랜만입니다(_당신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는 아마도 지구가 균형감을 잃은 삐딱함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한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데
오랫동안 괴롭히던 뒤틀린 창자의 물집이 터져 주었습니다
그리고 짓누르던 그 형체가 보였습니다
사는 것이 자꾸 탁해져만 갑니다
자꾸 피부 구석구석에서 날이 섭니다
머릿속에는 화가
가슴 안에서는 미움이
길을 가다가도 한 발짝을 떼는 것이 무거워
주저앉고만 싶습니다
그대로 길바닥에 쓰러져버리고만 싶어 집니다
피해의식일까요 과대망상일까요
아니라면 남들에게는 피해의식이고 과대망상일 뿐인 일들이
현실이 맞는 것일까요
어느 노랫말 가사처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죄인으로 만드는 것 같고
어느 책에서처럼
그 누군가에게 존재만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더 허탈할 뿐입니다
차마 하지 못한 말
미처 듣지 못한 말
누군가를 원망하고 원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더 허무한 것은 잊혀버린 존재와 또는 잊힌 대상이 되고
사람이 사는 것이 시간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낭떠러지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은 이런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더 미워하고
또 얼마나 살아가는 죄를 지어야
마음의 끝점에 다다를까요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은 꾹꾹 짓눌러야 했던 날들에
당신의 목소리가 바람이 되어 곁에서 날려가기를
그리고 다시는 이런 시간들이 뒤돌아보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