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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SH Oct 04. 2016

비밀과 의리

저수지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_ 쿠엔틴 타란티노_1996


                                                                                                                                                    2016. 03. 22


주의) 영화의 내용, 결말 대한 언급으로 스포 있음.!!!!!!



비밀과 의리


이 영화에는 경찰의 ‘비밀’갱들의 ‘의리’를 보여주었다.

비밀 경찰이라는 신분으로 갱들의 조직에 잠복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그리고 잡힌 경찰은 누가 첩자인지 알면서도 '비밀'을 지켜준다. 그리고 바로 오지 않은 조를 기다리며 '의리'를 지키는 그들은 단순히 소수의 그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비밀을 지켜야 하는 경우도 의리를 지켜야 하는 경우도 있다. 비밀과 의리를 지키다. 지키는 것이 비밀이던 의리이던 ‘반드시’는 없지만 이 영화 안에서는 ‘반드시’ 가 존재했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는 어떠한가? 비밀과 의리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인가, 우리가 만들어낸 것인가? 처음부터 존재했건 아니건 비밀과 의리는 꼭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살면서 비밀과 의리를 지키는 경우는 언제일까?


먼저 의리부터 보자면, 친구 간의 의리, 부부간의 의리 동료와의 의리 등을 우린 여러 이유와 명분으로 의리를 존재시킨다고 생각한다. 의리는 처음부터 존재했다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상황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수도 있다.

첫 번째 예로, 친구나 동료와의 의리는 상황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물론 같은 곳을 향하고 바라보는 목적이 있거나, 위험 등의 극한 상황에서 친구나 동료를 구출하고 구하는 등은 의리가 당연시 여기겠지만 친한 사이가 소원해지거나 여러 상황상 멀어졌다면 이 상황에도 의리가 없다고 여겨질까? 또 다른 예로 부부간의 의리를 살펴보자. 조선시대와 다르게 현재 우리나라의 부부는 한 명의 배우자만을 법적으로 맞이할 수 있고, 그 배우자 이외의 사람을 만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것은 단지 법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사랑은 기본 베이스지만, 그 사랑이 식었다고 하는 사람들, 의리로, 정으로 만나고 산다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부부간의 의리를 단지 법이라는 틀 안에서 제도화를 시킨 것일 뿐, 법이 적용되지 않는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이건 당연한 것이 되었고 의리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듯 의리는 우리가 처한 상황에, 환경에,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의리가 적용되기도 안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갱들이 처한 상황에서, (누가 스파이인지 의심하는 과정 중)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의리가 적용되었다. Mr. White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비밀경찰 (Mr. Orange)에 대한 마음에 몇 년을 함께한 조에게 총을 쏘았고, 유일하게 총을 맞지 않은 Mr. Pink는 총에 맞고 쓰러진 동료와 죽은 동료들을 뒤로한 채 떠나는 모습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의리가 적용되었다.


비밀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만드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준으로 비밀이 되고 안 되는지도 우리가 결정하고 그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행위도 우리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한 비밀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의리를 지키기 않았다고 적용되는 경우일 수 있으니까. 예로 가까운 친구가 시한부 인생을 판정받았다고 치자.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친구는 한 명에게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이를 다른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해달라고 하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상황에서 비밀을 꼭 지키는 것은 시한부를 판정받은 친구와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친구와의 의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이 느끼는 서운함은 의리에 적용되는 것인지, 비밀로 지켜준 친구가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당위성을 인정해 의리로 봐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즉 비밀 자체의 존재 여부는 우리의 결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도 Mr.Orange는 신분이 비밀경찰이지만 결국 자기를 믿으려고 한 Mr. White에게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Mr. Orange는 갱에 신분을 속이고 들어감으로써 비밀이 형성되었고, 그 비밀을 이제는 털어놓아도 되겠다는 시점에 자신의 신분을 말한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시점과 밝히는 시점, 그리고 그 이유도 Mr. Orange가 결정했다.


영화에서 ‘비밀’과 ‘의리’는 반드시 지켜야 할 숙제로 여겨졌지만 실제 우리 삶에서는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각각의 명분과 상황 속에서 비밀과 의지를 지키는 기준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밀과 의리를 지킨다는 것은 긍정적 이미지이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끝으로 각자의 비밀과 의리를 지킬 때, 그 상황과 그 기준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잘린 귀는 스파이보다 더 반전이었음…….(쏘우 보다 더 잔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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