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없이 만들어지는 코스메틱 제품들
내년 2월부터 동물실험을 거쳐 만들어진 화장품을 유통, 판매할 수 없게 됐습니다. 법을 어길 경우에는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비록 과태료는 높지 않지만,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동물실험을 금지한다는 점에서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여전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그동안 화장품을 쓰며
'이건 어떤 동물이 죽어가며 만들어진 제품일까' 생각한적이 있다면,
그래서 잠시나마 불편했던 적이 있다면,
그리고 이번 소식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면,
아래 회사들은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for Animals,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사람들)에서 Cruelty-free 회사로 인증한 곳입니다. PETA가 발표한 'Companies That Do Not Test On Animals(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회사들)'보고서에 A4용지 40여장을 빼곡히 메울만큼 많은 브랜드들이 있지만, 그 중 한국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들만 선정했습니다.
COMPANIES THAT DON'T TEST ON ANIMALS - PETA(2016) 보고서 읽기
러쉬는 환경, 동물, 나아가 이 사회에 대한 기업윤리가 명확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제품에 쓰이는 원료 모두 자연에서 얻어질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캠페인도 꾸준히 벌이고, 비영리단체와 협업을 통해 특별 상품을 만들고 해당 상품의 판매금 전액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러쉬의 캠페인은 동물이나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고 저소득계층, 성소수자, 탈북 청소년 등 사회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 기업이 진심으로 윤리적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패키지입니다. 캠페인이나 기획 상품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동안 이루어지는 탓에 진심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운 반면, 패키지로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지속적이라 그 브랜드의 가치관이 묻어나게 되거든요. 비누, 샴푸바, 입욕제 같은 고체 제품은 재생 종이에 한번만 싸여 고객의 손에 쥐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버려지는 포장재를 줄이는 것이죠. 샴푸나 마스크팩처럼 용기가 꼭 필요한 제품의 경우에는 재생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합니다. 그 중 '블랙팟'이라고 불리는 용기는 5개를 모아 가져오면 프레시 마스크팩 하나로 되돌려주기도 하죠. 회수한 블랙팟은 러쉬의 제품을 담는 용기로 재활용되거나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환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브랜드 대부분이 그렇듯, 러쉬의 제품들의 가격대도 높은 편입니다. 때때로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죠.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출시된 샤워젤 '로즈잼' 1kg 가격은 90,000원입니다.(500g 샤워젤 제품의 가격대는 4~5만원입니다.) 1kg이면 1년을 족히 쓸 양이긴 하지만,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네요.
Lush의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하세요.
로드샵에서 자주 마주쳤을, 닥터 브로너스 또한 PETA의 인증을 받은 Cruelty-free 제품입니다. 무려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의 유기농 바디케어 브랜드죠. '150년 전에 유기농을 생각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만, 사실입니다.
Dr.Bronner's Magic Soap의 시초는 1858년 독일의 임마누엘 하일브로너(1대)로부터 시작합니다. 1858년 첫 비누 공장 설립 후, 동물성 유지를 쓰지 않고 올리브유를 사용한 비누를 개발하여 1880년대부터 90년대 큰 규모의 공장까지 설립하죠. 그리고 2대인 베르톨트 하일브로너에게 가업을 물려줍니다. 브랜드 이름 안에 있는 Dr.Bronner는 베르톨트 하일브로너의 아들, 에밀 브로너입니다.
에밀은 비누 제조 가업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게 되는데요, 그러던 도중 에밀의 부모(2대 브로너)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에밀은 히틀러에 대한 반대의 의미로 자신의 성 Heilbronner에서 Heil을 빼고 Bronner라는 성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강연을 다니며 세계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합니다. 그리고 강연에 찾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비누에 강연내용이 적힌 포장지를 사용하여 나누어주는데, 이것이 지금 우리가 보는 Dr.Bronner's의 제품 디자인 시초입니다. (강연에 가면 비누를 준다는 것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하자, 강연의 본 목적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고안해낸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올리브유를 사용한 친환경(동물) 비누 제조로 시작했던 브로너 가문의 비누 사업이 부모의 죽음이라는 가슴 아픈 경험을 거쳐 전 지구적 차원의 평화와 공존에 대한 가치가 담기게 된 것 입니다.
과학실에서 뛰쳐나온 것 같은 갈색병에 텍스트가 가득 적힌 라벨이 특징인 이 브랜드의 이름은 '이솝'입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난 이솝은 최고 품질의 스킨, 헤어, 바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뷰티 브랜드죠. 이들이 생각하는 최고 품질의 제품은 과학에 기초해 만들어집니다.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성분만을 사용하고, 전문 지식을 가진 상담가들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는 것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최고'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Cruelty-free 제품이 생산될 수밖에 없는 건 고객이 사용할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이솝은 스스로 자연주의 브랜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지 고객을 위해 효과적이면서 안전한 제품을 만들다보니 '자연주의' 브랜드들이 사용하는 원료가 주를 이루게 된 것이죠. 이솝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는 Cruelty-free 제품이 결국 우리에게도 '좋은' 제품이라는 메세지를 전달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 이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입니다. '건강'은 균형으로부터 옵니다. 그리고 이솝이 생각하는 균형은 일과 휴식의 균형으로 대표되죠. 점심에 곁들이는 레드 와인 한잔이 그 상징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솝은 우리와 많이 닮은 것 같네요.
또 다른 영국출신 유기농 바디케어 브랜드, 더바디샵입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바디샵은 사람을 풍요롭게, 제품을 풍요롭게, 지구를 풍요롭게 하겠다는 선언 아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제품 외적으로는 공정 무역과 윤리 무역으로 생산자, 유통업자, 공급자 모두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죠. 올해 초에는 2020년까지 현재 더바디샵의 주력 상품인 바디버터 제품의 새로운 플라스틱 포장으로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에서 오일 의존도를 70%가량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새로운 친환경 열가소성 수지인 'Air Carbon'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탄소로 오일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재생 플라스틱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죠.
다른 '친환경' 브랜드들처럼 더바디샵도 환경, 동물, 아동, 에이즈환자 등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영수증 1개당 1제곱미터의 열대 우림을 복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죠. 9월 중순까지 진행되었으니 지금쯤 기부금 전달까지 마쳐졌겠죠?:)
헤어케어로 유명한 아베다입니다. 아베다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아베다라는 이름의 기원은 Ayurveda('장수폐타'라고 불리우는 고대 인도 의학)입니다.. Ayurveda는 장수를 도모하는 의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바탕에는 삶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이제까지 설명한 모든 브랜드들에서 발견되는 가치관이기도 하죠.
Ayurveda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아베다가 가장 관심을 갖고 중요시 하는 것은 자연의 순환 체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깨끗한 물을 중시하는 것, 태양열이나 풍력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제품 생산에 이용하려는 것, 재생 플라스틱이나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플라스틱으로 패키지를 만들려는 것 모두 Ayurveda로부터 발전된 생각입니다.
앞서 설명한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아베다 역시 물 보호 사업이나,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제품 생산, 친환경 플라스틱의 사용과 같은 다양한 캠페인이나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제3세계 국가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사업입니다. 예로, 선물 포장에 쓰이는 종이는 네팔에서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Lokta Bark이라는 전통 종이인데요, 이것을 아베다가 정당한 대가를 주고 구매하여 네팔 사람들이 조금 더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네팔의 종이 생산자들은 아베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마을을 이루어 공동체에서의 삶을 유지하고, 자녀들에게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종이의 원료가 되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Lokta의 원료가 되는 나무(정확히는 덤불)는 다시 자라는 기간이 5년-7년으로 매우 짧고, 숲을 파괴하며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더욱 환경 친화적입니다.
PETA의 Cruelty-free 인증을 받은 한국의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퓨어덤은 애드윈 코리아라는 화장품 연구 개발을 하고 판매하는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라인입니다. 애드윈 코리아가 Cruelty-free 회사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은 이곳에서 개발하고 판매하는 모든 제품들을 안심하고 써도 된다는 뜻이겠죠.
퓨어덤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404종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실 수 있는데요, 종류보다 더 놀라운 것은 가격입니다. 이게 정말 착한 성분으로 만들어진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저렴한 가격은 퓨어덤의 강점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달팽이 점액과 같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PETA에서 Cruelty-free 인증을 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 교육하고 있다고 하는데, 만약 Adwin Korea에서 이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개선하는 것이 좋겠죠.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치과의사가 시작한 소셜벤처 With My에서는 천연 성분, 식물성 원료만 사용해 만든 치약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논란이 되었던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건 물론입니다. 함께 판매되고 있는 칫솔 역시 분리배출이 쉽도록 고무같은 다른 재료를 섞지 않고 오직 플라스틱으로만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보아 사용된 플라스틱까지 환경 친화적이지는 않은 듯 합니다. 나중에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바뀔 수 있다면 더 좋겠네요 :)
위드마이 치약은 buyforlove 웹사이트와 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비욘드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친환경' 가치를 강조하고 알리고 있는 브랜드가 아닐까 합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라놀린, 비왁스(Bee wax), 달팽이 점액 같은 동물성 원료 또한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죠. 왜 Cruelty-free Company 보고서 안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건지 궁금하네요. (다양한 이유로 게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떤 회사에서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면 충분합니다. 위에 언급된 회사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회사들이 말이죠.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그리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노력에 박수 쳐주는 것입니다.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서 말입니다.
Warmly,
LETTER
"The Temperature in Our N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