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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의여신 Jul 11. 2022

만약 그 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feat. 리스본행 야간열차)

 삶의 결정적인 순간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할 수 있다.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에 완전히 새로운 빛을 부여하는 경험은 소리 없이 일어난다. 그 놀라운 고요함 속엔 고결함이 있다.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 잔인함, 연민, 매력이 가득한 감독.《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일을 한지 10년차부터 나는 쉬어가는 쉼표를 찍지 못하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이 길이 아님을 알지만 새로운 길이 보이지 않으니 계속 달리면서 다른 길을 찾아보았다. 그러다가 정말 갑자기 쉼표를 결심하게 되었다. 팀원 두 명의 퇴사와 (그 중 한명은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여 더 내 삶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었다.) 아이의 육아문제, 그리고 코딩 부트캠프 (코딩에 대한 미련을 해소시킬)이 조화를 이루며 내 마음에 폭죽을 터뜨렸다. '그래 지금이 정말 쉬어야 하는 시기이다.'


 정말 이렇게 갑자기 휴직을 결정한다고는 연초에 상상하지 못했었다. 4월에 팀장님께 육아휴직이 필요한 시기임을 얘기드리며 여러 설득과 부탁을 통해 5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때 느꼈다. 그렇게 고민을 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휴직을 하게 되는구나...



 

 휴직을 하면서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해보고 싶었던 코딩도 다시 배워보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면 죽기전에 후회없이 잘 눈감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요즘은 나에게 휴식의 시간을 강제로 주면서 이것 저것 배워보고 시도해보고 있는데, '나 참 잘 못노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놀지 못하고 자꾸 무언가를 하려하는 내 모습을 직시하게 된 나날들이다.

 그러면서 10년전에 내가 생각했던 나의 모습과 나는 왜이렇게 다른 걸까? 나는 왜이리 강렬하게 내 청춘을 바치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아마데우와 스테파니아 그들 인생에는 활력과 강렬함이 가득했던 것 같아요
너무 강렬해서 결국 부서졌잖아요.
하지만 충만한 삶이었죠. 내 인생은 뭐죠? 지난 며칠을 제외하구요.
그런데도 다시 돌아가려 하네요.

Why don't you just stay?



 나는 강렬함을 갈망했다. 그리고 추앙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 길에 다다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잡히지 않는 구름같다고 할까? 과연 잡으면 나는 돌아가지 않고 그 길에 계속 있을 수 있을까?

 다만 휴직을 하면서 하나 느낀 것이 있었다. 인생은 이성으로만 살아가면 방향을 틀 수 없다. 강렬함으로 가는 길은 우연, 충동에서 일어난다. 나는 한 발자국 내 딯었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게 되었다.

 또 다른 마음 한 켠에는 '만약 그 때 그랬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무엇을 할 수 있었으며, 뭘 해야만 했을까?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놓여 있었고, 깃털처럼 자유로웠으며, 불확실함에 버거워했던 그 때

단지 꿈같은 바람일까?

인생의 그 시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지금 내 모습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하길 원한다면  

《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내가 지금 원하듯이 그 때 다른 방향으로 가려고 했다면 모자를 들고 있던 소년은 나와는 아주 다른 사람이었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다른 소년은 나중에 과거의 갈림길로 돌아가기를 갈망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이길 원하는가? 그가 되어 만족스럽게 사는 모습을 상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만족감은 그가 아닌 나에게만 해당된다. 그의 소망이 아닌, 내 소망으로 이루어진 만족감. 내가 정말 그였다면 그가 되고 싶은 갈망이 이루어졌다고 이렇듯 만족하는 나도 없었을 테니까... 이것보다 더 정신 나간 일이 또 있을까? 존재하지 않는 대상의 갈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 《책- 리스본행 야간열차 1》


 껄무새와 같은 생각을 마음속에 다 잡고 지금에 충실해서 선택하고 살아가려 한다. 아무리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다 해도 우리가 그때 다른 사람이 아니었던 한, 우리는 결국 똑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결론을 얻고 난 지금 나는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 지나간 선택의 결과로 후회의 감정이 나를 사로잡더라도, 이제 마음을 잘 추스리려 한다. 왜냐면 프라두 말처럼, 그때 나와는 아주 다른 사람이었어야 했고, 존재하지 않는 대상의 갈망을 욕망할 수 없으니까.. 난 나이기에 그 선택을 한 것이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우린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그저 공간을 떠날 뿐. 떠나더라도 우린 그곳에 남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안에 남는다.

우리가 지나온 생의 특정한 장소로 갈 때 우리 자신을 향한 여행도 시작된다.

그 여정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린 그 길에서 외로움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하지 않나? 그래서 미리 단념하는 걸까? 인생의 끝에서 후회할 만한 모든 일들을……. 《영화 - 리스본행 야간열차》


 내가 좋아하면서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다른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Job을 고민하는 대학생을 위한 커리어 여행'을 해보고자 한다. 여러 명을 인터뷰하면서 다양한 Job, 그들의 生을 반추해보면서 우리 자신을 향한 여행도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말이다.  


 꾸준히 한 번 나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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