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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ng khong May 26. 2022

버스안의 검은손길

더이상은 못참겠다!

하필 퇴근시간에 딱 걸렸다.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니 우산이 없는 나는 어쩔수없이

사람이 그득그득 차있는 버스에 올라탔다.

걸어갈까 하다가 몇분만 참고 집에 후딱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뒷문과 카드 단말기 사이에 끼어서 대롱대롱 겨우 매달리다시피 해서 가고 있을때였다.


어떤 억센손등이 내 왼쪽 엉덩이를 쓱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단말기의 여자가 말했다.


"하차입니다."


만원버스라는 것도 안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냥 귀찮아서 앞에 엉덩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상관없이 무심하게 카드를 찍은것일 수도 있다.

(사실 남자여도 불쾌할만큼 강한 터치였다.)


하지만 살면서 이런일을 너무나도 많이 겪어오고 참아낸 나는 정말 한마디로 빡이쳤다.

비켜달라는 한마디만 해줬으면 어떻게든 몸을 빼 비켜줬을것이다. 아니면 버스가 하차하기위해 섰을때 나는 밖으로 나갔다 들어와야하니까 그도 나가는 길에 찍으면 된다. 그런데도 한마디 말도 없이 손을 쑥 내밀어 카드를 찍어대는 그 무신경함이 참을 수없이 화가났다.


부글부글 끓었다.

가뜩이나 생리중이라 더 예민했는데 왜 아픈 엉덩이를!!!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하아.... 진짜 짜증난다...."

그리고 뒷 사람을 쳐다봤다.

몰라라 하고 우두커니 서있었다.

"아니 엉덩이 사이로 꼭 그렇게 손을 비집고 카드를 찍어야 합니까."

터져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또 억누르며 아주 침착한 소리로 말했다. 이럴때 흥분하면 나만 미친년되는 꼴을 너무나도 많이 당해왔기때문에 침착한 목소리로 말해야만 한다. 어쩌면 흥분한 상대방이 나를 공격해올 수도 있다. 이 말 한마디 하는데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미안합니다. 버스가 비좁아서 그랬어요."

남자가 눈도 안마주치고 사과를 한다. 어서 빠져나가고 싶다는듯.


"비키라고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탄식하듯 한마디 더 해줬다.

나야 이런일 정말 너무 많이 당해서 어느정도는 포기하고 살지만 그가 다음번에도 또 무신경하게 누군가의 엉덩이를 그런식으로 건들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쐐기를 박듯 말했다.


나는 아직도 지하철 공중화장실을 비롯한 모든 공중화장실에 들어가면 겁부터 난다.

예전에 만났던 화장실 변태 때문이다.

내가 급똥으로 볼일을 보러 후다닥 들어간 지하철 화장실에서 (그것도 사당역) 변태를 만났다.

그는 내 바로 옆칸의 화장실에서 공중에 매달려 내가 급똥을 해결하고 개운해하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말이 안나왔다. 너무 놀래서 이게 뭔가 싶었다.

이게 꿈인가 싶었지만 꿈이 아니었다. 급히 감아 놓은 손위 두루마리 화장지가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아주 천천히 그 남자와 마주쳤던 눈을 휴지로 옮기고 다시 변기 레버로 옮겨 일단 똥을 내렸다.

콸콸콸.

쭈그려 앉은 내 다리 사이로 물방울들이 튀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아득해졌다.

아 정말 꿈이 아니구나 싶었다.

옆칸에서는 아무 소리 나지 않았다.

숨이 막힐듯 고요하기만 했다.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일으켜세워 밖으로 나와 옆칸을 두드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울분에 차 소리를 질렀다.


나와 나오라고 이 변태 새끼야!!!!


그는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한번만 봐달라고 했다.

신 안하겠다고 했다.

그때 경찰서에 끌고 가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20대 중반이었고 너무 놀랐고 무서웠다.

그래서 소리만 질렀고 도망치듯 그자리를 나왔다.


그 기억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어느 공중 화장실만 가도 닫혀진 문 안에 그 변태가 있을것만 같았다.

가끔씩 누가 지켜보는 이가 없나 수시로 위를 쳐다보게 되었다. 15년이 지난 일인데도 그랬다.


어제의 그 남자는 더이상 안그랬으면 좋겠다.

정말인지 더이상은 참아 낼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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