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확장과 예술 작품 그 사이에서
제일기획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근무하였고 현재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에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기술로서 NFT가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히 많습니다. 하지만 웹3 세상의 브랜딩 마케터로서, 그리고 직접 작품을 구매하는 컬렉터이자 미술 애호가로서 <NFT 아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도대체 NFT 작품을 구매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NFT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떤 NFT 작품이 얼마에 판매되었는지에 대한 뉴스는 이제 검색 포털에서 스포츠 뉴스나 연예인의 가십거리만큼이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NFT가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만큼이나 자주 맞닥뜨리는 질문은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크립토 산업이나 NFT라는 개념에 이미 친숙한 사람들조차도 극심하게 변화하는 NFT의 가치를 바라보며 그저 유행(Hype) 일지도 모른다고 의구심을 품거나, 단기 수익실현을 위해 2차 시장에서 작품을 구매한 후 가격을 올려 바로 재판매하는 형태의 플리핑(Flipping) 방식만을 '아묻따'로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질문은 다르게 해석하면 곧 "NFT 작품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로 읽힙니다.
기존의 예술 시장과 가장 차별화된 NFT작품만의 특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효용성과 커뮤니티이지만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공허하고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여겨지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봄, 블록체인 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여러 NFT 프로젝트들의 태동을 보다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NFT 아트와 브랜드 혁신의 교차점에서 어떻게 컬렉터블 아트(Collectable Art)로서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여준 한 스트릿 브랜드의 사례였습니다. 저의 첫 NFT 아트 컬렉션이 되기도 했던 이 프로젝트를 살펴보며 브랜드와 예술, 그리고 매개체로서 NFT가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새로운 가치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합니다.
이안 로저스는 애플 뮤직(Apple Music)의 비즈니스를 주도한 수석 디렉터 출신으로, 2015년 LVMH가 디지털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최고 디지털 경영자(Cheif Digital Officer)로 영입한 인물입니다. 럭셔리 산업의 디지털 부흥을 이꾼 주역인 이안 로저스의 다음 행보는 다름 아닌 크립토 산업이었습니다.
2021년 1월 암호화폐 하드웨어 월렛 기업인 렛저(Ledger)의 최고 경험 경영자(Chief Experience Officer)로 합류한 후 9월에 있었던 파슨즈 파리(Parsons Paris) 주최의 세미나에서 이안 로저스는 다음과 같이 디지털 세상에서의 소유의 가치, 그리고 NFT 아트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 대해 언급합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존재하는 가치(Digital value)에 대한 개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실제 세상에서 소유하는 것과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상에서도 소유하게 할 것인가 하는 관념의 전환이다.
나이키 스니커즈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트레이딩하는 것이 이미 익숙한 21살에게는 실물만 존재하는 것보다 실물과 함께 디지털 수집품(Digital collectible)을 가질 수 있을 때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NFT 세계에 대한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의 관점은 디지털 아트의 미래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소더비에서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한 것으로 유명한 디지털 아티스트 팍(Pak)의 사례에서 보듯, 오늘날 창의적인 NFT 아트 프로젝트는 그 과정이 흡사 퍼포먼스 아트 또는 게임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즉, 소비자 경험(Consumer experience) 관점에서 결국 사람들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 가깝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오늘날 창의적인 NFT 아트 프로젝트는 그 과정이
흡사 퍼포먼스 아트 또는 게임과 유사하다.
소비자 경험(Consumer experience) 관점에서
결국 사람들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 가깝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브랜드라면 본능적으로 소비자와 보다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집중합니다. 비단 제품 자체만이 아니라 승패에 상관없이 스포츠를 즐기자는 나이키의 캠페인 'Play New'와 같은 브랜드 메시지,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사람들로 하여금 관심을 가지게 하는 티징(teasing) 광고, 플래그십 매장을 방문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제이션(Customizaiotn) 체험 프로그램, 모델의 제품 착용 사진을 보고 화면을 클릭하면 바로 구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통합된 쇼핑 경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소비자 경험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 경험을 어떻게 차별화하여 제공하는지가 오늘날 성공적인 브랜드를 판단하고 그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아트 프로젝트와 소비자 경험?
언뜻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두 단어이지만 이 관계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NFT 아트 프로젝트로 2003년 공동 창업자인 벤과 바비에 의해 창립된 LA 기반의 스트릿웨어 브랜드, '더 헌드레즈'(The Hundreds)에서 출시한 <아담 밤 스쿼드(Adam Bomb Squad) / *이하 ABS>를 꼽습니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주목한 이유는 "소비자가 돈을 지급하면, 브랜드는 물건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브랜드의 일방향적 소통 방식을 탈피했을 뿐 아니라 팬 커뮤니티, 나아가 어떻게 소수의 창업자 그룹만이 아니라 스트릿 컬쳐 자체가 브랜드에 대한 오너십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이들만의 해답을 제시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크립토 펑크(Crypto Punk), 보어드 에잎 요트 클럽(Bored Ape Yaught Club), 쿨 캣(Cool cat)처럼 이미 유명해진 PFP프로젝트(*Profile Picture의 약자로 트위터, 디스코드 등 소셜 플랫폼 커뮤니티에서 자신이 해당 NFT 작품을 소유하고 있음을 인증하며 소속감을 드러내기 위해 프로필 용도로 사용하는 작품과 관련된 프로젝트)들과 작품의 조합에 따라 희귀도가 결정되고 2차 마켓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는 구조적인 면에서 ABS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BS와 다른 프로젝트들 간의 근본적인 차이점 중 첫 번째는, 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세계관을 쌓거나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18년이나 되는 기존 브랜드의 스토리텔링과 레거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NFT 컬렉터블 프로젝트들이 자신들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것과는 달리, ABS는 브랜드 아카이브 관점에서 커뮤니티에게 유의미했던 사건, 요소 등을 작품의 고유한 스토리텔링으로 녹여냅니다. 컬렉션에 등장하는 모든 폭탄과 배경 이미지는 2003년부터 2021년까지 실제로 출시된 컬렉션에 적용되었던 모티프만을 사용한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디자인 에셋들 대부분은 창업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바비 헌드레즈가 직접 작업한 것이기도 하지만 유명한 스트리트 아티스트들 및 그래픽 디자이너와 협업을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하며 축적한 아카이브의 작품이 사용되었다는 측면에서 브랜드의 아트 프로젝트의 성격도 동시에 지니게 됩니다.
즉, 브랜드를 애정하고 사용해왔던 소비자들을 위한 일종의 헌정 프로젝트로서 단순히 유행에 따라 사고파는 소비품이 아니라 커뮤니티 관점에서 유의미한 진정한 컬렉터블 아트(Collectible Art)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ABS는 NFT 작품의 아트워크에 브랜드의 내러티브를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가 소유하는 브랜드"를 위하여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1) 더 헌드레즈 한정판 제품들을 위한 선구매권, 2) 제품 보유자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 및 파티 입장권과 같은 특전(Perks)들은 일반적으로 멤버십 프로모션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ABS는 이러한 기본적인 혜택에 더해, 각 NFT 작품의 특성(Trait) 기반 리워드를 제공합니다. 즉, 개별 NFT 작품의 대표적인 특성과 연관성이 높은 이벤트를 기획하거나 특정 작품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
예를 들어, NFL(National Football League)를 맞이하여 한정판 자켓을 제작하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보유한 NFT 작품에 '풋볼' 모자를 폭탄의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다면 해당 자켓이 실제로 경기장 현장에서 판매되기 전 그 사람에게는 무료로 제품을 제공해주는 형태입니다. 또한 점 모티프의 폭탄 디자인이 포함된 NFT 작품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만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한 러그를 무료 선물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ABS는 NFT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해당 작품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게 되고 이는 특정 컬렉션에 대한 수요를 창출할 뿐 아니라 가치 유지의 방법으로 작용합니다.
만약 풋볼 그래픽이 포함된 작품 소유자들에게 NFL 사례와 같은 혜택이 제공될 것이라는 내용이 사전에 티저로 공유된다면 ABS의 팬 중에서도 이를 원하는 수요층은 '풋볼'에 관련된 라인업을 콜렉팅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ABS 작품을 보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축구 팬들을 위한 '풋볼 아담(Football Adam)' 컬렉션, 작품의 세계관 내에서 여성 크리에이터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마담 밤(Madam Bomb) ' 컬렉션 등 작품 특징별로 에디션을 다시 세분화하여 작품을 보유한 사람들과 프로젝트와의 공감대를 넓히고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렇듯 세부 컬렉션 타겟군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한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연간 프로젝트 단위로 기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NFT 작품 보유자로 하여금 "다음 리워드 대상 에디션은 무엇일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며 자신들이 보유한 작품의 특징에 어울리는 다음 협업 대상을 공식 트위터나 디스코드 채널에 주도적으로 먼저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이 보유한 작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하기도 합니다.
이는 팬 커뮤니티가 주도권을 가지는 브랜드 마케팅에서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소비자 참여(Engagement)를 기획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꾸로 실감하게 합니다.
ABS가 브랜드 관점에서 진정한 "커뮤니티 오너십"을 배양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Loyalty is royalty> 프로그램입니다. 말 그대로 ABS 프로젝트의 오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브랜드의 성장에 따른 혜택을 커뮤니티 일원들이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고객 충성도(Loyalty)를 금전적 보상(Royalty)으로 환원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입니다.
개인이 보유한 NFT 작품이 브랜드 제품 디자인에 적용되어 판매될 경우 제품 로열티에 10%을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적립받게 됩니다. 이때 초록색 스티커가 붙은 작품의 소유자는 기본 로열티의 20%, 파란색 스티커가 붙은 작품의 소유자는 기본 로열티의 50%,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작품의 소유자는 기본 로열티의 100%를 더 지급받는 방식입니다.
즉, 리워드가 차등화되어 적용되는 멤버십 등급을 컬러별 스티커로 표현하여 NFT작품에 적용한 셈입니다. 리워드 추가 제공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 참석 우선권 등 실제로 높은 등급의 멤버십에 상응하는 혜택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스티커가 붙은 작품들의 경우 같은 타입의 아트워크라도 실제 2차 마켓에서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는 모습을 보이며 빨간색 스티커가 붙은 작품이 그 중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실제 지난 12월 더 헌드레즈는 NFT 프로젝트의 작품들이 디자인으로 적용된 <아담 밤 스쿼드 컬렉션>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출시된 25,000개의 NFT 작품이 모두 디자인으로 반영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겨울 컬렉션에 적용된 NFT 제품에 해당하는 토큰 ID만 별도로 공지되어 자신이 소장한 작품이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만약 자신이 보유한 제품이 위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면 자신의 암호화폐 지갑(Wallet)을 가이드와 함께 제공된 링크에 연결하여 크레딧에 대한 요청(Claim) 양식을 작성하고 추후 개인 이메일 계정 인증을 통해 스토어 크레딧 지급이 최종 완료되는 프로세스입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교환과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유성을 가지는 토큰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각 NFT 작품마다 매칭 되는 '토큰' ID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구매자의 암호화폐 지갑과 연동되면 개인의 작품 보유 내역이 인증되고 리워드가 지급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만약 티셔츠에 적용된 NFT 작품이 희소한 것이어서 해당 작품을 소유한 사람이 단 한 명밖에 없다면 별도의 스티커가 없다고 가정할 시 기본 로열티인 10%를 개인이 모두 가져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보유한 NFT 작품이 제품에 적용되어 출시되었는데 같은 작품을 소유한 사람이 10명이라면 10% 로열티를 다시 10분의 1로 나누어 지급받게 됩니다. 이 역시도 단순히 이미지의 조합으로만 작품의 희귀한 정도(Rarity)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보상의 극대화로까지 이어지게 설계하였다는 점에서 기획의 치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즉, ABS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이 본래 '더 헌드레즈' 브랜드, 또는 스트릿 컬쳐의 팬이었다면 NFT 작품을 구매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가집니다.
우선 소속된 커뮤니티의 디자인 아카이브를 소장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NFT 작품은 그 자체로 컬렉터블 아트의 성격을 띄게 됩니다. 또한 NFT 작품을 소장함으로써 작품이 디자인으로 적용된 판매 수익을 개런티 형태로 지급받게 되기 때문에, 단순히 작품 자체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판매이익을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브랜드 및 커뮤니티의 성장의 기여분을 보상받으며 진정한 의미의 '오너십(Ownership)'을 가지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한 브랜드 관점에서는 단계적으로 공개되는 베네핏 프로그램 속에서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게이미피케이션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브랜드 영역 밖에서도 여전히 NFT 작품은 구매자의 디지털 프로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브랜드의 경험의 폭은 무한히 확장하게 됩니다.
NFT 작품의 가치를 논하며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질문이 있다면 그것은 "가격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일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마켓플레이스에서 어떠한 NFT작품이 솔드아웃되었고, 최고 판매 가격 얼마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품이 지속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는데 최초 판매 가격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첫 판매 이후 2차 거래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지는지, 해당 프로젝트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커뮤니티 멤버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로드맵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나름의 NFT 아트 컬렉팅의 룰이 있다면 그것은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NFT 아트 뿐 아니라 전통적인 예술작품을 구매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취향에 맞거나 관심 있게 보던 분야라 눈에 들어와야 하고 그 다음은 작가나 해당 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활동 이력과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 예정된 전시에 대해서도 조사합니다. 모든 조사를 마치고 비용적으로도 감당할 수 있으며 작품의 주제의식이나 팀의 비전에 공감하여 꼭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면 그때 구매를 결정합니다.
유명한 크립토 아트 컬렉터가 구매했다는 소식, 이안 로저스의 인터뷰, 패션 브랜드에서 기획한 최초의 NFT 작품, 그리고 팀의 구성원들도 크립토 네이티브한 감성을 이해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커뮤니티의 오너십이라는 비전을 진정성 있는 로드맵으로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에 끌려 직접 구매를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이미 민팅된 작품들이 모두 솔드아웃되어 NFT 2차 거래 마켓인 오픈씨(OpenSea)에서 총 5점을 각 0.27 ETH (현재 한화로 약 91만 원) 구매하였습니다.
6개월간 작품을 보유하는 동안 가격은 때로 내리기도 하고 때로 크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특히 수퍼볼 시즌과 NFT아트를 직접 적용한 아담 밤(Adam bomb) 컬렉션 런칭 기간 중 전체적인 최저 가격(Floor price)이 많이 상승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특히 보유하고 있던 작품 중 하나가 메인 티셔츠에 이미지에 적용되며 0.27 ETH에 구매한 작품이 2.5 ETH(현재 한화로 약 850만 원)로 구매가의 약 10배의 가격에 판매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미 한 작품의 판매만으로 원금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성공적인 아트테크가 되었고, 현재 시세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모두 판매해도 이득을 보겠지만 한동안은 판매하지 않고 이 프로젝트의 추이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트위터 계정 프로필로 NFT 인증 기능을 지원하는 트위터 블루의 공식 캠페인 영상에 첫 번째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BAYC 및 크립토 펑크 모두와 협업하여 의류를 출시한 적이 있는 유일한 브랜드라는 점은 곧 프로젝트의 영향력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또한 암호화폐 하드웨어 월렛 렛저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 출시가 예정되어 있으며 곧 메타버스에서의 정식 패션 에디션 런칭 일정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짜여진 프로그램 로드맵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NFT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커뮤니티로 하여금 지속적인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 점은 기존의 미술 작품 구매 경험과 두드러지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바로 NFT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이 작품을 보유하는 것이 나에게 작품의 가격 상승 외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특징은 크립토 펑크와 BAYC로 대표되는 PFP 프로젝트, 즉 자신이 소유한 작품을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여 커뮤니티의 소속감을 드러내는 사례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ABS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 가장 혁신적인 형태의 브랜드의 탄생의 모습과 이상적인 크립토 네트워크(Crypto network) 혹은 탈중앙화(Decentralized)의 개념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IT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웹 3.0 분야 투자를 리드하고 있는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은 그의 아티클 <왜 탈중앙화가 중요한가>에서 아래와 같이 크립토 네트워크의 특징에 대해 설명합니다.
"크립토 네트워크는 유지를 위해 합의 매커니즘을 사용하며 참여자들에게 토큰과 같은 형태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형태의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네트워크의 성장과 토큰 가치의 향상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통해 네트워크는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자들을 모으게 된다. 커뮤니티가 함께 소유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면 이러한 생태계는 인센티브로 인해 더욱더 견고해지고 결국 커뮤니티의 성장을 엄청난 속도로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
NFT 아트,
가장 사적인 연대감의 체화(體化)이자 탈(脫) 브랜드의 매개체
인센티브 구조로 커뮤니티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매개체, 그리고 커뮤니티가 함께 소유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방법. 이 목적을 모두 실현하기 위한 방법의 교집합에 NFT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방향적인 판매자와 구매자라는 브랜드 산업의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브랜드의 팬들이 되어준 커뮤니티에게 브랜드의 성장의 이익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브랜드의 디자인 아카이브를 여러 사람들이 공감하고 소유할 수 있는 디지털 아트의 형태로 구현하기 위해서, 내가 소유한 작품을 디지털 상에서 나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로 인증하고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
NFT는 커뮤니티의 존재에 수반되는 연대감 이면의 가장 사적인 욕구로 하여금 비로소 커뮤니티가 꿈꾸는 이상을 실재하게 합니다. 또한 브랜드는 현재 산업구조에서라면 시도할 수 없었던 변화를 적용하여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하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이 생태계 속에서 NFT 아트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참여자들의 가장 사적인 연대감을 구현하는 인프라이자 새로운 방식과 개념의 브랜드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로서 의미를 갖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