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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Aug 27. 2018

퀄 시험 이후

퀄 시험 결과가 발표된 이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동기들 앞에서 퀄 시험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금기어가 되어 버렸다. 우리 동기들 가운데 대략 50% 정도가 전과목을 패스했고, 나머지 50%는 적어도 한 과목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동기들 가운데 1년 차 평균 학점이 가장 좋았던 두 명이 퀄 시험에서 한 과목씩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퀄 시험이 이름을 철저히 가린 블라인드 테스트이다 보니, 평소에 아무리 학점이 좋았어도 시험 당일날 실수를 하면 가차 없이 불합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동기들 가운데 나랑 가장 친하게 지내는 제프(Jeff)를 비롯해서 몇 명이 모든 과목에서 불합격을 했다. 여름 내내 다 같이 열심히 스터디를 했던 친구들인지라, 겨울에 치르는 재시험에서 모두들 꼭 합격하길 빌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서글픈 현실이지만, 시험에 합격한 친구들은 이제 박사 과정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사실 1  내내 학교에 대한 소속감이 별로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시험에서 떨어지면 당장 짐을 싸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면서 이곳이 비로소 '우리 학교' 인식되기 시작했다. 물론 앞으로도 최종적으로 학위를 받기까지는 거쳐야  단계들이 많이 남았지만, 적어도 시험 성적 때문에 앞으로 학교에서 강제로 나가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수업을 들어가면  시험에 합격한 아이들과 불합격한 아이들의 표정이 확연하게 대비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생긴 가장  변화는 미국에  이후 처음으로 공부가 아닌 무언가를 마음 편히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미국에   우리는 텔레비전을 구입하지 않았다. 한가롭게 앉아서 TV 보는 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에 합격하면서 드디어 우리도 TV 갖게 되었다. 코스트코에서 TV   사서 차에 싣고 집에 돌아오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이제 나도 거실 소파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TV 스포츠 중계를 시청할  있게  것이다.


퀄 시험 합격 기념으로 구입한 한국 브랜드의 TV


늘 "퀄 시험에 합격한 이후"로 유예시켜왔던 이런 소소한 즐거움들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게 된, 돌이켜보면 박사 과정 기간 중 가장 즐거웠던 2년 차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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