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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Nov 27. 2018

쇼핑의 전략

일단 복습부터 해보자. 미국은 "일단 많이 만들어놓고, 안 팔리면 다 팔릴 때까지 가격을 내리는" 나라이다.


3억 명이 넘는 인구수에 1인당 GDP가 약 6만 달러인 나라에서 "많이"라는 의미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데, 아무튼 엄청 많다, 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그래서 제품이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의 가격은 "정상 가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 가격은 해당 제품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 기꺼이 지불하고 구입할 가격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많다면 그 제품은 절대로 가격이 할인될 일이 없을 것이고,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 판매되는 수많은 제품들 가운데 그런 '대박 제품'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의 제품들은 시간이 지나도 별로 팔리지 않을 것이고, 창고에 계속 쌓여있을 것이다. 그때부터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 온 이후, 지금까지 원래 가격을 주고 쇼핑을 해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쇼핑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낀 탓도 크지만, 뭔가 필요해서 살 일이 생겼을 때에도 항상 세일을 하는 품목들로만 구입을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의류의 경우 항상 재고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노드스트롬 랙(Nordstrom Rack)이나 마샬(Marshalls) 같은 곳에서 클리어런스(clearance) 세일을 하는 것들로만 구입을 했다. 전자제품의 경우에도 최신 제품보다는 할인 중인 이전 모델을 사거나 특별 할인을 하는 모델들이 주요 쇼핑 타깃이었다.


얼마 전, 애플의 에어팟(Airpods)이 갖고 싶어 가격을 검색해보니 159달러였다. 좋은 제품이었지만 이 가격을 주고 사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다시 말해, 나는 159달러를 기꺼이 지불할 만큼 이 제품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냥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때부터 에어팟과 나의 샅바싸움이 시작되었다. 뭘 해도 에어팟만 눈에 들어왔고 내 귀에는 "그냥 제 돈 내고 사라고. 그만큼 가치를 한다고"라는 환청이 들렸다. 하지만 참았다. 결과는? 구글 익스프레스에서 144달러에 판매하는 딜러를 찾았고, 거기에 구글 익스프레스의 자체 디스카운트까지 받아서 에에팟의 새 제품을 115달러에 구입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가격. 이런 딜이 없었다면 아직도 나는 에어팟을 꿈 속에서만 만나고 있었을 것이다.


교훈은? 물건을 사기 전에 과연 내가 이 가격을 주고 살만큼 이 제품이 절실히 필요한가를 생각해본 뒤, 아니라면 그냥 기다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만큼의 돈을 주고 살만큼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어차피 제품은 이미 엄청 많이 만들어져서 창고에 쌓여있음을 기억하라. 곧 (혹은 언젠가) 가격은 반드시 떨어질 것이다. 특히 블랙 프라이데이를 시작으로 연말과 연초에 집중적으로 재고를 털기 위해 가격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원하는 딜을 찾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마시라. 사이버 먼데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다음은 크리스마스 이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초의 클리어런스 세일을 노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딜이 없었다면? 축하한다. 100% 절약에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가 총론이었다면, 아래는 각론이다.


슬릭딜을 구독하라

온갖 대박딜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사이트인 슬릭딜을 구독하라. 대박딜이 뜰 때마다 이메일로 알려줄 것이다.


캐시백 사이트를 이용하라

미국 인터넷 쇼핑에 캐시백 사이트는 필수이다. 이베이츠탑 캐시백 같은 캐시백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면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추후에 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먼저 캐시백 비교 사이트인 캐쉬백모니터닷컴으로 들어가서 어느 캐시백 업체가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지를 확인해보자. 예를 들어 메이시스의 경우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탑 캐시백은 12%의 리베이트를 주지만 이베이츠는 6%이다. 메이시스에서 뭔가를 살 일이 있다면, 이제 탑 캐시백을 통해 메이시스 사이트로 들어가 평소처럼 쇼핑을 하고 12%의 캐시백을 돌려받을 일만 남았다.


참고로, 캐시백은 체크, 페이팔, 아마존 상품권 등으로 받을 수 있는데 한국에 살고 있다면 페이팔이나 아마존 상품권으로 돌려받는 것을 추천한다.


캐쉬백 비교사이트인 캐쉬백모니터닷컴에서 어떤 업체가 가장 높은 리베이트를 주는지 검색한 모습


아마존은 카멜카멜카멜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카멜카멜카멜을 통해 해당 제품의 가격 추이를 검색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의 해당 제품 주소를 복사해서 카멜카멜카멜 검색창에 붙여 넣기 하면, 그 제품의 가격 변화를 보여준다. 현재 가격이 적정 가격이 아니라면 본인이 희망하는 가격을 등록해보자. 등록된 희망 가격까지 실제로 가격이 떨어지면 이메일로 알려줄 것이다.


카멜카멜카멜에서 아이들 장난감인 맥포머스 가격을 검색한 모습. 역대 최저가가 92달러였음을 알 수 있다.


아멕스 오퍼와 시티의 프라이스 리와인드를 활용

미국에 거주 중이라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의 오퍼가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아멕스는 SSN(소셜 시큐리티 넘버)이 없는 유학생들에게도 상대적으로 쉽게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데, 자체적으로 제휴 업체들에 대한 할인 오퍼가 있어서 추가적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베스트바이에서 300달러 이상을 쓰면 30달러를 할인해주는 아멕스 오퍼가 있었는데,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과 함께 사용해서 아이패드를 130달러(베스트바이 100달러 + 아멕스 30달러)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제공하는 오퍼들. 해당 금액만큼 카드를 사용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한편 미국의 시티카드에는 프라이스 리와인드(Price Rewind)라는 기능이 있는데, 시티카드로 구입한 물품의 가격이 60일 이내에 떨어질 경우 그 차액만큼을 보상해주는 서비스이다. 보상 한도는 1건당 200달러이고 1년에 최대 1,000달러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 기능은 단기간에 가격 변동이 심한 상품들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랙 프라이데이 전에 미리 여유롭게 사고 싶었던 물품을 구입하고, 블랙 프라이데이 때 가격이 떨어지면 스크린샷으로 증거(!)를 확보한 뒤, 이를 시티에 보고를 한다. 그러면 나중에 그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연말, 의류는 연초에 발품을 팔자

자동차의 경우, 크리스마스가 끝난 직후인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가 가장 가격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말, 분기말, 월말의 쓰리콤보로 실적을 쌓기 위해 딜러들이 적극적으로 가격을 깎아준다고 하니, 자동차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이때를 공략해보자. 의류의 경우 특히 연초로 갈수록 가격 할인폭이 크다. 1월이나 2월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보면 가격표에 추가 할인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삭스 핍스 에비뉴(Saks Fifth Avenue)나 니만 마커스(Nieman Marcus) 같은 고급 백화점 인터넷 사이트들이 반품 불가 조건으로 이른바 명품들을 마지막으로 재고 정리하는 시기도 이때이니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 한번 노려볼 만할 것이다.


안사면 100% 절약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라면 사지 말자. 온갖 유혹을 이겨내고 돈을 100% 절약한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위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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