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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Jul 02. 2020

어린이집 첫째 날 (하)

토쥬맘의 이야기

나는 2 전부터 자기 전마다 아들에게,


이제 토쥬도 학교에 갈 거야.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점심을 먹고 좀 쉬고 있으면 엄마가 데리러 갈게. 엄마는 그동안 아빠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있을게.

라고 몇 번이고 설명해 주었다. 아이는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봤고 우리는 그렇게 꼭 안고 이야기를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프리스쿨로 향하고 있는 동안, 아들과 나, 둘 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일단 조금 아이가 노는  지켜보다가 마음이 편할  가라고 말씀해 주셨다.


네가 원하는 만큼 머물러도 좋아. 하지만 오래 있는다고 꼭 아이에게 좋은 건 아니야.


선생님 말씀처럼, 아이는 내가 떠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옆에 있는 것에 더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저기 긴 바늘이 6(30분)을 가리키면 엄마는 가겠다고 말했다. 아이는 나의 손을 계속 잡고 끌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건드려 보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걸 주시하는 것 같았다.


시계의 긴 바늘이 6에 가까워지자 아이는 나에게 더 강하게 매달렸다. 나는 아이를 최대한 부드럽게 떼어내면서 엄마가 몇 시에 올 거니까 그때까지 선생님이랑 친구들과 함께 있으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다. 아이는 친구 집에서도 나의 손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랬던 엄마가 영어만 사용하는 낯선 사람들 사이에 자신을 놓고 떠나갔으니 말이다.


선생님은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하자 능숙하게 아이를 안아 주었다. 아이는 한 팔을 나를 향해 뻗으면서 울었다. 그 순간, 나도 같이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그냥 억지로 웃으며 손을 크게 흔들어주고 바로 나왔다. 아이가 우는 소리가 밖에까지 아주 크게 들렸다.


나는 빈 유모차를 끌고 나와, 밖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벽 쪽에 숨어 서 있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면 떠날 생각이었지만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조금 더 바깥쪽으로 나와서 다시 빈 유모차를 끌고 몇 바퀴를 돌았지만 울음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어느덧 30분 정도 되었지만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나는 빈 유모차를 끌고 집으로 걸었다. 빈 유모차 바퀴가 굴러가며 내는 소리가 유난히 더 크게 들렸다.


집에 들어와서 아이가 벗어놓은 파자마, 급하게 돌돌 말아 던져 놓은 기저귀, 치우지 않은  흩어져 있는 아이 장난감들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 우는 날이   없이 많았지만, 이때처럼 통곡하며  소리로 울었던 적은 없었던  같았다. 울고 있는 와중에, 아이의 미국 친구인 마야의 엄마에게서 같이 놀자는 메시지가 왔다.


아이를 오늘 처음 프리스쿨에 데려다주고 돌아왔는데 너무 보고 싶어...


답장을 보내고 또 오열하듯이 소리를 지르며 펑펑 울었다. 이럴 거면서 왜 아이를 보내고 싶어 했는지 내가 얼마나 부족한 엄마인지, 많이 반성했다. 그렇게 또 한 시간쯤 울었을까, 난 감정을 추스르고 핸드폰을 들어서 학교에 전화를 했다. 아이가 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30분 좀 넘게 울다가 이제는 다행히 그치고 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아이 사진 두 장을 보내주셨다. 퉁퉁 눈이 부은 아이가 간식으로 바나나를 먹는 사진과 장난감 기타를 두드리는 사진이었다. 당연한 거지만 난 또 사진을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프리스쿨 첫째 날, 선생님이 보내준 간식을 먹고 있는 토쥬군 사진


그렇게 울고 있는데 사진  장이  왔다. 아이가 아까보다는 살짝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퉁퉁 부은 눈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있는 사진이었다. 선생님은 아이가 Twinkle twinkle little star(반짝반짝 작은 별) 부른다고 알려주셨다. 아이가 제일 좋아해서 하루에 열두 번도  듣고 5절까지 모두 외웠던 노래였다. 순간 웃음이 터졌지만, 뭔가 안쓰럽고 짠해서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시계를 보니 이제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그렇게 육아가 힘들다고 울어놓고서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도 울기만 했다니, 참 나도 부족한 사람이다. 아이를 다시 만나러 가니, 아이는 다행히 생각보다 주위 탐색을 잘 마치고 그림도 그리고 모래 놀이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었다. 엄마는 두 시간을 울었는데 정작 아이는 30분만 울었다니 엄마보다 낫다고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나는 아이를 안은채 한동안 유모차에 앉혀 놓지도 못했다. 한 손으로 아이를 꼭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 가게로 향했다. 거기서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과 작은 자동차를 선물로 사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한동안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지 못하고 또 계속 안아 주었다.


아이가 적응을  마친  결코 아니었다. 2 동안은 매일 이렇게 험한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2 후에는 여전히 힘들어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전만큼 심하게 울거나 나를 잡고 있지는 않았다.    달은 울지 않고 헤어졌다가,  가기 싫다며   울었다가, 이런 생활을 반복했던  같다. (아빠가 데려다  때는 쿨하게 인사하고 떨어졌다는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다)


그리고 이때 나는 스스로와 약속을 하나 했는데, 적어도 아이를 학교에 놓고 온 동안에는 절대로 ‘놀지 않기’로 했다. 첫날 펑펑 울었던 걸 제외하고는 나는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시간, 즉 일주일에 약 10시간 동안만큼은 오로지 공부만 했다. 이렇게 힘들게 아이와 헤어져 있는 시간을 절대로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이 약속을 지켰다. 주변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놀러 오라고 해도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만큼은 절대로 가지 않고 열심히 논문을 읽었다.


여전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는 지금도 나와 떨어지는 게 힘들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아이 학교 선생님에게서 엄마와 떨어져서 학교 오는 걸 힘들어하는 어린 친구를 토쥬군이 기다려주며 옆에서 책을 읽어주고 함께 손을 잡고 놀아줬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덧 토쥬군은 어렸을 적 자기와 같은 처지의 아이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만큼 성장했다. 하지만 프리스쿨 첫째 날의 사진들, 특히 바닥을 쓸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사진은 평생 동안 내 머릿속에 박혀 있을 것 같다.


노래를 부르며 바닥을 쓸고 있는 아이의 프리스쿨 첫째 날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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