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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 Aug 17. 2020

지도 교수님을 정하다(2)

앞으로 논문 지도를 받고 싶은 교수님을 선택함에 있어, 나는 '인격'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아무리 학문적으로 뛰어나더라도 인격적으로 내가 존경할 수 없는 분께 논문 지도를 받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권위적인 일부 상사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웬만하면 박사 과정에서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반면, '인격' 보다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이를테면 저명한 학술지에 얼마나 많은 논문을 게재했느냐가 중요했다. 아무리 성격이 괴팍하고,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도 많고, 심지어 졸업을 늦게 시켜주더라도 무조건 유명한 교수님께 지도를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는 지도 교수가 아무리 뛰어나도, 얼마나 좋은 논문을 쓰느냐는 결국 학생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너무 타이트하게 지도하는 교수님보다는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시는 교수님을 찾기로 했다. 학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교수님들의 프로필을 하나씩 조사하고, 윗 학년에 있는 선배들을 만나 교수님들의 학생 지도 스타일에 대해서 물어보며 하나씩 리스트를 좁혀갔다. 그리고 마침내 거시경제를 연구하시는 교수님 가운데 나의 기준을 가장 만족하는 한 분께 지도를 받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그분께 메일을 보내 조심스럽게 논문 지도와 관련하여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은 며칠 뒤,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다.


제가 앞으로 거시경제에 대해 연구를 하며 논문을 쓰고 싶은데, 교수님께 지도를 받을 수 있을까요?


다행히도, 교수님은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그리고 거시경제 안에서 대략 어떤 세부 분야를 연구하고 싶은지를 물어보셨다. 몇 가지 주제를 아주 브로드(broad)하게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는 다음 주에 각 주제별로 기존 논문들을 최소 10개씩 조사해서 리스트를 만들어 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그것이 나의 박사과정 지도 교수였던 마틴 교수님이 내게 내주신 첫 번째 숙제였고, 그 날 이후 우리는 내가 졸업할 때까지 매주 한 번씩 미팅 시간을 가졌다. 매주마다 마틴 교수님은 내 논문의 진행 상황을 점검해 주시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들도 지적해 주셨다. 그리고 가끔은 논문은 접어둔 채, 우리는 서로의 가족, 여행 계획, 스포츠 등에 대해 한참 동안 수다를 떨기도 했다.


마틴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함께한 그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지금도 마틴 교수님을 떠올리면 괜히 가슴이 뭉클해진다. 박사 과정을 통해 내가 얻게 된 자산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항상 나를 믿어 주고,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나의 좋은 스승이자 평생 친구인 마틴 교수님이다.


'인격'을 지도교수 기준으로 삼았던 나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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