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전파 Nov 21. 2021

중도의 괴로움

뉴스톱 김준일 대표의 경우를 생각하며

 최근 여러 시사 프로그램들에 관심을 갖고 듣고 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방송국이 달라도, 프로그램이 달라도 출연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점이다. 시사/정치 방송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국회의원, 변호사, 기자, 평론가들은 일종의 방송국 섭외 목록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가는 것이 업계 관행인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그가 당시 출연하고 있던 방송이 20여 개에 달해 방송가에서는 그 자리들을 어떻게 메꿔야 하는지에 대해 하소연을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팩트체크 전문 언론 매체인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 역시 그러한 방송가 섭외 목록의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김준일 대표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얼굴과 목소리가 눈에 익기 시작하자 다른 방송들에 출연하는 모습을 곧잘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근택, 진중권, 김성회, 김수민, 장성철 등등을 비롯한 무수한 논객들 사이에서 김준일 대표는 내가 신뢰하는 논객이 되었다. 그 이유는 그가 어떠한 주장을 내어놓을 때는 팩트에 치중해서 논의를 전개시키기 때문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뉴스톱의 영어 철자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는데, 뉴스톱의 영문 철자는 "News Top"이 아니라 "News ToF"이다. "ToF"는 "True of False"의 줄임말이라고 하며, 그가 뉴스나 어떤 주장에 대해서 팩트를 얼마나 중시하는지에 관해서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그의 성향 때문인지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는 주 시청자들에 따라 그에 관한 평가도 달라지는 듯하다. 비교적 진보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여겨지는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는 극우, 국민의힘 골수 지지자로 매도되는데, 방송 중에 몇 번이나 그는 살면서 보수 정당에게 투표한 적이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에 얼마 전에 있었던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을 검증하는 대선 시그널 프로그램에 그는 이준석 대표의 추천으로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와중에 올라오는 실시간 댓글을 비롯해서 면접을 보는 당사자인 홍준표 후보가 그를 골수 좌파로 평가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종종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전체적인 논조가 좌파라고 일컬어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감히 판단한다.


 이러한 상황을 겪는 그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좁혀서 정치의 영역에서 중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좌파의 주장이든, 우파의 주장이든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그에 걸맞은 입장을 취하겠다는 것이 중도의 기본 전제일 텐데, 그러한 입장을 견지하게 된다면, 이쪽과 저쪽에서 모두 공격을 받는 위치에 필연적으로 놓이게 된다. 차라리 이쪽이나 저쪽으로 간다면, 그들과 하나가 되고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결속력을 공고하게 다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사안에서 맹목적으로 한쪽 편을 들 수는 없는 것이다. 박근혜의 과오를 덮고 그를 지지하던 태극기 부대는 현실 정치권에서 점점 더 힘을 잃고 있으며, 조국의 흠을 애써 모른 척하고 이를 지키려던 일부 세력들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토를 받고 있다. 틀린 것을 알았을 때 우리 편일지라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비판을 받은 사람들도 기꺼이 그 비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는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준일 대표가 양 진영의 강성 지지층에서 비난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가, 적어도 방송가에서는 그의 존재가 갖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중도 보수라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해오면서 느낀 개인적인 어려움들이 근래 김준일 대표의 얼굴에서 분출되어 겹쳐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보수든, 진보든 연연하지 않고 그를 응원한다.

keywo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