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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전파 Mar 01. 2022

변하지 않는 행정부와 변하지 못하는 국민들

신재민의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를 읽고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저자 신재민 

출판 유씨북스 

발매 2020.03.10.







 정권은 바뀌어도 그 밑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행정부의 구성원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입맛에 발맞춰 행정부와 그 구성원들의 지향점과 방향성은 시시각각 변한다.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라는 평을 받는 관료 집단이지만, 이러한 지점에 있어서만큼은 그 변화의 폭이 크고 빠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공무원 개개인들의 '보신주의'와 '무사 안일주의'는 조직 자체를 보수적인 관료체제를 만들고 변화하는 행정적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게 한다. 국가의 큰 일은 다 이럴 수 밖에 없는가? 어쩌면 이는 공무원의 직업 안정성에서 비롯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대체로 공무원에 지원하기 때문이고, 그들의 합으로 이루어진 집합인 행정부 역시 보수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세금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들의 사익을 추구하라는 뜻이 아니라 외압에 굴하지 말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 소신껏 일하라고 독려하기 위한 것이리라.



 행정고시를 합격하고 공직에 몸담으며 행정부의 문제를 몸소 겪었던 저자는 민주적 행정부를 달성하기 위해서 시민사회의 행정부에 대한 행정 정보 공개 및 행정 집행 과정의 투명화를 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시민사회는 지금 극도의 분열상태에 놓여있다. <보수의 몰락>이라는 책에서는 이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시민의 '참여' 및 전자 정당 도입 등의 독려를 한 원인으로 짚고 있지만, 지금은 그 원인보다는 현 상태에 대한 진단과 해결 방안이 더욱 중요하다. 극한에 다다른 분열에 놓인 시민사회는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기에 여념이 없다. 과연 이러한 시민사회에게 행정부의 감시와 통제까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여력이 남아 있느냐가 더 큰 문제다. 오히려 시민사회는 행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으로 나뉘어진 고래 싸움에 이용되는 새우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이니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보수의 몰락

저자 김종훈, 육덕수 출판 미래사 발매 2020.07.10.







 결국 이는 각 분파별 시민단체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가지고 현 정권을, 전 정권을, 행정부를 아전인수식으로 공격할 무기를 쥐어주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우려를 덮어두고서라도 저자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국민의 혈세가 편성되고 심의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은 그것들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 과정 속에서도 전문 공무원들이 아닌 유착 관계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 매해 새로운 업무를 맡는 사무관들이 담당한다.


 이제 우리는 더 나은 정부를 가지고 싶다.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행정부가 아니라 삼권분립의 지엄한 토대 위에서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혁신시키고 살필 수 있는 그런 정부를. 이러한 바람을 위한 고민을 이 책을 읽고 덮으면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李箱)은 여전히 이상(異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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