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07. 17 에스파-도깨비불 (Illusion)

SMCU에서 조금 벗어난 에스파의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X1KdergD3vc

 에스파가 누구고 어떤 그룹인지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에스파는 데뷔곡이었던 "Black Mamba"부터 "Next Level", "Savage"까지 대중성 그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SMCU"라는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대중에 내놓는 기능을 수행하는 곡들에 초점을 두었다. 물론, 에스파가 데뷔한 직후 곧바로 음악방송에서 1위를 달성하고 타이틀곡들이 음원사이트 차트 상위권에 자리잡는 것을 보면 분명 대중성 혹은 매니아들을 집중시키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기존의 타이틀곡들은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다. 분명 준수한 퀄리티의 곡들이라 생각되지만, 굳이 플레이리스트에 오래 두고 들을만큼의 음악들은 아니었다. 솔직히 고백하거니와 이번 타이틀 곡인 "Girls" 또한 그렇다. 블랙맘바와의 대결과 광야라는 새로운 세계에 관한 서사들을 설명하는 가사들은 이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버린 내 귀에는 조금 낯간지럽다. 

 

 그런데 얼마 전에 헬스장에서 우연히 귀에 꽂혔던 음악이 있다. "겁먹지 말고 이리온." 내가 들은 부분은 어떤 곡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딱 마지막 소절을 들었는데, 취향이라는 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마지막 부분에 겹쳐들은 비트와 멜로디가 기억나, 운동을 마친 후 잊어버리기 전에 음악을 찾았다.

 그게 바로 에스파의 "도깨비불(Illusion)"이었다. 아마도 매니아들 사이에선 "배운 변태"들이라고 불리는 에스엠의 작품이다 보니 이 역시도 SMCU에 연계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이 곡의 가사에선 그런 흔적을 쉽게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음악 그 자체만으로 즐길 수 있었고, 근래 가장 많이 듣는 곡이 되었다. 

 무대가 궁금해 간만에 무대영상도 찾아보았는데, 후렴 부분에서 추는 도깨비불을 형상화한 손의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가사를 살펴보던 중 "Will o'the wisp"라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아무리 반복해 들어도 이 부분이 들리지 않아 의아했다. 알고보니 기계음으로 변주시킨 것 같았다. 사실 이 대목을 봤을 때 특히 반가웠던 건 『드래곤 라자』에 나오는 엘프 이루릴이 즐겨 쓰는 정령 소환 중 하나가 윌로위스프 였기 때문이었다. 어릴 땐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찾아보니 영어권에서 이는 빛의 정령, 혹은 도깨비불의 의미로 통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