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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부터 읽어야 할까? - 웹소설 작법서 추천

by 고전파 Feb 20. 2025


          전 세계에서 소설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작가는 누구일까?


          <다빈치 코드>와 같은 미스터리의 권위자 댄 브라운? 아니면 <샤이닝>을 비롯해 수많은 스릴러를 쓴 스티븐 킹? 많은 사람들이 현대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을 떠올릴 것 같다.







조앤 케이 롤링 (출처 :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1603062101005)조앤 케이 롤링 (출처 :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article/201603062101005)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의외의 인물이 있다.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패터슨이다. 포브스에 의하면, 2016년에 제임스 패터슨은 연간 9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소설가였다. 당시 조앤 k 롤링은 1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3위에 그쳤다.


         이 해의 수입은 상당히 놀라운데, 작가들 중에서만이 아니라 셀러브리티들 사이에서도 고소득 3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위는 당연하게도 걸어다니는 대기업 테일러 스위프트였고, 제임스 패터슨 바로 밑 4위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출처 : https://www.forbes.com/sites/forbespr/2016/07/11/forbes-releases-2016-celebrity-100-list-of-the-worlds-highest-paid-celebrities/)





제임스 패터슨 (출처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323827)제임스 패터슨 (출처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323827)



          2020년 포브스에서 발표한 전세계 셀러브리티의 수입에선 제임스 패터슨이 8000만 달러를 벌어들여 전체 15위를 차지했고, 조앤 k 롤링은 28위를 기록했다. (출처 : https://www.forbes.com/celebrities/ )




          그렇지만 제임스 패터슨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고? 그럴 만도 하다. 한국에서는 크게 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그의 소설은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며 읽는 타임 킬링용 페이지 터너 소설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굉장히 광활한 영토를 지녔고 그만큼 비행기가 대중 교통이라고 할 만한데, 그 때문에 공항 서점에서 이런 책들이 잘 팔리는 것 같다.




          제임스 패터슨을 한국에서는 미국 상업소설계의 김성모로 칭하는 것 같다. 아래의 짤로 유명한 만화가인데, 김성모와 제임스 패터슨은 여러 작가들과 협업을 하면서 다작을 해 수입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소설/만화 공장을 가동하는 셈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작가들이 얼마나 버는지에 대해 파보자는 글은 아닌데,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조금 의외일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었다.




          요 근래 작법서들을 굉장히 많이 읽었다. 웹소설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정작 웹소설 그 자체보다는 작법서를 더 많이 읽은 느낌이다. 몇 권 읽다보니 작법서들의 개성이나 방향이 조금씩 다른 게 느껴져서 한 번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1. 한산이가 - 『웹소설의 신』







이낙준 (한산이가) 웹소설의 신 표지이낙준 (한산이가) 웹소설의 신 표지


                                                 

          바로 요즘 가장 핫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원작자인 한산이가 작가의 『웹소설의 신』이다. 사실 이 책의 이름을 처음 접하고, 스스로를 웹소설의 신이라고 부르는 건가? 하면서 거부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런 내용은 아니었다. 웹소설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이 진짜 웹소설의 신을 만나는 기연을 경험하면서 프로 작가로 발돋움하는 웹소설 형식의 작법서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하는 이유는 웹소설 형식이기 때문이다. 다른 작법서들이 어느 정도 교과서처럼 써진 것과 다르게 쭉 읽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다. 읽다보면 웹소설의 신이 사실은 한산이가 자캐 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책 내내 등장하는 자학 개그가 웃포다.



          웹소설의 작법서들이 누누히 강조하는 게 있다. 독자들이 주인공과 공감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법서는 그 효과를 아주 잘 살린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법서를 읽는 사람들은 적어도 웹소설을 한 번 쯤 써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웹소설 작가 지망생 주인공에 쉽게 몰입하고 빠져든다.



          또한 한산이가 본인이 실전에서 체득한 일화를 풀면서 설명한다. 그 유명한 <닥터, 조선 가다>의 임진왜란 사건은 잊을 만하면 언급되는데 나중에 웹소설을 쓰게 된다면 절대로 이렇게 쓰지는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직접 그렇게 써보고 겪어보고서야 절대로 그렇게 쓰지 않을 게 뻔하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니까...)



          다만 이 책은 작법 그 자체에 집중한 책이다. 계약, 인세 등과 같은 작품 외적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이 궁금하다면 다른 책들을 참고해야 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대체역사물이나 현대 판타지와 같은 남성향 작품을 지망하는 작가들을 겨냥한 조언이 많으니 여성향 작품을 쓰는 지망생들은 다른 책들도 참고하면 좋다.





2. 천지혜 - 『절대 막히지 않는 웹소설 작법』




천지혜, 『절대 막히지 않는 웹소설 작법』 표지천지혜, 『절대 막히지 않는 웹소설 작법』 표지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웹소설 작법을 가르치기도 하는 천지혜 작가의 작법서다. 다른 작법서들과 구분되는 것은 작가가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했다는 점이다. 또한 작가가 쓴 웹소설이 <금혼령, 조선혼인금지령>이라는 드라마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특징이 반영되어서 이 책에선 플롯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웹소설의 신』이 작법 자체에 대한 개론이었다면, 이 책은 작법을 조금 더 기술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드라마처럼 여러 개의 덩어리로 전체 플롯을 나누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그 하나의 플롯 안에서도 세부 장면을 나누어 밑그림을 그린다.




          웹소설을 하나의 드라마나 영화처럼 철저한 플롯 설계 후에 들어가는 것이다. 작가는 플롯이나 캐릭터 설계 당시부터 수십 장을 써두고 본격적인 웹소설을 집필한다고 한다.




          이 작법서는 아무 것도 모를 때에 읽어도 좋지만, 다른 작법서들도 읽고 난 후나 웹소설을 직접 한 번 써본 후 다시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실전에서 필요한, 정말 미묘하게 가려운 부분을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큰 틀을 머릿속에 그려본 다음에 재독하면 분명 이 책의 조언이 더 깊게 와닿을 것 같다.  






3. 정무늬 -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






정무늬, 『웹소설 써서 먹고 삽니다』정무늬, 『웹소설 써서 먹고 삽니다』



                                          

          정무늬 작가의 책 『웹소설 써서 먹고삽니다』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생활밀착형이다. 이 책의 장점은 웹소설 작가 친구가 술자리에서 자신의 썰을 푸는 것 같다는 점이다.




          서문에서부터 작가는 순문학을 지망하다가 먹고 살기 위해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작가는 순문학을 꾸준히 해왔다는 자부심 때문에 웹소설을 만만히 보았다가 큰 코 다친 이야기를 꾸밈없이 풀어놓는다. 나 역시 순문학을 좋아하지만 웹소설과 순문학은 글로 쓴 소설이라는 점만 빼고는 아예 다른 장르나 다름없다. 웹소설은 한국의 순문학보다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미국의 제임스 패터슨 같은 작가들의 페이지 터너류 책에 가까운 스낵컬처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솔직한 좌충우돌 웹소설 도전기를 따라 가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은 앞에서 언급했던 두 책과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앞서 이 책을 생활밀착형 작법서라고 했듯이 인세나 계약 같이 자칫 민감할 수도 있지만, 가장 궁금해하고 어려워하는 점을 설명하는데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계약에 관련한 용어 및 출판사와의 계약에 있어서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짚어준다. 이러한 현실적인 조언은 처음 웹소설을 시작했을 때 겪을 수도 있는 시행착오들을 줄이는데 유용할 것이다.






4. 박경원 - 『박대리 웹소설로 억대연봉』






박경원, 『박대리 웹소설로 억대연봉』 표지박경원, 『박대리 웹소설로 억대연봉』 표지



                  



          이 책은 크게 2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작가 자체가 한산이가 작가의 실제 친구다. 한산이가 작가가 박경원 작가에게 웹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법서의 1부 역시 『웹소설의 신』처럼 작가 본인의 입문기를 웹소설처럼 그리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이 작가 역시 배재대학교 등 실제로 현장에서 강의를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경험을 반영하듯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강의록처럼 정리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시각 자료를 사용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GAP 이론', '할머니-손주 이론'이다.




          GAP 이론은 우리가 흔히 아이돌들을 보면서 하는 '갭모에'와 같은 것이다. 주인공이나 다른 캐릭터에 있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나 특징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아이돌이 사실 무대만 내려오면 순둥순둥한 강아지가 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할머니-손주 이론은 작가는 스스로의 주인공을 자신의 손주처럼 생각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귀엽고 예쁘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손주는 제3자 보기엔 이상한 아이일 수도 있다. 즉 작가는 할머니, 주인공은 손주라는 것인데, 작가는 이 손주가 제3자인 독자들에게 이해가 될 수 있고 응원받을 만한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조판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자료 사진을 보여주니 눈에 확 들어와 이해가 쉬웠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출판 마감 기한에 쫓겼는지 오탈자가 너무 많이 눈에 띄었다. 2쇄나 개정판에선 오탈자를 바로 잡아줬으면 좋겠다.







5. 로엘 - 『딱 2달만에 로맨스 작가로 데뷔시켜 드립니다』






로엘, 『딱 2달만에 로맨스 작가로 데뷔시켜 드립니다』 표지로엘, 『딱 2달만에 로맨스 작가로 데뷔시켜 드립니다』 표지



                                 


          『웹소설의 신』, 『절대 막히지 않는 웹소설 작법』이 입문서, 『웹소설 써서 먹고 삽니다』, 『박대리 웹소설로 억대연봉』이 개론서 쯤 된다면, 이 책은 완전히 실전형 각론쯤 된다.




          작가 스스로 시도하고 검증한 '플,무,컨,투' 공식을 설명한다. 자신의 작품 성향에 맞춰서 플랫폼을 분석하고 공략해야 하고, 무료 연재를 한 후 컨택을 받거나 투고를 해 정식 작가로 계약하는 방식을 알려준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작법서라고 보기엔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같이 웹소설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조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들은 웹소설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전반적인 소설 자체에 대한 책들이다.





샌드라 거스, 『묘사의 힘』




샌드라 거스, 『묘사의 힘』 표지샌드라 거스, 『묘사의 힘』 표지



                          


          이 책은 '보여주기'에 대해 강조하는 책이다. 소설은 작가 스스로 말하는 방식과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드는 방식은 '보여주기'다. 작가는 스스로 소설가로 활동한 경험과 편집자로서도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마치 모의고사 같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 챕터에서 배운 내용을 연습문제처럼 바로 적용해볼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연습을 해나가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소설을 쓸 때 그냥 단정적으로 발언해버린다는 점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보여준다는 것과 말한다는 게 무엇이 다른지 감을 잡기 어려웠는데, 다 읽고 연습을 해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데이먼 나이트,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데이먼 나이트,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표지데이먼 나이트,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표지



                                         

           이 책은 단편소설을 쓰는데 집중하는 책이다. 이 책은 웹소설에 적합할 수도 있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외국의 소설들은 내용은 다르지만 구조적으로는 웹소설과 유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의 소설을 중심으로 하다보니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내용은 유용했다.




           서문이 상당히 인상깊다. 작가는 소설은 배워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고 고백한다. 그러므로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부터 스스로 실패했다는데, 솔직한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 책도 많은 연습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다만 이 글에서 설명한 책들 중에서는 가장 진지한 책이라 가볍게 읽기는 쉽지 않다.







김연수, 『소설가의 일』







김연수, 『소설가의 일』 표지김연수, 『소설가의 일』 표지



   



           이 책은 소설 작법 자체에 대해 기술적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오랜 기간 소설가로 활동해 온 작가가 생각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 예를 들어 개연성, 핍진성, 인물 등에 대해서 설명한다. 소설을 쓰려는 마음, 소설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 일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작가의 유머가 녹아들어 있어서 꼭 작법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김연수 작가의 팬이라면 가볍게 읽어도 좋은 책이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론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웹소설을 조금이라도 써보고 작법서를 읽는 걸 추천한다. 직접 써보고 다시 읽어보니 새롭거나 더 정확하게 와닿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몇몇 조언을 바탕으로 새롭게 글을 써보니 훨씬 더 나은 성과를 얻기도 해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먼 나이트가 말했듯이 소설이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서 다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김연수 작가가 말했듯이 그냥 토가 나와도 초고를 쓰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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