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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골프 Jul 11. 2018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워터해저드를 피해서 친다고? 반드시 빠진다.


왼쪽은 해저드,
오른쪽은 오비입니다.
이 홀은 슬라이스 홀입니다.


캐디 언니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슬라이스 홀이면 슬라이스를 내라는 거야, 뭐야?’ 슬그머니 짜증이 올라온다. ‘이번에 배판인데, 아! 슬라이스 날 것 같은데? 오른쪽으로는 절대로 보내지 말아야지.’ 단단히 마음을 먹고 티샷을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클럽 페이스에 맞은 볼은 우아한 슬라이스 곡선을 그리며 오비 구역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위의 예는 골퍼라면 자주 겪는 일일 것이다. 티샷이 멀리 나가 50야드를 남겼는데, ‘혹시 뒷 땅을 치면 어떡하지? 창피할 텐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뒷 땅이 나서 망연자실했던 기억은 왜 그렇게도 많은지. 아마추어 골퍼뿐만 아니라 프로골퍼들도 마찬가지이다. 숏게임의 달인이라 불렸던 코리 페이빈(Corey Pavin)은 한 인터뷰에서 ‘워터 해저드만 피해야지’라고 친 샷이 이틀 연속 해저드에 빠진 경험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 부른다. 원래 자기실현적 예언이란 좋은 쪽으로도 안 좋은 쪽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즉,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예상하면 그대로 나쁜 일이 벌어지고,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믿으면 실제로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스포츠 상황에서는 이러한 자기실현적 예언이 즉각 결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억제해야 할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수행을 해치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비를 내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어떤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 때 우리 뇌 속에서는 두 가지 프로세스가 동시에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일단 첫 번째로 오비를 내지 않기 위해 해야 할 행동을 의식적으로 판단하고 계획하는 프로세스가 발생한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는 오른쪽으로 오비를 내지 않기 위해 왼쪽을 겨냥해야 하며, 슬라이스를 내지 않기 위해 스윙 궤도를 인 아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뇌 속에서는 첫 번째 프로세스와 동시에 원치 않은 생각을 물리치는 자신의 능력에 혹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걱정하는 무의식적인 프로세스가 작동한다. 그런데 압박감이 있는 상태에서는 두 번째 프로세스가 첫 번째 프로세스의 뇌 활동을 방해한다. 쉽게 말하면 어떤 행동을 억제하는 노력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뇌의 인지적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오른쪽으로 슬라이스를 내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샷을 하기 전 "그린 앞에 벙커가 있네, 안 빠지게 좀 길게 쳐야지", " 워터해저드 쪽으로는 보내지 말아야지." 등의 부정적 생각을 떠올리게 되면, '피해야지 혹은 말아야지'에 대한 이미지가 뇌 속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벙커나 워터해저드만 머릿속에 그려지게 된다. 그러면 무의식 중에 뇌는 벙커나 워터해저드로 향하게끔 하는 스윙을 하라는 운동 명령을 내려 버린다. 그러면 우리의 신체는 우리 머릿속에 그려놓은 부정적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부정적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에 대한 생각을 억제하여,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에 대한 생각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생각 중단(thought-stopping)이란 전략을 추천한다. ‘오비가 날 것 같은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바로 “그만!!”이라고 크게 외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에 호통을 침으로써 최대한 다른 곳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날 때마다 이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동반자들 때문에 눈치가 보여 큰소리를 낼 수 없다면 혼잣말로 중얼거려도 좋다. 또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흥얼거리며 노래를 불러도 좋다. 이렇게 해도 부정적 생각이 떨쳐지지 않을 때는 자신에게 일시적 고통을 주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머니 속에 있는 티로 손바닥을 찔러주거나, 좀 엽기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뒤통수를 한 방 먹이는 방법도 있겠다.


    두 번째로 적극적 집중 전략이라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부정적 생각이 들 때 그 생각을 억지로 억누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찾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에 올려져 있는 공의 로고를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티샷 한 볼이 떨어져야 할 이상적인 위치를 구체적으로 쳐다보고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다. 이때 집중해야 할 대상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정하여야 한다. “페어웨이 중간”을 목표로 설정하지 말고, “왼쪽 벙커 20미터 오른쪽 움푹 들어간 곳” 같이 구체적으로 설정한다. 이렇듯 자신의 동작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면 뇌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세 번째로 피하고자 하는 생각을 곱씹지 않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명상을 추천한다. 라운드 중에 잔디에 주저앉아 정식으로 명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선채로 잠깐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며 속으로 열을 거꾸로 세 본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네 번째로 심상 기법을 사용한다. 자신이 해볼 행위를 마음 속으로 상상해봄으로써 불안 등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차단하고, 자신감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셋업을 하고 공을 보며 실제로 내가 티샷을 하는 상상을 한다. 정확한 임팩트가 들어갔을 때 공에 맞는 손에 감각을 상상하고, “깡”하며 들리는 임팩트 소리를 상상하며, 그 공이 페어웨이 가운데로 예쁘게 드로가 걸려 굴러가는 상상을 한다. 동반자들의 함성소리까지 상상을 하면 더욱 좋다. 덧붙여 굿샷을 하고 난 뒤 으쓱한 기분까지 상상하라. 이러면 불안한 느낌과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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