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짧은 소설> 소심한 복수

by 비니

우리말이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 하나쯤은 있잖아..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누구겠어. 남편이지. 별칭은 남의 편.


세상에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지. 알지.


문제는 이 남의 편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진다는 거야.


예를 들게.

멀리 찾을 필요도 없어. 바로 오늘 밤 10시경 일어났으니까.


휴대폰에 남편의 이름이 떴어. 받기 싫었지. 그래도 받았어.


“콜 불러 줘. “

술 취한 목소리.

“나 부를 줄 몰라. 한 번도 안 해 봤어.”

“그래?”


통화 종료. 톡을 보냈는데 알고 봤더니 내가 확인 안 하니까 전화를 한 거더라고.


자기가 택시 불러서 타고 오면 되지 꼭 나를 시켜. 예전부터 그랬어.


내가 마음이 너무 약한 게 문제야. 다 받아주니까 이렇게 된 거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나는 아무 잘못 없다고?

그렇지. 약한 사람한테 자기 힘 과시하는 사람이 나쁜 거니까.

신경과에서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 때 먹으라고 처방한 알약이 있다는 게 생각났어. 약통을 열어 한 알을 삼키고 몇 분 지나니까 증상이 나아졌어.


이십 분 정도 지났을까. 휴대폰이 울려. 누구겠어. 아까 그 남자지.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 안 받았을 것 같다고?

맞았어. 어때. 나 잘했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꽃길만 걷자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