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YOB Kim Apr 18. 2016

5년, 스타트업이 가르쳐 준 것들(1)

#1. 스타트업 입문과 지원사업

올해 대학원에 진학하며 스스로 세웠던 단기 목표는 '책'을 한 권 집필하는 것이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무사히 졸업만 해도 감사한 일이지만 문득 어머니께서 평소에 "목표는 높게 잡고 시작해야 반이라도 간다." 고하셨던 말씀이 생각나 실천에 옮겨보기로 했다.


평소에 나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잘 챙겨 읽지 않는다. 사실 내 주위에 또래 친구들 중에서 독서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는 경우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 대학 시험을 위한 전공서적, 취업 족보 같은 것들을 읽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느라 글을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간 내서 읽고 쓰는 연습을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이 들었다.


일상적이고 쉬운 것에서부터 글쓰기를 연습하면 나도 언젠가는 내 생각을 글로 잘 풀어쓸 수 있을 거라 믿고 앞으로 평범하지 만은 않은 나의 스타트업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 2010년

고등학교 수험생활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운이 좋게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을 했다. 고등학생 때 인상 깊게 읽었던 이건희 회장에 관련된 책의 영향으로 'CEO가 될 거야!' 하고 무조건 경영학과를 지원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경영학 이론을 배우는 것은 고등학생의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어 놓은 자기개발서를 읽을 때에 비해 가슴이 뛰지 않았다. (사실 술의 영향도 컸다)


그렇게 학교 생활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던 참에 친구 놈이 창업경진대회를 나가보자고 꼬드겼다. 창업경진대회? '엄마가 창업은 위험한 거라고 그랬는데...' 그래도 책상에 앉아서 경영학 원서를 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순수하고 어린 마음에 '콜'을했고 그렇게 나의 스타트업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Q. 경영학 전공자는 스타트업을 잘할까?

최근 스타트업 방법론 중 많이 거론되는 Lean startup, How to startup과 같은 자료를 참고해 보면 경영학과 스타트업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경영학은 '관리(management)'의 분야다. 기존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배치할 것인가를 사례를 통해 파악하고 분석하여 이론적으로 정리해 놓은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반면에 스타트업은 '도전(Challenge)과 창조(creation)'의 분야다. 한정된 자원 혹은 아예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며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는 활동이 스타트업의 본질에 가깝다고 본다. 그러니 경영학 전공자라고 해서 창업을 더 잘 할 것이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나를 위로해 본다...


Q. 그럼 누가 스타트업을 해야 해?

나는 정말 스타트업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성적임, 귀찮음, 안정을 추구함, 몸 쓰는 것을 좋아함... 나를 나타내는 이런 키워드들이 스타트업의 본질과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잠시 내려놓은 기간 동안에 다른 것을 해보려고도 시도해 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앞으로 연재하는 이 글들의 내용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분명한 것은 스타트업을 경험하며 배운 것들이 나를 점점 바꾸었다는 것이다. 이 세계는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늪처럼 보인다. 정말 잘 선택해야 하지만 선택에 대해서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해야 하는 분야이다.


요즘은 스타트업도 학벌이 높은 사람들끼리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해외 MBA나 국내 유수의 대학을 다니는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면 투자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곳만큼 학벌의 장벽이 낮은 곳이 있을까? 스타트업을 하는 목표가 투자받는 것이 아니기에 시장을 더 잘 알고 고객과 더 잘 소통하는 사람들이 묵묵히 일을 해나간다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런 사람이 스타트업을 해야 해.' 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 2011년

친구 2명과 같이 준비한 대학 주최의 전국 창업경진대회에서 정말 말도 안 되게 우수상을 수상했다. 사실 들고나갔던 교구 아이템은 친구 놈이 청소년 때 발명대회를 휩쓸고 다녔던 아이템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20살짜리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풋내기들이 창업경진대회에 나가보겠다고 시제품을 만들어 심사장까지 씩씩거리며 들고 갔던 모습을 심사위원 분들께서 기특하게 보셨던 것 같다.


창업경진대회 추최 측에서는 우리에게 당시 처음으로 생긴 '청년창업사관학교'라는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해 보라고 권유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또 순진하게 사업계획서와 시제품을 만들어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당시 작성한 사업계획서는 지금 봐도 정말 오그라든다. 무엇을 알고나 적었겠는가? 역시나 패기로 밀어붙였던 우리는 당시 8천만 원이라는 지원금을 받고 안산에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연수원에 1년간 입교를 했다.


1년간 창업에 대한 교육과 자금 지원을 받으며 사업에 몰두했다. 개인적으로 휴학을 했으며, 부모님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혔었지만 모든 풍파를 이겨내고 한 가지에 그렇게 몰입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아무것도 모르니 일단 해 보자 하고 주먹구구 식으로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시제품을 만들고 여러 박람회, 국제전시회, 발명대회 등에 참가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고 보는 사람들마다 우리 아이템에 대해서 창의적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이제 떼돈 벌일 만 남은 줄 알았다. 이 모든 것이 함정 인지도 모르고... To be continue



창업경진대회와 정부지원사업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나가기 전에 창업경진대회나 정부지원사업을 통해서 아이템에 대한 검증과 지원을 받으려고 한다. 초기 사업자금을 마련하고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창업대회나 정부지원사업의 심사위원이 당신의 고객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평가를 하지만 그들이 나와 똑같은 사업을 직접 해봤을 리는 없다. 심지어는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 분야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앉아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말에 일희일비하여 사업의 본질을 놓치지는 말자. 항상 답은 시장(고객)에 있다.


정부지원사업 또한 양날의 검과 같다. 지원기관에서 자금 사용을 위해서 굉장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것인지 영수증 처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실제로 제도에 치여서 본 사업보다는 곁다리에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지원기관과 스타트업이 '갑'과 '을' 정도의 관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로 정부 돈을 받고 (자기 자본을 1도 들이지 않고) 사업을 하게 되면 안일함에 빠지고 만다. 이는 '책임감'과 '간절함'같이 사업을 대하는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확실성이 높은 스타트업에서 이러한 심리적 요소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엄밀히 보면 나의 첫 번째 사업이 망한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니 창업대회와 정부지원사업에 너무 목을 매진 말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