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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go May 23. 2022

<밤이 선생이고 밤은 나의 친구>

#1 당신의 사소한 사정 

2013년 7월 선생의 책을 구매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고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 책을 구매하고 책장에 묵혀 두고 있다가 이사를 두 번이나 했고 그러면서 약 2,000권의 책을 버리면서 그래도 머뭇거리면서 버리지 못한 책이 하나 있다. 그 책이 다름 아닌 <밤이 선생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지만 어떻게 글을 이렇게 미사여구가 정제된 상태로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눌러쓸 수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라 읽으면 항상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어쩌면 그는 밥 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사람일 것이다


이른 새벽에 무심코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2022년 하고도 5월 23일이다. 새벽 4:44분에 눈을 떴고 더 자려다가 머리가 너무도 맑은 탓에 그냥 일어나기로 마음을 먹고 분리수거를 잠시 하고 시리얼로 아침을 챙겨 먹고 이른 새벽에 일어났으니 이 고요한 시간에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어 읽었다. 


책을 후루룩 넘기다가 펼쳐 든 부분이 다름 아닌 '당신의 사소한 사정'이란 페이지. 전영주 시인의 책, 그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전영주 시인이 대중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강조하는 것은 당신이 잘 아는 것, 사소한 것, 당신의 실패와 변화에 대한 글을 쓰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은 사소한 것과 우리가 잘 아는 것은 사실 같은 것이라고 슬며시 알려준다. 


사소한 일이라도 그 부분, 범주에서는 당신이 최고일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박사나 대학원을 들어가서 한 분야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깊이에 있어서는 그 어떤 사소함은 이런 전공자들의 지식을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대로 배추를 잘 다듬는다거나 식중독이 만연한 날씨에도 음식을 잘 다루고 식재료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잘 보존하고 준비하는 주부들의 생활의 지혜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것이니 사소함은 결코 사소함이 아닌 것이다. 


선생은 당신의 사소한 사정이라는 내용에 의미심장하지만 사소한 듯이 살며시 끄적여 놓은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읽은 이로 하여금 무릎을 탁 치게 한다. 

<밤이 선생이다, 176P>


"사소하다는 것은 세상의 큰 목소리들과 엄밀한 이론체계들이 미처 알지 못했거나 감안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들은 바로 그 때문에 독창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사소해서 주류의 세상에서 벗어나 있어서 사소하거나 특별하지는 않아도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 일 수 있으며 개인의 기록이 될 수 있음은 물론 확장하여 본다면 개인의 서사가 되는 것일 것이다. 


우리의 사정, 당신의 사소한 사정 그 하나하나가 연결될 수 있는 세상에 놓여 있다. 소셜미디어 링크와 공유 한 번이면 세상 어디든 전해진다. 다만 언어가 다르며 서로의 아침과 밤이 달라서 닿을 수 있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무튼 이렇게 연결된 세상에서 우리의 저간의 사정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서로에게 닿을 수 있다. 사소한 사정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선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글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사실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이렇게 두서없이 써보는 이유는 2020년 올해 100개의 글을 써 보겠다는 결심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어떤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읽어줄지도 모른다. 그동안 트위터 같은 곳에 짧은 글을 위주로 써 왔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길이가 있는 글은 사실 상 내게는 버거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읽어야만 하고 나의 사소한 사정이 누군가에게 꼭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결심은 아니다. 좀 더 나은 글을 쓰는 연습을 하고 싶다는 것이고 백지에 끄적이기보다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써 내려가 보다 보면 나아질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은 사소한 사정이란 에피소드들에서 힘주어 말하고 있다. 


"글쓰기가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바로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서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은 자신의 사소한 경험을 이 세상에 알려야 할 중요한 지식으로 여긴다는 것이며, 자신의 사소한 변화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사랑으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2022년 5월 23일, <밤이 선생이다>의 하나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첫 시작을 해 보았다. 얼마나 주기적으로 끄적일지는 확신을 못하겠지만 시작을 했으니 오늘은 만족스러움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맘먹는다. 말로만 하거나 생각만 하거나 하는 생활을 청산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며 100개의 글을 어떤 식으로든 끄적이고 나면 분명히 조금은 나아져 있을 것이므로 에세이 한 편이라도 적을 수 있는 상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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