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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블티좋아 Dec 02. 2021

다주택자 사촌언니

마음 부자 금전 부자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촌들보다 더 친하게 지내던 사촌언니가 있다.

같은 동네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국민학교 6학년, 중학교도 같이 다니고 매일 숙제도 같이 하고 언니 친구들 모임에도 열심히 쫓아다니다 고등학교 때 우리 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가끔 연락을 하고 만났었다.


그러다가 내가 주재원으로 외국에 파견 나간 남편을 잠깐 보러 갔다가 바로 눌러앉아 살게 되어 연락이 끊겼고 언니 결혼식에도 참석을 못하다가 몇 년 후 비자 갱신 때문에 잠깐 한국에 올 때 만났다.


연신내 지하철역 가까운 곳에 근사한 벽난로 인테리어가 있는 멋진 빌라를 감탄하며 구경하는데 벽난로는 장식용이고 실제 켜지지는 않는단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멋 내기 좋아하고 집안 꾸미는 거 좋아하는 언니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안방 구경을 하고 현관과 가까운 방을 들어가려는데 언니가 그 방은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어떤 아가씨에게 월세를 내주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형부 월급으로 세 식구가 살기 빠듯하자 언니는 20년 전인 그때부터 돈 모을 방법을 생각하고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거다.


어느 날 해외 주재원이었던 남편이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친정부모님이 불려주신 억대 돈으로 회사를 차리더니 6개월도 안되어 망했다고 해서 6살  딸아이와 함께  모든 걸 버리고 한국에 와 친정에 얹혀살며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제 두 아이 엄마로 집안일도 하면서 식당 주방보조로 알바를 하는 예전부터 톡톡 쏘는 말투였지만 언니는 더 날카로워져 걸핏하면 화를 내서 만나도 조심스럽고 불편하고 나 또한 쓰리잡에서 시작해서 돈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 만남이 뜸해지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몇 년이 흐르고 언니는 옷가게를 시작했다.


 원래는 동대문에서 옷이나 귀걸이 등을 가져와 길거리에서 행거와 미니 장식대를 놓고 판매하다 주변 상인들의 신고로 출동한 구청 직원에게 쫓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매번 여기저기 자리를 옮기며 장사하다가 안 되겠어서 대출을 좀 내어 가게를 마련했다고 한다.


원래부터 미와 옷 입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서 그런지 가게 인테리어와 쇼윈도 장식도 아무런 고민 없이 셀프로 척척 해냈고 아직 상가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않았던 신도시에 옷가게가 생기자 저녁 먹고 산책 겸 구경온 인근 거주자들로 늘 북적였고 형부도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서 아이들을 돌보았다.


언니 목소리가 밝아졌고 어렸을 때 자주 보았던 환한 웃음도 보였다.

몇 번 호기심으로 새벽시장에 따라갔다가 몇 시간씩 이 상가 저 상가 헤집고  오고는 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몇 달 후 바로 앞 버스정류장을 통과하던 일부 버스 노선이 변경된다고 하자 언니는 주변 상인들과 연대해서 구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영업에 지장이 되는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기 시작했으나 노선 변경은 확정되어 옷가게 손님이 줄고 언니는 가게 정리를 하면서 다시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몇 년이 지나 부동산 갭 투자가 유행할 무렵 언니는 경매 공부를 하고 아파트 갭 투자로 다주택자가 되었고 지금 그 아파트들은 상상도 못할 가격으로 뛰었다.


투기냐 투자냐의 논쟁을 떠나 언니는 부자가 되기 위해 이미 20년 전부터 내가 생각도 못했던 것들에 대해 정보를 얻고 실천을 하여 지금의 여유 있는 생활을 얻게 되었다.


언니가 한참 예쁜 아이들의 잠든 모습을 뒤로하고 깜깜한 밤에 경기도 신도시에서 소형차를 몰고 동대문시장에 가서 언니 키 절반만 한 대형 비닐봉지 두세 개를 질질 끌고 다니며 돈을 벌려고 노력한 거다.


다시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목소리도 밝아졌다.

지금은 또 비트코인과 주식 등 금융공부와 투자도 하고 있다.


다주택자로 상당히 많은 건강보험료를 내던 언니는 직장 건강보험료를 적용받기 위해 지금은 물류센터 계약직으로 일한다.


젊은 시절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외삼촌댁은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었어서 언니는 대학은 꿈도 못 꾸고 일어 공부를 해서 관광호텔 프런트 데스크에서 일했었고 결혼 후 바로 허니문 베이비가 생겨 전업주부가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쇄소에서 일하는 형부 월급 또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30평대 아파트에서 캡슐커피를 마시고 친환경 화장지를 사용하는 언니.


누가 뭐 래든 나는 언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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