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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모어 Dec 12. 2020

통통

중대재해에 대해서


중대재해 무발생 150일째. 건설 현장에 처음 출근하면 받아야 하는 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교육장에 모여서 처음 본 팻말이었다. 그러니까 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교육자는 이 현장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건설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에서 교육자는 한 영상을 보여줬다. 멀리에 있는 CCTV에 찍힌 건설 현장의 모습이었다. 사람은 개미처럼 작았고 수십 톤이 넘는 건축 자재는 레고처럼 보였다. 타워크레인으로 건축 자재를 들어 올리는데 중간에 줄이 풀렸다. 레고처럼 건축 자재가 통통 튀었고 개미 같은 사람이 맞고 쓰러졌다. 마찬가지로 중대재해 사고 현장이었다. 다시 말해서, 레고 같은 건축 자재에 맞은 개미 같은 사람이 죽었다.

 2020. 2019년에 미래를 상징해야 할 숫자가 한국에서는 죽음을 상징했다. 2019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2020명이었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죽지 않고 아파트가 설 수 없다. 당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지을 때도 사람이 죽었다.

 건설 현장에서 사람이 죽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당연히 노동자의 부주의도 있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며 서로를 봐줄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각자 일에 집중하다 보니 위험한 요소들을 확인하지 못한다. 그래서 용접 같은 위험한 일을 할 때면 화재 위험을 확인하는 일만 하는 화재감시자가 따라다니도록 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위험을 줄이는 데에 들어가는 인건비 부담이 고스란히 하청 업체로 가고, 재하청 업체로 갔다. 새로운 법이 생긴다고 해도 A사에서 하청업체에 주는 돈이 늘어나지 않는다. 늘어난다고 해도 재하청업체까지 가지 않는다.  그러니 하청업체에서는 위험관리에 필요한  인원을 더 뽑지 않는다.

 혹은 위험관리에 들어가는 명목으로 돈을 늘려주지 않으니 하청업체나 재하청업체에서는 위험 관리를 위해 사람을 더 뽑지 않고 이익을 남긴다. 아니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라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고 위험 관리를 여전히 소홀히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본사 직원은 아파트를 짓지 않는다. 아파트를 짓는 사람들은 모두 하청 업체 직원들이다. 본사 직원들은 대체로 안전관리자를 맡는다. 본사 직원들은 모두 안전관리자인데 본사는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벌금을 내고 실형을 사는 사람은 하청업체 직원들이다.

 본사는 돈만 올려주면 땡인가? 마르크스가 말한 물신주의가 여기에서 또 나타난다. 돈은 수단이다. 안전이 목적이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제도를 개선해왔다.

 의사에게 돈을 많이 주는 이유는 의사가 생명을 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에 대한 보상으로, 또 힘든 공부를 하게 하기 위한 유인으로 우리는 의사에게 많은 돈을 준다. 그리고 의사는 많은 돈을 받는다. 돈은 수단이고 생명이 목적이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생겼다. 그래서 군인 출신 대통령은 사회보험 제도를 만들었다.

 과거에 돈에 관계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듯이, 지금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할 때다. 그런데 174석은 잠자고 있고 어머니는 추위에 떨며 밤새우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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