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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18. 2024

68/100

불운 자석

나는 철들라면 멀었다. 그래서일까? 억지로라도 철이 들라고 하늘이 내 안에 불운 자석을 심어뒀을지도. 나는 항상 제일 성격이 기묘한 사이코들에게 자주 걸렸다. 때로는 마냥 당했고 때로는 서로 각을 세워 싸웠다. 거의 야생의 동물들처럼 감정적으로 물어뜯곤 냈다. 내 성격이 모가 나서 악연이 연달아 온 것도 있지만, 묘하게 나는 정의의 축에 속했다고 믿었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동호회에서도 그래서 참 웃겼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서라고도 하지만, 도덕적 명분이 중요했다. 나와 척을 지는 쪽은 철저히 자기 욕망에 충실한 쪽이었는데, 나는 그 꼴은 못 보고 걸고넘어졌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고 정의의 사도는 또 아닌데 뭐 하자는 노릇인지. 아마 나는 그때까지 싸움에 중독이 되었을지 모른다. 내 뇌가 이 정도 자극은 받아줘야 좀 살만하다 생각했었을까? 그러니 못살겠더라. 피곤해서. 당시의 나는 참 빼빼 말랐었다. 예민함의 끝판왕이었던 20대가 기억난다. 어느 날 헌혈을 하러 갔는데 간호사가 돌려보내려 했다. 말라서 사라질 것 같은 사람이 왔으니. 하지만 나는 숨겨진 볼륨(?)이 있던지라 너끈히 기준량의 피를 뽑고 갔다. 당시 멜랑꼴리아는 내게 불행을 주고 날씬함을 줬었는데, 지금은 좀 후덕해졌다. 좀 도와줘. 멜랑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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