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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Apr 23. 2024

72/100 나의 멜랑꼴리아

주고받은 것

나의 멜랑꼴리아는 내게서 무엇을 앗아갔고 무엇을 주고 갔나? 질문을 바꿔본다. 멜랑꼴리아의 등장 자체가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혹시 멜랑꼴리아가 한 때 혜성이었다가 이제 궤도에 완전히 갇혀서 나의 위성이 된 것은 아닐까? 도무지 떠날 생각이 없으시네. 각자 위성이나 혜성을 달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알아볼 수 있게 되었으니, 세상을 보는 관점을 내가 얻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잃은 것은 대책 없는 해맑음이겠지? 학창 시절 자주 붙어 다닌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모난 구석이 많은 친구였다. 좋은 점도 많았지만 말이다. 어느 날 그 친구는 나의 팔을 세게 쳤는데 장난이 지나쳤다 생각한 그 친구가 되려 " 안 아팠어? 미안" 하며 사과를 했다. 나는 그때 뭔가 몰입하며 적고 있었나? 그리고 있었나? 그래서 바보같이 웃으며 "헤헤 견딜 만 해"라고 대답해서 그 친구가 충격에 빠진 적이 있었지. 쉬는 시간에 아파서 봤더니 팔에 멍이 들어있었더라. 지금 그런 일이 있다고? 어휴 고 계집애는 나한테 머리채 잡히고도 남았지. 아니면 내 입에서 나오는 팩트폭력기로 아주 순살이 났던가. 아니 애초에 내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독기로 인해 알아서 살살 대했을 것이다. 멜랑꼴리아는 결국 세상에 무방비한 내게 방어기제를 선물해 준 것은 아닐지? 내 동심을 앗아간 대신에 말이다. 철이 든 것은 아닌지? 멜랑꼴리아의 조각이라도 있으면 주워다가 현미경 관찰이라도 해 보고 싶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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