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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Roro Jun 27. 2024

자기 전 대화

비보를 접한 뒤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출석 번호와 키 번호를 같이 부여한다고 한다. 출석번호는 가나다순, 키 번호는 말 그대로 키 순서다. 학우가 떠난 후 아이는 출석 번호와 키 번호를 부를 때마다 그 아이가 빠진 자리를 실감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이의 미술 작품과 물건이 든 바구니, 사물함이 텅 비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빈자리만큼 아이들은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한다. 소문도 생겨났다고 한다. 그 아이를 그리워하며 울다가 기절한 친구도 있다고 하고 말이지. 왜 그렇게 물건을 다 가져가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 대답했다. 그 아이의 엄마, 아빠가 빨리 달라고 하셨을 거야. 너무 소중한 보물 아니겠니? 그러자 아이는 바로 납득한다. 재우기 전이되어서야 이런저런 속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이 시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심각한 고민도 있고 너무 하찮도록 귀여운 고민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나한테 말한다는 것이다. 말해준다는 사실이지. 언젠가 내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나는 뒤에 남겨진 기분이 들까? 그래도 그 성장도 받아들여야겠지. 지금은 꼭 안고 재우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도리밖에 없지 않을까? 많이 울더라도 내 품에서 울거라. 웃을 일이 있다면 세상을 뛰어다니며 웃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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