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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수 Aug 29. 2016

카를로 안첼로티의 바이에른 뮌헨

그가 준 변화들

"전에도 말했듯이 과르디올라로부터 환상적인 팀을 물려받았다. 특히 컨트롤과 점유율이 대단하다. 측면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싶지만 전술적으로 큰 변화는 주지 않을 것이다."

리그 개막전을 완벽한 6대0 승리로 장식한 후 카를로 안첼로티가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실제로 그의 말처럼 과르디올라 특유의 색깔이 많이 보였다. 점유율이 압도적이었고, 과르디올라 체재에서 완벽해진 패스 워크도 여전했다. 하지만 안첼로티의 축구도 뚜렷이 보였는데, 분명 바이에른 뮌헨은 안첼로티 밑에서 달라지고 있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했지만 안첼로티가 바이언에 불러온 전술적 변화 몇 가지를 분석해보려고 한다. 

1. 과르디올라는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후 상대 진영에서 간결한 패스와 점유율로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선호했다. 물론 더글라스 코스타의 크로스나 제롬 보아텡의 롱볼도 적극적으로 사용했지만 전체적인 라인을 올리는 건 세 시즌 내내 변함없었다. 

라인 올리기는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항상 상대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역습에 능한 팀을 상대로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드는데 능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대패한 이유도 이거다. 

안첼로티가 준 가장 큰 변화가 여기에 있다. 이번 경기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을 만큼 브레멘을 압도했지만 절대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지 않았다. 전진성이 강한 훔멜스도 안첼로티의 지시를 받았는지 도르트문트 시절보다 더 낮은 위치에서 수비를 하고 빌드업을 진행했다.

아래의 사진은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이 2016년 3월 12일에 똑같은 상대(베르더 브레멘)를 상대로 기록한 평균 포메이션이다. 라볼피아나 시스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자리를 오간 알론소가 평균적으로 중앙선에 위치했는데, 정통 센터백으로 출전한 베나티아와 키미히도 평균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자리 잡고 경기를 치렀다. 참고로 이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압도적인 5대0 승리를 거뒀다.


사진: FourFourTwo Stats Zone


아래의 사진은 안첼로티의 바이에른 뮌헨이 리그 개막전에서 기록한 평균 포메이션이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사비 알론소는 과르디올라 때처럼 평균적으로 중앙선 주위에서 움직였지만 정통 센터백 두 명(훔멜스와 하비 마르티네즈)은 과르디올라 때와 비교해 훨씬 더 낮은 위치에 자리 잡았다. 안첼로티가 특별한 지시를 내린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사진: FourFourTwo Stats Zone


2. 과르디올라의 주 포메이션은 라볼피아나 시스템을 적용한 4-1-4-1이었다. 알론소가 센터백 자리로 내려가 쓰리백을 형성했고, 풀백들은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오갔으며, 2선으로 출전한 선수들은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경기장을 전체적으로 콤팩트하게 활용했다. 

키는 콤팩트하게 플레이하는 것이었다. 선수들과의 거리가 짧으면 정확한 패스가 이어질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안첼로티는 -- 브레멘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는 경기에서도 나타났는데, 과르디올라 시절에는 중앙으로도 많이 움직였던 풀백들(람과 알라바)이 훨씬 더 넓고 높은 위치에서 움직였다. 다시 한 번 평균 포메이션을 보면 이는 확실해진다.



람(과 교체로 들어온 하피냐)와 알라바(와 교체로 들어온 베르나트)가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눈에 보인다. 센터백들과의 거리는 물론이고 윙어로 출전했던 리베리와 뮐러와의 거리도 상당하다. 반면 과르디올라 시절에는 센터백들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위치했던 것이 보인다. 특히 람은 센터백으로 출전한 키미히와 매우 근접한 위치에서 경기를 치렀다. 또, 과르디올라 시절에는 풀백들이 비교적 낮은 위치에 자리 잡았지만 안첼로티의 풀백들은 더 높은 위치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아래는 안첼로티 밑에서 풀백들의 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과르디올라 시절 때와는 달리 훨씬 더 높고 넓은 위치에서 경기를 치른 필립 람


지난 시즌, 람은 리그 26경기에 나와 한 골을 기록했다. 애초에 골을 많이 넣는 유형의 풀백은 아니었지만 과르디올라의 전술이 분명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리그 첫 경기만에 첫 골을 기록했다. 뮐러에게 패스를 준 후 순간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었고, 뮐러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 망을 갈랐다. 풀백들에게 콤팩트한 움직임을 요구하고 제한적인 활동 범위를 준 과르디올라 밑에서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장면이었다.



3. 이미 말했듯이 과르디올라는 4-1-4-1 포메이션을 애용했다. 하지만 안첼로티는 변형 4-3-3을 이용한다. 

과르디올라 시절에는 전통적인 중앙 미드필더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중원이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안첼로티는 미드필더 세 명으로 정통적인 중원을 꾸린다. 알론소는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경기를 조율하고, 알칸타라는 볼 배급을 담당하며, 비달은 미친듯한 활동량으로 경기장을 오간다. 수비, 빌드업, 활동량, 공격이 완벽에 가까운 정통적인 중원 조합이다.


중앙 미드필더 세 명으로 구성한 정통적인 중원 라인. 람과 알라바(풀백들)의 포지션이 전체적으로 올라간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변화는 전방 라인에도 있다. 레반도프스키의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좌우 윙어로 출전하는 리베리와 뮐러의 롤에는 변화가 있다. 평균적인 위치를 보면 리베리와 뮐러 모두 센터 포워드 자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경기 안에서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을 가져간다.

우선 리베리. 그는 신체 능력이 하락하면서 더 이상 돌격대장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대신 경험과 특유의 센스에서 나오는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최고점에 있는데, 안첼로티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리베리에게 프리롤을 부여했다.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볼을 운반하고, 동료들과의 연계를 통해 공격 찬스를 창조한다. 


왼쪽 측면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중앙선 근처와 중앙도 오가며 프리롤 역할을 수행했다는 걸 볼 수 있다


뮐러는 기이한 롤을 맡았다. 기본적으로는 레반도프스키 밑에 위치하지만 오른쪽 측면으로 움직인 후 정통적인 윙어처럼 플레이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인사이드 포워드와 클래식 윙어의 역할을 적절히 섞은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주로 활동하며 인사이드 포워드와 클래식 윙어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프리롤을 부여받은 리베리의 활동 범위에 비해 훨씬 더 측면에 치우친 것을 볼 수 있다.


안첼로티가 불러온 변화를 짧게 설명하면 이렇다: 수비 라인을 내렸고, 경기장을 더 넓게 사용하며, 변형 4-3-3 포메이션으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과르디올라 밑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큰 이유가 세 개 있었는데, 안첼로티가 그 문제점들을 고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브레멘전처럼 항상 대승을 거두지는 못 하겠지만, 안첼로티의 바이에른 뮌헨이 과르디올라의 바이언보다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는 느낌이 든다.




글: 프리사이스 패스

http://blog.naver.com/kunno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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