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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수 Jan 19. 2017

김태균: [녹색이념]

아티스트가 아닌 인간 김태균의 첫 정규 앨범

아티스트: 김태균 (테이크원)

앨범: 녹색이념

발매일: 2016. 12. 31

소개: 테이크원, 아니 김태균의 첫 정규 앨범이다. <쇼미더머니>에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후 컨트롤 대전 참가와 "Come Back Home"으로 점차 실력을 입증한 그가 처음으로 내놓는 뚜렷한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녹색이념]은 그 타이틀처럼 김태균이라는 한 사람의 이념을 담아낸 앨범이다. 힙합씬의 핫 루키로 평가받기 전부터 가졌던 생각과 가치관이 이 앨범에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앨범의 첫 번째 트랙 "섬광"이 이를 극단적으로 소개하고, 나머지 14개 곡들은 김태균이라는 사람이 돈, 인생, 그리고 성공을 어떻게 생각하고 경험했는지 풀어간다.


이 앨범에서 가장 눈 여겨봐야 할 요소는 역시 가사다. "붉은 융단"을 들으면 잘 알 수 있듯이 김태균은 자신의 이야기와 가치관을 직접적이면서도 비유적으로 풀어가려고 했다. 리스너들의 평가는 갈리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를 통해 김태균이 현 힙합씬에서 진정성 있고 신념 있는 MC로 평가받을 것이란 점이다. 대중적이고 트렌디한 음악이 주를 이루는 현재 힙합씬에서 김태균 같은 MC가 솔직하면서 대담하게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하는 걸 그 어떤 팬이 마다할까.


가사 다음으로 가장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이는 비트는 훌륭하다. 어떤 이들은 비트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김태균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리스너들의 몰입을 유도한다. "섬광"과 "붉은 융단" 등의 노래에서 사용된 웅장한 사운드는 [녹색이념]의 독특한 느낌을 살리고, "대마초"와 "이제는 떳떳하다" 등에서 쓰인 현대적인 비트는 앨범의 느낌이 지나치게 진중하고 부담스러워지는 것을 막는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은 "입장"이다. 코러스와 비트의 조화가 인상적인 이 곡은 김태균의 인생과 가치관을 6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힙합씬을 깊게 파고들어 비판을 하거나 감동 있는 인생 이야기를 하는 곡은 아니지만 아티스트가 아닌 인간 김태균의 솔직한 과거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하지만 [녹색이념]은 아쉬운 점도 많은 앨범이다. 우선, 거의 모든 노래가 비슷한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앨범이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풀어지고 전 노래들에서 나온 이야기가 반복된다. 이는 [녹색이념]이라는 앨범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가치를 하락시키기도 한다. 이센스의 [The Anecdote]가 하나의 앨범으로서 극찬받은 이유는 앨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 노래마다 다른 메시지와 내용을 풀어갔기 때문인데, [녹색이념]은 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데 실패했다.


김태균이 리릭시스트로서 가진 한계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가사를 쓰려고 한 노력은 보이지만 메시지의 깊이와 파급력 등에서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비판적인 가사는 팬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정도일 뿐, 날카롭게 꼬집는 정도는 아니고, 자신의 과거와 의지를 담아낸 가사는 [녹색이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그친다. [녹색이념]을 기다린 팬들은 단어 "이념"이 가진 뜻처럼 보다 더 뚜렷하고 깊은 가사를 원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녹색이념]은 현 힙합씬에서 독특한 정체성과 느낌을 띄는 앨범이다. 완성도가 매우 높고, 대중적인 사운드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의미와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다만 김태균이 가진 한계 또한 뚜렷이 보여준 만큼 향후 김태균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테이크원이라는 이름이 아닌 김태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첫 발자취를 남긴 그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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