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르트르가 말한 B와 D사이의 C는 현대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다.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이 좌우되는 지점들이 있기에 후회를 남기기도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영화 <패밀리 맨>은 잘나가는 기업가이며 누구나 부러워할만큼 물질적으로 성공한 주인공 잭이 13년 전의 다른 선택으로 인하여 평범한 잭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누구나 한번쯤 성공하고 싶지만, 그 성공만이 다가 아님을 깨달아가는 과정 속에서 영화 <패밀리 맨>은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잘나가는 투자전문 벤처기업가인 잭 캠벨(니콜라스 케이지)는 펜트하우스에서 살며 BMW를 몰고 다니는 겉보기에 훌륭한 성공한 삶이다. 13년 전 다시 연인의 곁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어긴 대신 화려한 인생을 살던 중 어느 날 신의 기회로 별안간 평범한 잭의 삶을 살아보게 된다. 사랑했던 연인을 아내로 두고 토끼같은 딸도 있는 삶이지만 자신을 풍족하게 만들었던 생활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잭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영화 <패밀리 맨>은 단순한 이야기 구조로 극을 뚝심있게 전개해나간다. 물질적으로 여유있게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던 잭에게, 평범한 가족들과의 일상은 그에게 또 다른 행복을 안긴다. 외롭지 않는 삶과 평범함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에 대해 말하는 이 영화는 그래서 연말에 보기 좋은 영화로 추천되고는 한다. 가족에게서 얻는 녹진한 행복과 물질적으론 부유하지 않아도 고독하지 않는 삶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니 아무래도 연말에 추천하기가 무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패밀리맨>이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따뜻하고 정서적으로 충만한 삶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쓸데없는 이야기의 잔가지들을 치우고 한 가지 주제로 곧게 나아간다는 것이다.
영화는 소설 스크루지처럼 깨달음을 얻는 주인공이 뒤늦게나마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까지 참으로 가슴 훈훈하게 만드는 결말이다. 아마 잭이 미처 느끼지못한 행복은 물질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사람사이의 온도가 아닐까. 이 영화에 '그렇다면 물질없는 삶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할 수 없는 이유 역시 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