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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an 22. 2024

'Jazzy'함에 관한 소고.


1. Jazzy 뜻.



재즈 같은
a jazzy melody/tune 
재즈풍 멜로디/곡조


때로 못마땅함
요란한, 화려한
That’s a jazzy tie you’re wearing. 
자네가 맨 그 넥타이 정말 화려하군.

옥스퍼드 영어 사전



무릎 수술로 참여하지 못하고 그저 관람자로서만 졸업 공연을 바라보면서 문득 'jazzy하다'가 무슨 의미일까 궁금해졌다. 물론 사전적인 뜻은 알고 있었지만, 그 뜻만으로는 미묘한 뉘앙스를 설명하기에는 어려웠다. 그 생각을 하던 찰나에 특정 안무가 나오자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저 순간이다!’


문득 jazzy 하다는 의미가 음악과 찰떡궁합처럼 맞으면서도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바로 그 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또다시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그러한 와우 포인트들에는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재밌거나 또는 화려하거나!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음악과 찰떡같이 맞는 순간이어야 했다. 악기의 애드립이 안무의 애드립과 절묘하게 맞아 들어간다고 생각될 때, 사람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보냈다. 그 안에는 음악과 댄서 그리고 그것을 보고 듣는 관객 사이의 교감이 있었다. 


“다음 주는 특별 공연 준비로 바빠서 영어 수업을 못할 것 같아요.”

요즘, 영어 공부와 말하기에 재미를 붙인 엽님이 아쉬운 얼굴로 말을 했다. 

“이번 졸공 말씀하시는 거죠? 누구랑 함께하시는 거예요?”

“날다님과 함께 공연하기로 했어요.”

“그분 jazzy 하지. 그 자체가 jazz 같아.”

옆에 있던 엄님이 커피를 마시다가, 그 분을 떠올리며 말했다. 


특정 인물에 대하여 이러한 평을 두 번째로 들어본 순간이었다. 한번은 엽님으로부터 ‘잇츠 쌤’에 관해 물었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이 바로 저 순간이었다. 두 번의 비슷한 경험은 음악적 표현으로서의 ‘jazzy’ 함에 관한 생각으로 몇 날 며칠을 몰두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 “That's jazz!”


“엘라, 사람들한테 재즈를 뭐라고 설명해요?”

“글쎄요, 제 생각에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한번 해봐요.”


한 영상에서 사회자인 멜 토메의 질문에 엘라 피츠제럴드는 그 자리에서 바로 “샤땁 뚜리리리~” 라면서 아주 멋진 스캣을 시작한다. 엘라의 입에서 음악이 시작되자, 이어서 멜의 스캣이 이어지고 그 둘을 묶는 악기들이 함께 음악을 이룬다. 관객들은 그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하나의 멋진 째즈를 이룬다. 그들은 스캣을 하면서 그들의 음악에 이러한 말을 얹는다.


“딕시랜드!”
“That's jazz!”
“스윙밴드!”
“That's jazz!”
“비밥!”
“That's jazz!”

무엇이 재즈인가? 무엇이 jazzy 함을 만드는가? 이들이 부르는 노래와 영상이 눈에 박히며, 머릿속에서는 재즈 댄서들의 무브가 현란한 그림을 그린다. 엘라와 멜 토메는 자신의 목소리로 재즈를 했고 관객들은 그들의 어깨춤과 미소 그리고 박수로 재즈를 했다. 무엇이 jazzy 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눈앞의 댄서들 자기의 상대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와우!’함을 전달하면 그것으로 jazz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말할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최대한 말로 전달해야 하는 글쟁이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든 말하려는 실험과 노력을 통해 언어의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jazzy 함을 언어로 표현한다는 것에 다시금 기쁨과 동시에 좌절을 겪고 있다. 이렇게 길게 jazzy 함을 써 내려감에도 불구하고 잘 알기 어려운데, 저들은 저 3분도 안 되는 음악과 그 표현으로 그들은 jazz가 무엇인지를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는 데에서 좌절을 느끼며, 이와 동시에 그것을 간신히 언어로 표현하려 할 때 희열감을 느끼는 것이다. 불립 문자를 어떻게든 문자로 일으켜보고자, jazzy 함에 대해 계속 생각을 이어나간다.


'내가 상대와 추는 춤에도 jazzy 함이 담겨 있을까?'

'이 형용사를 어떻게 나는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Jazzy 함이란 뭘까요?”

엽님과의 수업이 끝나고 그와 함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사람마다 이에 대해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움직임 그 자체를 jazzy 함이라고 인식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어떤 특정 동작에서 'jazzy 하다'라고 여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는 이러한 대략 이러한 말을 했다. 마치 sexy 함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어떤 사람 그 자체가 섹시하다고 여기는가 하면, 특정 말이나 동작을 두고 섹시하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형용사라는 것의 의미 자체나 무언가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니, 그것은 특정 인물의 본래의 성질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행했을 때 느껴지는 상태일 수도 있으니,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를 수 있겠다 싶었다. 여하튼 나 자신이 jazzy 하면서 또한 jazzy 한 동작을 수행하고 싶었다.


‘그 사람 아주 jazzy 하지!’


얼마나 멋진 칭찬인가? '섹시하다'라는 말 만큼이나 매력적인 말임이 틀림없었다.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사람이 떠올랐고 그들은 저마다의 재즈적인 리듬감을 가지고 춤을 추곤 했다. 


https://youtu.be/3dWy50rFgvg?si=_icJzBTJyI1pSaPd



3. “사실 그게 전부죠.”


“하하, 박수도 치는 법이 있죠.”


꽤 오래전, 엽님과 함께 재능 교환을 하기도 전에 우연히 나눈 대화에서 그는 내게 이렇게 말을 했다. 스윙 재즈를 들으며 손뼉을 쳐 주는 사람들이 하나 같이 어떤 비슷한 방식으로 치는 것 같다고 말을 했더니, 지나가는 투로 했던 말이었다. 홀수 박자가 아닌 짝수 박자에서 박수 소리를 만들고 동시에 발로도 박자를 고르는 식이었다. 거기에서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넘어갔지만, 어렴풋하게 박자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여러 음악을 듣고 관심을 두다 보니 그 의미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그 이해라는 것은 완벽하게 알아간다기보다 익숙해지는 것에 더 가까운 이해였다. 그리고 jazzy 에 대한 생각에 이르러서는, 그 리듬과 박자가 jazzy 함을 만들어가는 첫 번째 키가 아닐까 싶었다.


“사실 그게 전부죠.”
‘그게 …전부인가?’

아주 가끔은 어떤 대화를 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따금 잔상과 함께 특정 말이 꽂힐 때가 있는데, 최근에는 바로 ‘사실 그게 전부죠.’라는 말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엽님이 내게 무엇을 가르쳐줄까 고민하면서 잠깐 이야기 나누다가 jazzy 함이나 베이직 등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말이었을 것이다.


'그게 전부인가?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걸까?'

한동안 저 짧은 말이 잊혀지지 않고 계속 귓전을 맴돌았다.



4. “2&4”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건 그냥 춤에 대한 게 아닙니다. 느낌이죠. 음악이고요.”

엘라 피츠제럴드와 멜 토니의 영상이 끝나고 나온 다른 영상에는 한 나이든 여성이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릴 춤추게 하는 건 우리가 음악에서 느끼는 것이고, 그것들은 우리에게 창조적인 영감을 선사해요. 교실에서 배우는 것들과는 거리가 멀죠. 춤을 추기 위해선 당신의 어떤 부분을 꺼내야 하는데,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있는 겁니다.”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을 머리에 대었다가 가슴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그래서 가장 먼저로는, ‘박자’가 어디에 있는지 배워야 해요. 많은 사람이 스텝을 밟을 때, 스텝은 훌륭하지만, 박자와는 동떨어져 있는 경우를 보죠. 저는 여러분들의 박자에 맞춰볼게요.”

“‘2와 4’에서 일이 벌어져요. ‘2와 4’가 바로 스윙을 하는 박자죠. 이렇게 박자를 세다가…”

“원, 투, 쓰리, 포! 원, 투, 쓰리, 포! 자 모두! 느껴봐요! 심장 박동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녀는 발을 두드리며 박자를 고르고 검지와 중지를 모았다가 튕겨내며 소리를 만들어 낸다.


“프랭크가 이렇게 하죠?”

그녀는 프랭크 매닝의 스톰프를 따라 하면서 박자를 이어나간다.


“오케이! 자, 이번에는 ‘1과 3’을 들어볼게요.”

첫 박과 세 번째 박자에 맞춰서 손가락을 튕기지만, 뭔가 어색하다. 


“이건 좀… 진부하죠. 이런 진부한 틀에서 얼른 탈출해서 생생한 거리로 나아가 봅시다. 어서요!”

또다시, 손과 발로 2와 4번째 박자에 발을 구르고 손가락을 튕기면서 리듬을 만든다. 그녀를 따라 사람들도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친다.


“자 그만!”


손을 휘저으니 2와 4박에서 치던 사람들의 박수 소리도 잦아든다.


“속도가 어떻든지 음악이 시작되면, 일단 박자를 느끼세요. 그리고 그 느낌을 기억하세요. 속도가 더 느려지더라도, 박자에 푹 빠지는 거예요. 또는 더 빨라지더라도!”


영상은 점점 더 클로즈업되더니 박자의 황홀경에 빠진 듯한 그녀의 얼굴을 비춘다. 그녀는 계속 박자에 맞춰 입으로 “하! 하!” 하는 소리와 함께 손과 발을 이용하여 ‘2 & 4’의 박자에 강세가 있는 리듬을 만든다.


“더 빨리!”

그녀뿐 아니라 사람들도 덩달아 함께 박수의 속도를 높인다.


“누구나 가능한 거예요. 박자를 느끼지 못할 이유가 없죠. 그래서 드럼이 없어도 박자를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죠. 드럼이 없다면 나무를 두드려도 되고요! 결국, 똑같은 말이지만, 저는 여러분이 박자를 느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곡을 배우세요. 브레이크가 어디 있는지 알아두세요. 그게 더 여러분이 춤을 잘 추게 할 거예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밴드가 브레이크를 할 때 당신이 노래를 이미 외웠다면, 뉴욕에서는 ‘syncopation’이라 부르는 즉흥적인 스텝을 밟을 필요도 없는 거죠. 만일 노래를 아는 상태라면, 밴드가 브레이크를 줄 때, 함께 그걸 따라 하면 되니까요. 자기 자신을 믿고 스스로 그걸 느껴보세요. 그게 전부죠(I can't say the word enough). 왜냐하면, 저는 사람들이 세고 있는 걸 보거나 스텝을 밟는 걸 보지만, 춤추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그들이 느끼고 있지 않다는 걸요. 나는 프랭키가 몇 년 전에 이렇게 하는 걸 봤죠.”


그녀는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좌우로 리듬을 탄다. 


“이렇게 흔드는 것을요. 밴드가 연주할 때 음악을 느끼(feeling)는 거예요. 느낌을 타야 해요, 밴드가 연주하는 바로 그 느낌을요!”


음악이 흘러나온다.


“핸리 멘시니!”


영상은 마지막으로 그녀가 음악의 박자에 맞춰 느낌을 타며 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That's feeling!" 


https://youtu.be/KXFmEW6wIAc?si=coTQmmkWY3Is0GFo



5. “That's feeling!" 


"That's feeling!" 


사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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