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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an 02. 2025

한여름 밤의 꿈이었으며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7)


7. 


“오늘 가는데 우리가 푸쉬해줘야 할 거 있어? 속도라든가 하고 싶은데 분위기 때문에 손대기 싫은 거라든가. 혹 말하기 어려운 거 있으면 알려줘.”


졸공 주 화요일이 되자, 조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느 정도 안무의 큰 틀을 짜놓았으나 간주 부분과 뒤의 한 프레이즈에 무엇을 넣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동작에서는 와우 포인트인 딥이나 스콜피온 동작 등을 연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건 없는데 구성이 반복적으로 나오거나 무브가 쉽지 않은 게 있는 거 같긴 해. (우리가 찍은) 영상을 봤다면 알겠지만, 중간에 뭘 집어넣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곳도 좀 있고….”


안무 구성 자체의 문제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급한 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무 자체가 완성되지 않았기에 ‘우리가 공연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큰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젠 넣고 빼고 수정하고가 아니라 오로지 계속 연습만 하고 싶은데 아직 그게 안 돼서 서로 좀 불안해하는 게 있는 거 같아. 계속 바뀌고 의견 교환하니까 할 때마다 헷갈리는 것도 있고, 또 계속 리더가 나만 나오거나 할 땐 팔뤄 모두 감당해서 하면서 조율하는 게 쉬운 건 아닌 거 같아. 그러한 까닭에 지금 방향에서 며칠간 완벽하게 연습만 할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틀 잡아주면 너무나 고마울 듯….”


6주차 수업이 다 끝나고 그와는 친구가 된 까닭에 조금은 더 편하게 그에게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사실, 이 말은 안무 전체를 다 봐달라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애초 오기로 한 목요일이 아니라 화요일에 오는 까닭도 이들이 전체적으로 봐줄 의향(?)이 있음을 뜻하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6주 차 수업이 끝나고 이들은 우리가 모두 연습에 참여하는 날인 졸공 이틀 전인 목요일에 한 번 방문하겠다고 했다. 연습을 막 시작했던 때에도 ‘이들이 한번은 봐주러 오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사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오면 고마운 일이고 바빠서 오지 못해도 처음 공연을 우리끼리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무렵에는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은 은근한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음악에 맞춰 안무를 짠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생각보다 안무가 바로 나오지 않자, 초조해지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잘 안되고 있음을 계속 은근히(?)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매일 진도도 잘 안 나가고 실수투성이인 안무를 영상으로 찍어 올린다든가, 매일 의견 교환을 통해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안무표를 올려서 진행이 어느 정도까지 되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든가, 다들 어딘가 고장 나서 병원 침상에 누워(?)있는 사진을 올린다든가…. 물론 모든 게 쌤들이 도와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은 아니지만, 연습과 공연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쌤들은 지난 토요일의 약속(?)을 깨고 목요일이 아닌 화요일에 오겠다고 하셨다. 물론 우리도 거의 모든 개인과 심지어 일에 관련된 일정 또한 거의 다 미뤄두고 매일 모두가 참여하고 있었기에 쌤들이 아무 때나 와도 상관없게 되었다.


두 쌤들이 오자, 예상(?)대로 이들은 단순히 틀린 부분을 봐주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전체적인 안무를 봐줬다. 서로 의논하며 우리가 한주 동안 만들어간 전체적인 틀은 깨지 않은 선에서, 무엇이 음악에 더 적합한지, 여기는 이런 식으로 하여 음악에 좀 더 맞춰가는 건 어떤지를 면밀하게 보았다. 


이들이 그렇게 도와주는 시간 동안, 동시에 우리는 음악에 적합한 짜임새 있는 안무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두 쌤들 역시 사람인지라 안무에 대한 의견에 이따금 충돌이 일어나는 때도 있었다. 그렇다가도 둘이 제시한 안무 중에 어느 하나가 좀 더 좋으면 또 웃으며 수긍을 했다. 


“이게 좀 더 ‘빠앙~’ 하는 부분에 적합하다니까?”

“아니야. 그보다는 여기에서는 뒤의 안무를 고려해서 이렇게 해야 해. 다음 동작을 리더들이 바로 들어가기 힘이 든다니까?”

"원래 이렇게...가만히 있어 일단~!"


이들의 대화 속에서 안무를 짤 때 고려하는 여러 부분이 뭔지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음악 구조를 생각할 뿐 아니라 음악에서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어떻게 내고 있는지, 다음 동작과 연결이 잘 되는지, 되도록 관객을 바라보며 할 수 있는지, 환호성이 나올만한지 등등…. 그러한 것들을 머릿속에서 구연해보고 끊임없이 더 좋을 것을 찾기 위해 대화하며, 또 그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시연해보고 있었다. 그렇게 안무표에 비어(안무 없음)있거나 남색(조정 필요)으로 처리해 두었던 부분들이 차츰 빨강색(완료)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우리에겐 그 모든 과정이 실로 배움이 되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와 몸짓, 그리고 완성을 보여주는 그 과정들이 마치 물고기를 낚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이 보였다. 


“이거는 싸우는 것도 아니야. 그냥 흔한 토론일 뿐이지. 이걸로 얼굴 붉히지도 않아.”


나중에 우리의 대화 중에 이 광경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조이 쌤은 핑퐁 쌤을 보며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고 연습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잘하고 발전하려면 파트너가 있어야 해요.”


어느 날 엽님이 내게 진지하게 이야기했던 이 말이 다시금 이 둘을 통해 오버랩이 되어갔다. 점점 더 서로의 발전을 위해 스스럼없이 연습할 수 있는 존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금요일에 한 번 더 올게요!”


이들은 금요일에 다시 온다던 약속을 지켰고 저녁 11시가 다 되어서 돌아갔다. 우리는 떠나려는 쌤들에게 두 번이나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두 번이나 평일에 여기까지 와주시고 늦게까지 남아 이렇게 봐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동이고 감사했어요.”


이구동성으로 우리가 말했다.


“저희가 한 것은 큰 틀에서 디테일을 잡아준 것뿐이에요. 여러분이 다 했죠. 특히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전주 부분에서 생각하고 있던 안무가 있었는데, 리보 님이 짠 것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었어요. 이것 보세요.”


핑퐁 쌤은 안무에 대한 공을 우리로 넘기며 자신이 짰던 전주 부분의 안무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들이 안무를 짜주지 않았던 까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리보의 초기 전주 부분 안무


“우리가 안 짜주려고 했던 이유는 실제로 너무 바빴기도 했고 짜준다고 하면 우린 일주일 내내 오거든요.”


이어서 조이가 말했다.


“진짜 해주고 싶었는데, 지역이 멀어서 자주 올 수 없어서 그랬어. 대회도 있어서 바쁘기도 했고. 그런 상황에서 애매하게 맡아서 신경도 못쓰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짜주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지. 그런데 말야, 정말 많이 놀랐어. 특히 안무표 짠 거 보고 놀랐고.”


이들의 관심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의 진정성을 봐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 쌤이 너무나 고마웠고 또 택시를 타고 돌아가야 할 정도로 늦게까지 있게 해서 미안했다.


그렇게 금요일이 지나서야 안무표의 모든 공란을 다 빽빽하게 채울 수 있었다. 연습은 이제 공연 전 토요일 두 시간만 남겨두고 있었다. 안무는 다 외운 상태였고 이제 할 것은 안무에 대한 좀 더 세심한 표현과 더불어 우리에게 맡긴 안무의 극히 사소한 부분들만 협의하여 정리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금요일 연습이 끝나고 나서야 완성된 졸공 안무 패턴표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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