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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모 Apr 17. 2018

콜미바이유어네임

섹시한 첫사랑 영화

*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최근에, 가장 섹시한 첫사랑 영화를 봤다. <콜미바이유어네임>이라는 영화다. 첫사랑하면 늘 뭔가 아련하고 풋풋하고 순진한 느낌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첫사랑의 감정을 풋푹하면서 동시에 야릇하게 그려낸다. 첫사랑과 섹시함이라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지금까지 본 모든 첫사랑 영화중에 가장 공감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단지 보는게 아니라 어떤 경험을 하게 만든다. 영화를 앓게 만드는 그런 영화.

주인공 엘리오는 올리버를 신경쓴다. 처음에는 본인조차도 자신이 그를 싫어한다고, 그래서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거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하지만 자꾸 신경을 곤두서게 만다는 그 느낌은 첫사랑의 감정이었다. 한 눈에 반한다는 건 그런일이다. 자신이 그 감정에 이름붙이기도 전에 이미 난 상대에게 반해있다. 돌이켜봐야 비로소 그 당시의 나의 행동이 이해된다.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것이다.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우연히 손가락이라도 스치고 싶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을 고백하고 싶은 그 마음을 말이다. 엘리오는 동성에게 반하는 것만 처음인게 아니라 사랑 자체가 처음이다.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는지 여자를 좋아하는지도 헷갈려 하는 소년이다. 엘리오는 사랑에 대해 이것저것 실험해 본다. 여자친구와 처음 섹스를 할때 그는 너무 기분좋다고 한다. 그러다 한밤중에 올리버와 둘이 만날때는 긴장된다고 말한다. 그 긴장이 어떤건지 너무 공감이 됐다.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은 상대 앞에서 긴장해버리고 만다. 사랑앞에서 갈팡질팡하던 소년의 태도에서 올리버를 만나서 긴장하고 잘 보이고 싶어하는 그를 보며 저게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고백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그 시점. 올리버가 다른 여자와 춤을 추는 모습에 질투나서 마음을 접을까도 생각하다가 다시 또 빠져든다. 영화에서 재밌었던 것은 어른인 올리버의 모습이다. 그는 엘리오에 비하면 수동적이다. 엘리오가 좋아한다고 고백해도 우리는 이러면 안된다고 하질 않나, 처음으로 입을 맞추다 금새 엘리오를 밀어낸다. 하지만 모든 순간에서 엘리오는 용기를 낸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큰 행운이지만 누군가에게 푹 빠질 수 있는건 더 큰 행운이다.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 자꾸 용기를 내게 되는 법이다. 자신은 그렇게 용감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훨씬 더 용감해 지는게 사랑의 힘 아닐까.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성적 긴장감이다. 동성간의 사랑이기 때문에 쉬이 고백하지 못하고 자꾸 뒤로 물러 서면서 긴장감이 생겨난다.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사랑은 느끼고 고백을 할까 말까 할때, 그를 만지고 싶어할때, 그의 코앞까지 바짝 다가갈때, 고백하고 나서 그가 자신을 좀 더 봐주기를 갈망할때 느껴지는 모든 긴장감이 너무 좋았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랬던것 같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 생겼고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하루종일 고민했다. 길을 걷다 어깨가 부딪혔을때, 술잔을 부딪히다 그의 손가락이 닿았을때 얼마나 그를 더 만지고 싶어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를 더 만지고 싶어진다. 그를 더 갈망하게 된다. 결국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같이 자게 되었을때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빛나는 여름날의 사랑.

영화가 엘리오의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엘리오가 되어 올리버와 썸을 타는 기분이였다. 그와 잘 되고 나서도 너무 행복했다. 결국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올리버가 엘리오를 떠나갔을때도 마치 내가 실연당한 것처럼 너무 아팠다. 그 여운이 너무 오래가서 영화관을 나와서도 계속 눈물이 났다. 한동안은 이 감정들로 아파할 것 같다. 마치 2시간 동안 어떤 삶을 살아낸 기분이다. 너무 슬프지만 동시에 너무 아름다운 추억이 생긴것 같다. 엘리오 아버지의 말처럼 사랑이 실패해도 사랑한 기억만큼은 빛나도록 아름다운 법이다.

퀴어영화지만 첫사랑의 감정이 커서 그런지 사랑 영화라고만 느껴졌다. 야한 장면도 거의 없는데 최근에 본 영화중에 가장 야하게 느껴졌던건 둘 사이의 긴장감 탓이다. 누군가와 몸을 섞는게 단순히 욕구 때문이 아니라 사랑때문이라는걸 잘 보여주는 영화다. 손을 잡거나 안거나 같이 자는건 너무 자주 욕망의 측면에서만 얘기되는데 사실 진짜 황홀한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다. 사랑과 욕망은 서로 너무 긴밀히 붙어있어서 떨어뜨려 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데도 자꾸 다른 두개인것처럼 얘기하니까 혼선이 생긴다. 이 영화는 욕망과 사랑이 얼마나 같은 감정인지 그래서 그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준다. 그 아름다움을 정면으로 맞아서 두시간 동안 너무나 황홀했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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