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소 Mar 09. 2020

밝은 사람이 된다는 것

소소한 인생 이야기


‘첫인상이 밝다’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내 첫인상을 스스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왠지 그리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다. 그러던 중 들은 칭찬인 ‘밝음’은 특히 기분이 좋았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수업시간에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 관한 여러 가지 가치를 직접 경매로 구매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내가 가장 높은 가격을 주고 산 가치는 ‘밝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밝아서 남에게도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딱히 큰 이유가 있어서 선택한 것은 아닌데, 결국 살아가면서 가장 좋게 활용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내가 그런 사람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후 살아가면서 밝음의 가치와는 점점 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갔다. 그 시절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상처로 얼룩져 보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아무런 얘기도 한 적이 없었는데, 그 시절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내 심연이 어둡고 아프다는 걸 알았다. 그만큼 섬세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 사람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했다. 우울에 주저앉는 사람이 아닌, 노력하고 극복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그 사람의 말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나 자신을 지독히 싫어했다. 자신을 싫어하면 모든 아름다운 감정들을 가까이하기 어려워진다. 사랑도 희망도 모두 어려운 마음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 어려운 마음들을 부둥켜안으려 노력했다. 한순간에 모든 걸 이뤄낼 순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요즘은 스스로에게 ‘나는 고통받던 그 시절로부터 변해왔을까?’ 하고 종종 물음을 던진다. 하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내가 겪은 모든 고통이 보상받거나 사라지진 않겠냐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때도 지금도 고통을 느끼는 건 여전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 적어도 나는 밝아 보이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온 긴 시간이 만들어준 선물일 수도 있겠다.

지금 나를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예 그렇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기엔 조금은 낯간지러울 것 같다. 다만 나를 중요시하는 건 확실하다. 내 인생에서 나 자신이 정말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나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나는 나를 너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다. 사랑은 그 대상이 완벽해서 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며, 부족한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