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요즘 유튜브로 자기계발 영상을 많이 봅니다. 유튜브에 중독되어 버렸다는 죄책감에 그만, 유튜브로 유익한 영상이라도 봐야겠다는 일종의 심리적 방어수단으로, 저는 자기계발 영상을 우연히 마주치면 꼭 클릭하게 됩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부자 되는 독서법'이었습니다. 부자 되는, 돈 되는, 인생이 바뀌는 독서법...비슷한 제목을 달고 있는 영상들은 신기하게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핵심은 바로 자신이 배우고 싶은 분야를 하나 정해서 그 분야의 책들을 읽어보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당연한 말이라고 대수롭지 않아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동안 특정 주제나 장르 없이 그저 끌리는 대로 책을 정하고, 목표의식 없이 가볍게 쑥 읽고 넘어갔기에, 당연해보이는 저 말에도 크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유튜버들이 보통 예시로 드는 분야는 각종 사업이었으나 저는 사업할 것도 아니기에, 무슨 분야를 정할까 고민하다가 불현듯 '글쓰기'가 떠올랐습니다. 요즘 문득 내 이름으로 된 책 한권 내고 싶다는 생각, 나아가 전업작가가 돼서 지금의 덧없는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좋은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속에서 두둥실 떠오르던 참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듣는 이가 코웃음칠만한 시덥잖은 것인데, 바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입니다. 드라마 주인공 유미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다가 작가의 꿈을 꾸게 되는데, 어느 날 본가에 돌아가보니 학창시절 동안 글쓰기 관련 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본인은 당연히 여러 상을 받았을거라 생각하며 찾아봤는데 말이죠. 웃기게도 저는 그 장면에서, '나는 학창시절 내내 온갖 글쓰기 상을 다 싹쓸이했는데, 상 한번 받아본 적 없는 유미도 작가를 꿈꾸며 퇴사하네. 그럼 나도 할 수 있는거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속 유미는 한동안 공모전에서 끊임없이 탈락해 좌절하다가, 한 출판사에서 수상에 실패한 유미의 글을 보고 출판을 제안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미는 점차 작가로서 성공하게 됩니다. 이 흐름을 보며 저는 '학창시절 상 한번 받아본 적 없는 유미도 저런 끈기로 성공하는 작가가 된다면 나도..?' 라는 뜬금없고 어이없는 전개로 자부심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평소 아무생각 없이 지내다가 드라마 주인공과 경쟁의식이 생겨 갑자기 글쓰기에 대한 마음이 일어난것만은 아닙니다. 매일 쳇바퀴 돌듯이 굴러가는 직장인의 삶 속에서 나만의 고유한 색깔을 잃어버리고 이 곳의 무채색에 그대로 물들어가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던 참이었습니다. 다시 나만의 색을 회복하고 싶었고,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유일하게 떠오른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지금의 직장을 갖기 전 원래 제 꿈은 PD였는데 PD시험 중 하나가 작문 시험, 바로 초단편소설 혹은 에세이 등을 쓰는 시험입니다. 대다수의 준비생들은 이 작문 쓰기를 싫어하고 힘들어했지만, 저는 비교적 이 준비가 수월했고 또 즐거웠습니다. 같이 준비하는 스터디원들로부터 어떻게 이런 글을 썼냐는 칭찬을 들었을 때, 제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차 온종일 하늘로 날아오르 듯 했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들으면 그순간엔 쓰렸지만 동료들로부터 제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아이디어들을 선물받고 퇴고하는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나의 온 세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 감정, 슬프게도 직장인이 되고 나선 단 한번도 느낄 수 없었던 감정, 풋풋한 취준생이던 그때만이 느꼈던 그 감정이 무척이나 그리웠습니다.
그 전으로, 전으로, 눈을 감은채 어둠 속 기억의 모서리를 조심스레 더듬으며 어린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쓰기에 대한 저의 추억은 많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의식 속에 많은 기억들이 움크려 있었습니다. 8살 때 저의 생애 첫 담임 선생님은 저희 어머니에게 '아이가 글을 잘쓰니 나중에 작가를 시키시라'고 말씀하셨다 합니다. 10살 즈음엔 머릿 속으로 항상 시를 지으며 돌아다녔습니다. 늘 걸으면서 주변을 살피고, 그 순간에 집중하며 시 짓기를 즐겨 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는진 지금의 저도 모를 일입니다. 또 학교에선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에 맞춰 '우리반의 ~상' 을 주곤 했는데 저는 '우리반의 작가상'을 도맡아 받곤 했었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니 제 생애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늘 열정과 애정을 가졌단 걸 뒤늦게야 인지하게 됐습니다. 직장인이 되어 하루하루를 간신히 치워내는 동안 작가세포가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밀려 들어가 죽은듯 잠들어 있으니, 몰랐던 겁니다. 그리고 퇴근 후 맥없이 본 드라마 한 장면에, 오래도록 잠자던 세포가 뒤척이며 깨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 세포 녀석한테 그만 깊은 잠에서 깨어나라고 차가운 물로 세수도 시키고, 큰 노래도 틀어주고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당장에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직장인이 되면서 '글쓰기'를, 아니 그 전 단계인 '생각하기'조차 멈춘 지 꽤 오래 됐거든요. 그래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저는 유튜브에서 알려준 '돈 되는 독서법'으로 글쓰기를 독학해보려 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수많은 책들을 읽고, 정리하고, 익힐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브런치에 남겨 가겠습니다. 브런치에 들어와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도 아마 마음 속에 작가세포 하나쯤 품고 사시겠죠. 글쓰기에 관한 배움을 이 곳에 차곡차곡 정리해 공유할테니, 우리 같이 세포를 깨워봅시다!
PS. 드라마 장면 하나에 저의 복합적인 생각, 남몰래 품고 있던 꿈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처럼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우연히 찾아올 텐데요. 그렇다면 그 순간의 감정을 가벼이 넘겨 버리기보단 조그만한 주먹으로 한움큼이라도 꼭 쥐고, 내 마음이 원하는 곳으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저도 그래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