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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라비다바다 Aug 03. 2024

글쓰기, 이렇게나 좋은데 진짜 안한다고?

정지우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글쓰기 책들 중 이 책에 제일 먼저 손길이 갔습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저자인 정지우 작가의 글을 아주 오래 전부터 SNS에서 봐왔기에 그의 이름을 보고 괜히 반가웠고 두 번째, 책의 디자인이 보라색으로 통일돼 있는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책을 펼쳐보면 모든 글자의 색깔이 보라색, 종이 색깔도 보라색인데 이런 책을 태어나서 처음 본지라 감히 안읽고 배길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이 책만큼은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읽으셔서 이 책의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책은 표지에 적혀있는 대로 글을 '매일' 쓰는 작가 정지우의 쓰는 법과 쓰는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장 글 잘 쓰는 방법만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책의 내용이 다소 현학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글쓰기 비결을 압축적으로 알려주는 교과서가 아닌, 에세이를 소재로 한 에세이니깐요. 이 책에는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진심이 가득 묻어나 있어, 저는 읽는 내내 '글쓰기를 소재로 하여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이 '글쓰기의 좋은 점'으로 이 책을 통해 글쓰기에 대한 동기 부여를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글쓰기의 공통점


그리고 책 속 문장 한줄 한줄이 보석같이 아름다워 마음 속에 박힙니다. 단순히 문장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아름다운 비유와 묘사를 통해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깊은 생각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매혹적인 문장을 한번 읽고 쑥 넘기기란 힘들어, 모든 챕터를 반복하고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럼 책에 대한 감상평은 이만 줄이고, 책을 통해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작가는 우리가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글쓰기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 글쓰기는 별게 아닙니다. 내 삶 속에서 내게 들어오는 '인풋'을 텍스트의 형태로 '아웃풋'하는 행위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내 안에 들어온 이야기를 밖으로 분출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요? 사람이라면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하는데, 글이 그 창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작가는 에세이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계획하고 쓰지 않고, 첫 문장이 떠오르면 두루마리로 풀어가듯이 쓰기에, 글쓰기는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누군가 백지를 공포로 여긴다면, 작가는 백지를 본인이 자유롭게 마음껏 춤출 수 있는 무대로 여기는 겁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에세이는 계획하지 않고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창시절 배웠던 것처럼 서론-본론-결론 등의 개요를 짜기보단 그저 마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어느 정도 정제해 글자로 내뱉는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 작가는 에세이를 쓸 때 3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 <정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태도와 정서가 있어야 하는데, 작가 본인의 정서는 바로 '사회에 대해선 비관적, 삶에 대해선 낙관적'인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내가 갖고 있는 정서는 어떤 것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두 번째, <진솔함> : 이는 단순히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만 있으면 될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표현할 줄도 알아야 한단 것입니다. 

세 번째, <개인성에서 보편성으로> :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야 합니다.


■ 이외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글을 쓸 때 핵심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글은 매력 없는 메마른 글이며, 핵심까지 도달하기까지 천천히 지연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상상과 공감을 일으키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글을 쓸 때면, 독자에게 전하고픈 주제 한 줄을 명확히 적고 싶은 욕구가 올라와 참기 힘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명확한 문장을 안적으면 읽는 사람들이 이 글의 주제를 찾지 못할텐데... 걱정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런 글은 촌스러운 글이고, 또 읽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만 불러일으키 쉽습니다. 내가 하고픈 말을 곧이곧대로 쓰기보단, 독자가 글을 읽으며 자연스레 느낄 수 있도록 천천히 지연하는 글이 가치 있는 글이라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 이외에 작가는 글에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길거리에 핀 꽃 한 송이를 보고 그 꽃 한송이 자체에 대한 기술이 아닌, 그 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나만의 맥락'을 써야만 남들의 글과는 다른 차별점을 가질 수 잇다는 것입니다.


■ 또한 작가는 오감을 느끼고 표현하면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곳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할 수 있기에, 감각적인 표현을 잘 써야 하고 특히 공감각적 표현 쓰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예전에 김영하 작가도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글을 잘쓰려면 우리의 오감을 깨워 감각을 잘 느끼고 참신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https://youtu.be/d5_L1jShTiw


글을 왜 써야 해요? 글쓰기하면 뭐가 좋은데요?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대다수 '글쓰기'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으시겠지만, 이런 근본적인 물음이 마음 한 켠에 있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왜 해야 할까? 그저 책 한권 내보고 싶어서, 전업 작가가 돼 직장을 퇴사하고 싶어서, 유명해지고 싶어서 등 외적 동기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 모든 외적 동기가 없다면 우리는 왜 글을 써야 할까요? 내적 동기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작가는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순수하게 우리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 첫 째, 앞서 말했듯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며, 글쓰기가 바로 그 창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특히 글로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속 깊은 이야기도 풀어낼 수 있기에, 글쓰기는 마음의 치유를 가져다줍니다.


■ 둘 째, 글쓰기는 나의 삶을 재정돈해줍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또 다른 나'가 되어 나를 응시하고, 다시 생각해보고, 그래서 잊고 있던 것도 환기해보고, 내 일상을 의미 있는 무언가로 빚어내는 것입니다. 

"언어 없이 그저 놓여 있는 나는 어쩐지 축 늘어진 슬라임이나 헝겊 같고, 정리되지 못한 채 흩어져 있는 반쪽짜리 존재 같다"

"어떤 글은 나를 이 삶에, 이 땅에, 이 현재에 더욱 밀착시켜준다. 나의 생활영역을 더 농도 짙게 호흡하게 하면서, 이 삶을 있는 그대로 살 수 있게끔 도와준다. 머리 위 어디쯤에 떠 있는 정신을 가라앉히고 나의 자아나 존재를 이 삶에 소속시키는, 그러한 감각과 높이에서 실현되는 글쓰기. 그런 글을 쓰고 나면 확실히 삶이 더 좋아진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이상의 실현보다는 이상이 실현되지 않는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다. 불만족, 비성취의 상태를 견딜 줄 모르면 삶이 뒤틀린다. 이럴 때 스스로 가라앉지 않게 자신을 수면 위로 띄어 올릴 삶의 장치가 필요한데, 나에겐 그것이 글쓰기였다"

특히 저는 맨 아래 부분이 공감 갔습니다. 꿈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한지 4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저란 사람은 이뤄내고자 하는 목표는 어떻게든 달성해왔는데, 생애 처음 '비성취'의 상태를 마주하자 그동안 어찌할 줄 모른채 냉동인간처럼 꽁꽁 얼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 글쓰기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차갑게 굳어 있던 제 마음에 온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 셋 째, 자신이 쓰는 글은 바로 그 시절, 그 순간에만 나올 수 있는 글입니다. 즉, 자신이 쓴 글들을 돌아보면 자신의 삶의 한 시절이 생생히 담겨있기에, 글을 꾸준히 쓴다면 자신의 모든 시절을 수집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가 남미에 한달간 홈스테이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토록 찬란한 시간이었음에도, 머릿 속에 남아있는 기억이 없다는  안타까웠습니다. 그 기간 일기를 써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됐죠. 그런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모든 시간은, 그 시절이 지나고 나면 다시는 남길 기록일 겁니다. 그래서 정말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의 나는 쓰지 못할, 지금 이 순간의 나만이 적을 수 있는 글들을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 글쓰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반드시 독자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글쓰기 모임에 들수도 있겠고, SNS에 글을 올릴 수도 있죠. 다행히 요즘은 브런치 등을 통해 누구나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읽힐 수 있는 좋은 상황입니다. 또 독자를 만든다는 건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좋지만, 애초에 글을 쓰는 과정에서 독자를 상정하고 써야 비로소 좋은 글이 나옵니다.

 "타인들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원하며 쓴 글은 실제로 누군가를 끌어 당긴다. 반대로 타인이 별반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소 자족하듯이 자기 안에만 몰두할 경우, 그 글쓰기는 타인들에게 닿지 않는다...그런 간절함 없이 단지 내 안에 더 깊이 머무르기 위하여, 그저 내 안쪽만을 더 들여다볼 목적으로 써낸 글들은 그 누군가를 유혹할 만한 구석이 없다."

■ 물론 어딘가에 글을 올려도, 당장 읽어주는 이들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씁쓸해하며 포기하기보단, 이런 태도를 가진다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는 나를 그 무언가와 '연결'해준다...하루 방문객이 한두 명밖에 되지 않는 블로그든...거기에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도 내 안에 녹아들어 먼 훗날 그 누군가에게 닿을 감정의 조각이 되고, 언젠가는 내가 할 말들의 일부가, 내가 내어놓을 생각들의 재료가 되어...그 누군가에게 닿아서 삶을 이어갈 거라는 믿음...우주가 시작되고 100억년이 지난 뒤쯤에 지구까지 닿아온 빛의 먼 여정처럼, 글쓰기도 어딘가로 쏘아 보내는 빛과 같다"


■ 그리고 작가는 글쓰기뿐만 아니라 모든 행위에 대해서, 부수적인 열망이 있어야 비로소 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글쓰는 행위 자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좋지만 사실 '돈벌고 싶다, 유명해지고 싶다' 등의 욕망이 오히려 우리가 더 꾸준히 글을 쓰게끔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 말에 내심 안도했습니다. 부수적인 욕망을 떠올리며 글을 써볼까 생각했던 제 자신이 괜히 염치없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작가는 인간이라면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얘기해주고 있었으니깐요. 


어떤 태도로 글을 써야 할까요?


이 책에는 작가가 어떤 태도로 글쓰기에 임하는지도 엿볼 수 있는데, 그 태도에도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겐 글쓰기 '스킬'과 같은 방법론적인 내용보다 글쓰기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가 먼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작가는 글을 매 순간, 어디서나 써왔다고 합니다. 그 행위에 어떤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이유 없이 '그냥' 했다고 합니다. 종교인들이 항상 기도하듯이 말이죠. 그처럼 삶이 곧 글쓰기가 되는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기록을 습관화해야 할지 놀랍기만 합니다.

"지하철에서 기차에서 비행기에서 그 어디에서든 글쓰기의 공간에 의지하곤 했다...'더 잘 쓰기 위해서' 혹은  '글감을 메모해두기 위해서' 같은 목적으로 한 글쓰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목적 없이 써나갔던 날들이 더 많았다. 그저 썼다...이유를 굳이 알 필요가 없었다."

■ 또한 작가는 본인에 대해서 일절 포장하지 않고 본인의 모습 있는 그대로 솔직히 쓰려고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에세이란 걸 처음 써보려 했을때, 맞닥뜨렸던 장면이나 제 생각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단 조금이라도 포장하려 하는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독자가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제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보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에세이가 소설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 저는 몇시간동안 쓴 그 글을 휴지통으로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나를 꾸미는 말보다는 내 내면에 일치하는 말을 하려고 한다...잘 보이려 하지 않고, 멋있어 보이거나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않는다...매일 글을 쓰는 이유도 더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함이지, 스스로 분열되거나 누군가를 속이거나 그를 통해 무엇을 얻기 위함은 아니다. 내가 언제까지나 나 이상의 것을 말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길 바란다"


■ 그리고 우리는 보통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특별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브런치 수상작들을 보면서 '저런 전문성이 있어야, 저런 색다른 경험이 있어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지만 나는...' 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는 왜 이리도 평범한 사람일까'라는 자책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좋은 삶은 다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옛날엔 '좋은 삶'이란 외적으로 다양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든지, 다양한 종류의 연애를 해본다든지, 특이한 취미를 가졌다든지, 독특한 생활을 산다든지. 하지만 오히려 작은 일상과 작은 순간, 작은 생각의 실마리에서 할 이야기들이 넘쳐난다...즉, 좋은 삶이란 내가 놓인 이곳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견뎌내며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와 관련돼있다" 

■ 이외에 작가는 글을 쓸 때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집착, 의존하지 말고 내가 쓰는 글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글쓰기의 목적이 성공이나 명예라기보단 힐링을 가져다주는 매일매일의 습관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또 한번 절감했습니다.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아가 배우는 '세상을 사는 태도'

■ 글쓰기를 대하는 작가의 태도에서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정지우 작가에 대해 작가로서만이 아닌 한 사람으로써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들을 마음 속에 간직해 앞으로의 삶을 마주하고 싶어졌습니다. 우선 그는 지겨움에 굴복하지 않고 그저 꾸준히 계속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합니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면 그것이 곧 중요한 것이 된다. 반대로 계속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중요한 것이 되지 않는다...주위 사람들이 별반 관심도 없어하는 일에 몰두하며 '뭐 하러 그런 걸 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 이제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이 되어 있으며 자신이 계속하던 것을 얼마나 중요하고도 소중한 자기만의 것으로 가지게 되었는지 기억한다...계속하는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삶의 계단이 있다. 그 계단을 오름으로써 삶이 내 것이 되고 신비로운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프로가 지겨움을 이겨낸다면 아마추어는 지겨움에 쉽게 굴복한다. 당장 반응이 없거나, 줄어들거나, 시시해진다고 느끼면 그 자리에서 금방 관둬버린다. 그러나 프로는 누가 무어라 하든, 반응이 예전같지 않든, 스스로도 즐거움을 덜 느끼든, 마음 속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내어 그 순간 온전히 몰입한다. 기분이 나쁘든, 호르몬이 요동치든,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않든 그들은 그저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을 한다. 지겨움이라는 이름의 악마가 있다면, 프로는 그 악마와 싸워 이기는 용사다."


■ 글을 쓰다 보면 '세상에 널린 게 글인데, 나의 글이 세상에 무슨 큰 의미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들수도 있을 텐데요. 그저 나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는 글뿐만이 아닌 어느 분야에든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제가 좋아하는 라디오 '푸른밤, 옥상달빛입니다'에서도 DJ 김윤주님이 '세상에 좋은 노래가 너무 많아서, 내가 굳이 고생해가며 노래를 만들 필요가 있나. 그만큼 좋은 노래는 안나올텐데'라고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좋은 노래로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아티스트마저 그런 생각을 한다니 놀라우면서도 새삼 공감이 가 위안이 됐고, 또 이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존재란 그런 것이다. 세상 전체에서 보자면 모든 인간은 대체 가능하고, 한낱 부품일 뿐이고, 먼지 같은 존재다. 그러나 각자의 삶은 각자에게 전적이어서, 우리는 그 속에서 충실함을 느낀다. 내가 하는 말, 내가 꺼내어놓는 것들은 다 이 세상에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다. 그러나 내 삶에선 그렇지 않다. 나는 그런 것들에 충실하면서 내 삶을 얻기 때문이다."


■ 이외에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가는 '여러 자아를 적절히 가지고 늘 갈아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삶에서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어느 하나의 존재로 고착되기 마련인데, 여러 곳에서 다양한 '자기'를 지닐 수 있어야 한다고요. 

"자유란 벗어남, 무조건적인 해방이 아닌, 여기저기 자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마음의 힘에 있다"

저는 그동안 현 상태를 벗어나는 것, 예를 들면 직장을 퇴사하는 것만이 자유라고 생각했었는데, 회사 밖의 내 부캐를 굳세게 만드는 것부터가 자유를 실현하는 방법임을 배웠습니다. 직장인 캐릭터만 갖고 있다면 답답할텐데, 부캐로서 작가 및 크리에이터의 캐릭터로 옮길 수 있다면 해방감이 들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1) 글쓰기란 무엇인지 (2) 좋은 글을 쓰는 방법 (3) 글쓰기의 좋은 점 (4) 글쓰기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 방법 (5) 글쓰기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 (6) 나아가 삶을 사는 태도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내용을 크게 카테고리화하여 정리한 건데, 분량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네요. 그만큼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픈 내용이 많았던 책이기에,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드립니다! 차마 한 번만 읽고 넘길 수 없는, 자꾸만 반복해서 읽고 싶어지는 매혹적인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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