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윤씨 Jun 09. 202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혁나루의 책 이야기(1) 



편집자 주 : 혁나루님은 인생서점 나비루에서 "목요책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현대 소설에 관심이 많고요. 그와 관련된 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책은 김초엽이 지은《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입니다.  











"노인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입구를 등진 채로 정거장 밖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보였다."



한 노인이 우주정거장에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위성관리업체 직원이 찾아와 이 정거장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하죠. 노인이 기다리는 우주선은 운행을 중단한 지 오래입니다. 그동안 발생한 우주 항공 기술의 변화 때문이죠. 공간을 왜곡시켜 다른 은하에 도달하는 워프 항법에서 웜홀 통로를 사용하는 항법으로 변화하면서 경제성을 이유로 기존 항로에 있던 행성들로 더이상 운행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나처럼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이 제법 있었네. 사정상 제때 떠나지 못한 사람들,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생이별을 하게 된 사람들이지.”


그녀는 과학자로서 인체 동결 수면 기술을 완성하느라 남편, 아들과 떨어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족들에게로 가고 싶으나 모든 길이 막힌 상태였죠.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인류의 미래에 기여한다는 연구의 완성을 위해 잠시 가족들과 떨어졌을 뿐인데,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기술의 발달과 시대의 변화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들, 혹은 되돌릴 수 없는 어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먼 우주의 공간처럼 막막해지는 고립감.


노인은 닿지 못할 그 행성으로 떠나려고 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