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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전략이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유튜브 천태만상 제14화 : 유튜브 전략? 개나 줘버려. 돈이면 다 돼

2016년 12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첫발을 내디딘 지가 벌써 만 4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시작할 때에만 해도 구독자 수와 조회수에는 연연하지 말고, 이제 나이도 마흔이 넘었으니 내 인생의 비망록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보자 하는 크리스탈 같은 마음이었는데!!

어느 정도 채널이 성장하다 보니 사람 마음이 간사해졌는지, 아니면 유튜브가 잘했다고 상으로 주는 반짝거리는 쇠붙이에 욕심이 갔는지, 마음속에 자꾸 마(魔)가 끼어 구독자 수를 무의식적으로 체크하게 된다.     


딱 실버 버튼만 받으면 다시 처음처럼 다 내려놓고 無로 돌아가리~


실버 버튼은 구독자 10만 명을, 골드 버튼은 100만 명, 다이아몬드 버튼은 1000만 명을 달성하면 구글에서 상으로 주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종의 인증서다.

그런데 이게 욕심을 가진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한때 유튜브의 시조새인 대도서관은 그의 책 “유튜브의 신”을 통해 구독자 수를 늘리는 전략(신봉자들에겐 바이블이 된) 몇 가지를 주장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전략이 일주일에 두 개씩 꾸준히 올리라는 조언이었다. 

    

대도서관 : 적어도 영상을 일주일에 두 개씩 꾸준히 1년만 업로드해보세요.


오호~ 그래? 그럼 나도 한번 해보자! 지금까지 한 달에 3~4개만 업로드 해왔는데, 대도서관의 조언대로 업로드 횟수를 늘려보자!

하고 필자도 욕심을 부려 바쁜 와중에 무리하게 업로드 횟수를 늘려봤는데.... 역시나 효과는 전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초심과 멀어짐에 따라 나조차 내 영상이 작위적인 것이 아닌가,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하면 할수록 피로감만 쌓여 갔다. 

괜한 욕심에 유튜브 자체가 점점 더 하기 싫어지는 수렁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때가 2019년 초, 구독자 수 7만 명 때였다.

책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에는 구독자 10만은 금방 간다고 호언장담을 해 놓은 터라, 똥줄은 똥줄대로 타고, 쓸데없는 허풍에 괜스레 출판사 눈치도 보느라, 아주 고역이었다.

구독자 수는 늘기는커녕 줄어드는 날도 있었고, 그렇다고 멈추면 더 안 될 것 같아 억지로 영상을 만들어 올리려니 카메라 울렁증까지 생겼다.

  

에이 몰라! 그냥 하던 대로 억지로 하지 말고, 천천히 내키면 하자!


사실 본업이 따로 있는 상황에서, 전업 유튜버들이나 하는 방식의 성장 전략은 여러모로 비생산적이었다. 그냥 내 욕심만 내려놓으면 만사 편해지는 것을~

시간이 지나 책은 이미  출간되었고 난 허풍쟁이가 되었으며, 어차피 10만 되기는 영 글렀으니 이제 영상도 내키면 만들고, 구독자 수도 쳐다보지 않으리...


그깟 실버 버튼이 뭣이 그렇게 중헌디!    


결과적으로 2019년은 상반기 7만으로 시작하여 하반기 7만으로 끝이 났다.    


그래도 이 시기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여러 가지 방법을 구사하며 깨달은 바도 컸다. 

참 신기한 것이 유튜브 활동도 오래 하다 보니, 이게 서해 바다 조석처럼 어떨 땐 밀물이 들어 구독자 수가 증가하다가도, 어느 순간 잠잠해지며 정조를 이루다가, 또 어느 순간은 썰물처럼 구독자수가 급격히 감소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보통 어느 한 영상이 우연찮게 소위 떡상을 하게 되면 밀물 타임이 되는데, 이때 구독 버튼을 눌렀던 구독자들이 시간이 흐르며 내 다른 영상에 관심이 없어지다가, 차츰 구취(구독취소) 버튼을 누르며 썰물 타임이 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화덕으로 고기를 굽는 영상을 보고 먹방 채널인가 하고 구독 버튼을 눌렀는데, 알고 보니 고기는 안 굽고 맨날 잔디나 깎고 전원생활 얘기만 하니 관심도가 떨어져 구독취소를 누르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런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수위는 오르더라~ 하는 것이다.

역시 처음부터 억지로 해서 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참 유튜브는 뜻대로 안 된다. 어렵다. 어려워~


한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대표적인 사례로, 
1. 서른 살 넘은 자식.
2. 골프.
를 뽑았는데 이제는 하나 추가해야 할 듯하다.
3. 유튜브 구독자 수 늘리기




그렇다면 정말 유튜브 전략은 없는 것일까?


설마 없겠는가? 당연히 있지!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유린이(유튜브를 막 시작하는 어린이 단계의 초보)들을 위해 유튜브 전략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을 남겨보고자 한다.     

우선 아래의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자.

     

1. 유튜브 전략을 설파하는 대형 유튜버들에게 자신이 언급한 방법을 바탕으로 서브채널(두 번째 채널)을 만들어 키워보라고 하면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을까?     
2. 유튜버들을 관리하고 컨설팅해주는 MCN의 직원들에게 유튜브를 해보라고 하면 과연 어떻게 될까? 과연 유튜브 컨설팅 전문가는 채널을 크게 키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느 목표지점까지는 빨리 도달할 수 있겠지만, 이후 성장세는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면,

우선 유튜브 성장 전략은 크게 하드웨어적 측면(채널 레이아웃과 썸네일 운용 등)과 소프트웨적 측면(콘텐츠)으로 나뉘며 각각 접근 방법이 다르다.     

하드웨어적 측면을 보자면, 쉽게 말해,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는 속담을 떠올리면 된다.


채널을 처음 들어갔을 때, 채널 아트(채널 상단의 공간), 캐릭터, 채널의 레이아웃, 영상의 썸네일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이렇게 보이는 첫 이미지가 나름 고급스럽고 정성스럽게 보인다면 구독을 유인하는데 분명 큰 효과가 있다.     

그동안 필자도 많은 유린이들에게 이점을 강조해 왔는데, 일단 채널을 예쁘게 꾸미고 무언가 풍성하게 보이게끔 만들라고 늘 조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채널의 레이아웃 하나만 바꿔도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첫 번째, 영상 10개가 있는 시작 단계의 유튜버가, 그냥 영상 10개를 시간 순서대로 쭉 나열하는 것과, 

두 번째,

- 맨 위 : 최근 업로드 리스트

- 중간 : 재생목록별 리스트 (영상 10개를 총 세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각각 재생목록을 만들고, 재생목록별 부연설명을 달아 나열한다.)

- 그 아래 : 인기 영상 리스트

- 맨 아래 : 기타 추천 영상

이렇게 배치를 한다면 일단 똑같은 10개의 영상을 가지고도 채널을 열었을 때 딱 보이는 느낌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 하면 훨씬 더 풍성하게 보일 것이다.


또한 채널 아트와 자신의 캐릭터도 그냥 비워두지 말고, 요즘에는 무료로 제작해 주는 사이트도 많으니 유료든, 무료든 자신의 채널에 맞는 이미지로 꽉꽉 채워두는 것이 좋다.     

물론 채널의 이름도 매우 중요하다. 채널의 이름만 보아도 이 채널이 어떤 채널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지어야 한다. 

이런 외적인 전략은 누구나 배우거나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아 활용하면 충분히 쉽게 적용 가능하며, 단기적인 성장에 큰 발판이 될 것이다.


시중에 널리 알려진 채널 운영 전략의 대부분이 이런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 굳이 책을 사서 볼 필요는 없고 잘 나가는 유튜버들 채널을 보며 그대로 따라 해 보길 추천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에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가 좋아야 한다.

위에서 유튜브 전문가들도 새로 채널을 만들어 키우라고 하면 단기적인 목표치는 빠르게 달성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 말이 바로 이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이야 전문가들이 더 잘하겠지만,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기존에 잘해 왔다고 앞으로 잘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유튜브 소프트웨어란 당연하겠지만 콘텐츠를 말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가 차별성이 높아야 하고 질이 좋아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왜? 그건 너무나 당연하니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저 핸드폰 하나로 대충 우연히 찍은 영상이 크게 떡 상하여 채널이 빵 터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다.     

그때는 유튜브 안에 다루지 않았던 차별적 콘텐츠들이 소위 널려 있었고,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이 유튜브 영상에 질적인 기대가 사실상 거의 없었다.

(기대가 낮았다기보다, 거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콘텐츠를 만드는 소재는 이미 고갈되었고, 인기 콘텐츠들은 레드오션을 이룬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빵 터질 수 있을까?

그 답은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유튜브 레드오션 상황에서 올해 들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채널들이 있는데,

(사실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는 채널들이, 오히려 우리 같은 1인 크리에이터들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으니 솔직히 조금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그것은 바로, 기업형 유튜브 채널의 등장이다. 


이 기업형도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처음엔 단순하게 혼자서 취미로 유튜브를 하다가 채널이 커져 전업을 하게 되고, 더 커져서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뽑아서 규모를 키운 "자수성가형" 채널이 있고,

또 하나는, 거대 지상파나 종편 방송국에서 전문 인력과 고가의 장비를 동원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방송국형" 채널이 있다.     


이런 기업형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수익을 내는 기업논리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문제는 기업형 채널의 수준이 필자와 같이 "오리지널 쏠로 맨땅에 헤딩 하기식" 채널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높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가 여기도 벌어지고 있다.


기업형 채널은 영상을 제작하기에 앞서 팀원이 모여 기획회의를 하여 완성도 높은 스토리를 만들고, 전문 촬영팀이 고가의 장비로 촬영을 하고, 방송을 전공한 고급 인력들이 편집을 하여 영상을 만드니 당연히 콘텐츠의 질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콘텐츠를 보면서 시청자들의 유튜브 영상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튜브 영상이니 뭘 더 바래? 하며 별다른 기대가 없던 시청자들이, 뛰어난 고퀄의 영상을 접하면서 이제는 그 이하의 수준 낮은 영상들은 눈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자수성가형" 채널들이야 워낙 초창기 때부터 활동했기 때문에 본인만의 확고한 콘텐츠가 있는데 반면, 이 "방송국" 채널들은 인기를 끌만한 소재들은 골목상권 구분 없이 모두 섭렵하고 있으니 마치 아귀가 큰 입을 벌려 입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 삼키고 있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송국 채널들은 B급 유머가 가득한 개그 콘텐츠를 주로 다루었는데, 지금은 요리 채널부터 심지어 필자가 운영하는 전원생활 분야까지 진출하고 있으니, 소위 영세한 1인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고로 모 지상파 방송국에서 만든 전원생활 채널은.... 방송국에서 치밀한 기획 회의와 최고급 장비, 전문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안 그런 척, 마치 1인 크리에이터인 척하고 있어 사실 공정하지 못하단 생각도 든다. 게다가 특정 유튜버를 그대로 모방하는 모습에 필자는 격앙하기도 하였다. 이런 무례한...)


어쨌든, 콘텐츠의 완성도가 과거에는 그저 1인 제작자 차원에서 그쳤다면, 지금은 기업형 콘텐츠들이 곳곳에서 1인 크리에이터의 탈을 쓰고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고 있으니, 과거에나 통용되던 전략이나 성공 방적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유튜브 전략에 대한 책을 구입할 때,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은 보지 않기를 권장한다.


이야기가 조금 산으로 간 듯 하나, 요지는, 지금까지 잘 나가던 대형 유튜버들도 지금 다시 시작하라면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왜? 그들이 써오던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전략이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지금 유튜브 시조새인 대도서관의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간 제풀에 꺾여 금방 쓰러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기업형 채널들이 점점 세를 확장하면서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릴 것이 분명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따라가겠다고 어쭙잖게 그들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였다가는 주머니 사정마저 금세 악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1인 크리에이터에겐 유튜브 전략이 없는 것일까?


설마... 그럴 리가~

아주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다."


계절이 반복되고, 집 나간 복돌이가 돌아오고, 경기가 순환되듯이 이 전략이란 놈도 결국 다 돌아오게 되어 있다.

필자가 글 초반에 시간이 흐르다 보면 구독자 수가 서해 조석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되다가 결국 조금씩 올라간다고 언급했던 것처럼, 전략이라는 것도 돌고 돌며 계속 반복할 것이다.


2019년의 유튜브 전략과 2020년의 유튜브 전략이 다르고, 아마 2021년의 전략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2022년의 전략으로 2015년의 전략이 적중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 그런 날이 올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라! 
지금은 트로트가 대세 아닌가!!!


그러니 그때까지 모두 살아남으시길~~

그저... 인내가 필요할 뿐.

아니지. 인내란 고통을 참는 거지! 유튜브 활동에 고통이란 있어선 안 되는 법!

그저 영상을 만드는 자체를 즐기시길~~~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 이루어 지리~~~



평일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합니다.
유튜브 바닷가 전원주택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712zdYmemTs4XPa4fRan9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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