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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한다고 우습게 보지 마라.

유튜브 천태만상 제 15화 : 유튜버를 이용하려는 예의 없는 놈들의 등장

연일 뉴스 사회면에 일부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일탈 기사가 올라와서 그런지, 유튜브를 한다고 하면 돈 냄새 맡고 썩은 고기를 탐하는 하이에나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돈 줄 테니 이거 해볼래? 얼마 줄까?


이게 미쳤나. 사람 어떻게 보고. 내가 거지냐?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서 사이버 머니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소소하게 일상을 담아 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평범한 유튜버들의 이야기다.

오늘은 최근 몇 달간 유튜버로서 열폭한 몇 가지 경험을 분노의 감정을 실어(속으로 쌍욕을 하며) 성토하고자 한다.



사례 1.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며칠 전 새벽 늦게(아침이 다 될 무렵)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서너 줄의 이메일은 매우 간결했고, 내용은 정확히 이랬다.



안녕하세요?

저는 수입 유통하는 사람이며,

채널에 올린 제품 리뷰 영상을 보고 제가 취급하는 전원생활 용품의 리뷰를 의뢰합니다.

[제품 사진]

[유튜브 링크]

제품에 대한 설명은 위 유튜브를 참고하시고,

아래 핸드폰으로 전화 주세요.

[전화번호]

끝.



아.... 또냐....

채널이 성장하면서 이런 메일 정말 많이 받는다.

뭐, 채널을 좋게 봐주었으니 그런 거겠지 하며 열심히 제안을 고사하는 답메일을 보내왔지만, 무언가 배려와 예의가 없는 이런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참고로 난 아직까지 돈을 받고 영상을 올리는 유료광고는 해본 적이 없다.)


정말이지 메일을 보내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다.

우선 본인은 전원생활 용품이라 말하지만, 전혀 전원생활과는 관련이 없는 그런 제품이었다.

그리고 제품의 홍보를 의뢰하는 메일을 보내면서, 제품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달랑 사진 하나와 해외 유튜버가 만든 영상 링크를 보낸 후 직접 열어보고 제품에 대해 파악하라고 한다.

최소한 제품에 대한 설명과 가격, 판매 사이트나 기타 정보는 설명을 해주어야 하거늘, 정말 달랑 이메일을 저렇게 보냈다. 

그리고 용건도 말해 주지 않은 채 나보고 전화하란다.


웬만하면 정중하게 고사하는 답메일을 보내겠지만, 이날은 그냥 조용하게 이메일을 휴지통에 넣고 분을 삭였다.


그리고 이틀 후, 이 사람에게 또다시 메일이 왔다.



며칠 전 메일을 보냈던 사람입니다.

메일 수신 확인을 보니 제 메일을 보셨던데, 왜 답변이 없나요?

아래 번호로 전화 부탁합니다.

[전화번호]



한번 기분이 상해서 그런지, 이번에 받은 메일의 뉘앙스는,

"메일을 씹어? 이번엔 씹지 말고 전화해라."

하는 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이메일에 대한 그간의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것이다.

또 조용히 휴지통에 넣으면 계속 답변을 독촉할 것이 뻔하기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단호한 답변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원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용품만 리뷰를 하며, 의뢰해주신 제품은 제 기준에서는 전원생활과 무관하게 보이므로 리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용도와 사용법, 가격이나 판매처 등, 제품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도 보내주지 않고 달랑 사진 하나와 유튜브 링크만 보내시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전화는 어려우니 양해 바랍니다. 
다시 한번 양해 부탁드리며 사업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 시간 후 장문의 메일이 도착했다.

메일은 항변하는 내용으로 가득했고, 내가 보낸 메일의 문장 하나하나를 반문하며 따지고 있었다.


"왜 이 제품이 전원생활과 연관이 없나요? 시골생활에서도 분명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면 제품 문의에 대한 포맷을 만들어서 메일로 보내면 되지, 배려 없다는 말을 하니 서운합니다."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더 편한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아무리 생각해도 전원생활에는 전혀 필요가 없는 제품임에도 본인은 꼭 필요하단다....

제품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면 문의 내용을 적어서 포맷으로 만들어 본인에게 보내달란다....

굳이 전화통화를 하고 싶단다....


도대체 유튜버를 뭐 하는 사람으로 여겼기에 이리도 일방적이고 무례할까?


당신 돈 때문에 유튜브 하니, 돈이나 제품 협찬을 해주면 되는 거 아냐?


정녕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얼마나 사람을 가볍게 보았길래 이리 일방적일까...

하긴... 아직까진 유튜브 한다고 하면 사람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지... 더 이상 답변하지 말고 참자.



사례 2.

이번에도 불과 일주일 전 이야기다.

(이런 이메일 정말 끊이지 않는다.)

낯선 회사 계정의 이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내용은 이렇다.



국내 유수의 건축 관련 이벤트 행사를 개최하는데 엄청 유명하다.

이 이벤트 행사는 정말 국내에서 매우 규모가 크고 널리 알려졌고,

주저리주저리 자랑 자랑,

이번에 유튜버들과 협업을 진행하려 하니 첨부파일을 열어보세요.

[첨부파일]

끝.



뭐지? 아무 내용이 없다.... 그냥 이벤트가 얼마나 유명한지 자랑만 99%고 맨 마지막 한 줄로 첨부파일을 열어보란다.


아... 모르는 이메일의 첨부파일은 열어보지 않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회사고, 메일 계정의 발신지도 불명확한데... 첨부파일에 핵심 내용이 들어 있단다.

그냥 메일에 제안 내용이 무엇인지 명시하면 될 것을 굳이 첨부파일을 열어보게 하나... 

망설임 끝에 열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용은 이랬다.



코로나 때문에 방문객이 편하게 집에서 이벤트를 볼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정해진 시간에 이벤트 행사장에 와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달라.

유튜버는 영상을 찍을 컨텐츠가 있으니 좋고,

이벤트는 홍보를 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아닌가.

단 조건이 있다.

꼭 정해진 일정에 맞춰서 라이브 방송을 해야 한다.

해당 영상은 2차 편집하여 본인들 채널에 업로드하겠다.

조건을 들어주면 소정의 비용을 지급하겠다.



메일을 다 읽고 또다시 스멀스멀 분노의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메일에는 핵심 내용이 다 빠져있었다.

핵심 내용은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돈 줄 테니 와서 라이브 방송을 하라는 이야기뿐이다.


첫 째, 반드시 정해진 일정에 맞춰 달라면서 이 이벤트 행사가 언제 개최되는지 전혀 언급이 없다. 아니, 일시를 알려줘야 스케줄을 보고 일정을 맞추던지 할 것 아닌가? 알려주지도 않은 일정을 도대체 무슨 수로 맞추란 말인가?

둘째, 라이브 방송을 하려면 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이벤트 행사가 얼마나 유명한지 자랑만 해놓고 정작 영상을 제작할 컨텐츠의 구체적인 내용은 쏙 빼놓으면 참가를 할지 말지, 어떻게 판단하라는 것인가?

셋째, 그래서 소정의 비용이 얼만데? 언제까지 이런 낚시성 제안을 할 것인가? 본인들 맘대로 2차 편집해서 자기 채널에 올리겠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사항인데 이렇게 얼렁뚱땅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자는 것인가? 중요 사항을 명확히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기본 아닌가?


이 이메일에는 돈을 주는 갑과, 돈을 받고 용역을 제공하는 을에 대한 인식이 기저에 가득하게 깔려 있었다.

불친절하다.

자랑만 한 가득이고, 알맹이는 전혀 없다.

내가 과하게 친절함을 기대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소한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는 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돈 줄 테니 요구하는 대로 해라~



언제까지 이런 메일 때문에 감정적 소모를 해야 하는 것인가?

일일이 답변하는 것도 정말 지친다...




사례 3.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수십만 원짜리 장비를 구매하여 리뷰한 적이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영상에 대한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고, 

어떻게 알았는지 해당 브랜드의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제품을 협찬해 줄 테니 보내준 카달로그에서 골라보세요.


오호... 꽤 반가운 제안이었다.

전원생활 용품이 사실 십만 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가 많아서 리뷰 하고 싶어도 못하는 장비가 많았는데,

고르기만 하면 협찬해주겠다는 제안은 가뭄의 단비처럼 무척 고마운 것이었다.

그래서 전원생활에 유용할 것 같고,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제품 세 가지를 골랐고,

리뷰만 하고 돌려주는 형식으로 모두 대여받았다.

(금전적인 보상은 당연히 없었으며, 모두 단기간 대여만 하였으나 영상에는 [유료광고] 표시를 하였다.)


그렇게 대여받은 제품을 두 개 리뷰하였을 때 업체로부터 뜻밖의 요청을 받았다.


우리 회사 이사님이 케이맨님 바닷가 전원주택에 가고 싶어 하시는데 물건도 받으러 갈 겸, 모시고 가도 될까요?


흠.... 분위기 좋았는데... 이 산통을 깨는 요청은 뭐지?

담당자와도 두어 번 통화한 것이 전부였고, 당연히 그 회사 이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손님으로 받아 접대할 필요가 있을까?

제품을 대여해 준 것은 고맙지만.... 아... 이런 거 정말 불편한데... 

그래, 뭐 구독자들도 많이들 오고 싶어 하니 그냥 하던 대로 정중히 거절하자.


"제가 조용히 힐링하는 곳이라 개인적으로 매우 친한 지인만 초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는데,

진짜 사달이 얼마 후 일어났다.

어느 날 그냥 심심해서 내 채널명을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글들이 카페와 블로그에 올라와 있었다.


내가 직접 구매해서 제작한 이 업체 제품의 영상을 이 업체가 다운로드하여 짜깁기 해서 광고로 만든 후 홍보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여받은 제품도 아니고, 내가 내 돈 주고 산 제품이고, 설사 대여받은 제품이라도 사전에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홍보용으로 2차 편집해서 뿌리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이다.

해당 홍보물의 댓글에도 나를 언급하며 친숙함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었고, 누가 봐도 내가 이 업체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제작한 것으로 오해할 만한 충분한 소지가 있었다.

이건 마케팅에서 매우 기본적인 사항이다. 

절대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함부로 영상을 2차 편집해서도 안되고 당사자의 영상을 캡처해서 홍보물에 이용하는 것은 명백히 저작권,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아니, 뭐지? 지금 나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당연히 업체에 전화하여 강력히 항의하였고,

업체는 그제야 해당 행위들에 대해 인정하며 정중히 사과를 하였고 모든 홍보글들을 삭제하였다.

만약 내가 발견하지 못했으면 아마 지금까지 난 나도 모르게 이 업체의 광고 모델이 되어 있을 뻔했다.


해당 사건 역시 조용히 넘어갔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방적인 업체들의 행태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계속 쌓여만 가고 있다.

위 사례들과 유사한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감정적 소모는 과연 우리 유튜버들이 유튜브 활동을 하는데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인 걸까?


일부 유튜버의 일탈로 인해 인식이 나빠져 있지만,

과연 그렇다고 업체들은 이렇게 무례하게 유튜버를 취급해도 되는 것일까?

마흔 중반의 나에게도 이렇게 무례한데, 다른 어린 유튜버들은 오죽할까?


유튜버를 이용하려면 비즈니스 상대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길 바란다.

오랫동안 회사를 운영하며 이렇게 상도에 어긋나는 행위는 보지 못했다.

유튜버라고 가볍게 보고 무시하다간 언젠간 무거운 철퇴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유튜버들은 더 이상 스스로를 낮추는 행동을 자제하길 바란다.

우리 유튜버의 권위는 우리 스스로 찾는 방법밖에 지금은 도리가 없다.

무시당함에 익숙해지는 비참한 행위는 부디 이제 끝내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용하려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 이제 그만 멈추고 서로 상생하는 길을 모색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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