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만
일본문화에서 '만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현대 대중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일본 문화의 요소들을 역수입하고 있는 모습을 보일 정도. 이것은 단순히 몇몇 천재적인 작가들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일본에서 만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쌓아올린 업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바쿠만>은 바로 이들. 천재 혹은 천재가 아닌 사람들. 그러니까 모두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는 만화가, 스토리 작가, 편집자 그리고 이들 모두의 필연적 시작인
독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함이 담겨 있다.
특별한 이야기라거나 독특한 매력이 있다거나 하진 않다. '소년 점프'라는 일본 최대의 만화잡지사의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으니 직업 탐방의 의미 정도는 있겠다. 그러나 주요 이야기는 두 소년이 노력 끝에 목표에 가까이 가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하지 않았다. 는 결론으로 영화는 이야기를 정리한다. 하지만 이들과 주변 인물들이 보여주는 만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뛰게 하는 면이 분명히 있다. '우정! 노력! 승리!'라는 닭살 돋는 이 말들이 싫지 않게 들린다. 이런 순수한 열정 위에 만화 제국 일본이 있을 수 있었음에 대해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빽뺵하게 꽂힌 만화책들을 차분히 훑어 나가며 존경을 표한다.
영화 자체에 관해 이야기 할 것이 많은 영화는 아니지만 <바쿠만>의 태도에는 조금 감격적인 부분이 있다. 가끔은 형식이나 내용보다 태도가 관객을 움직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를 그런 범주에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고마츠 나나가 역시 예쁘다. 만화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영화에서는 이게 인간인가 요정인가 여신인가 싶을 정도의 연출로 등장한다. 그게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과연 대단한 미모.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