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기-빗츠가 선사하는 슬픔의 만화경 <새드맨 the movie> 대발매!
- 다음의 글은 대체로 농담이며 자주 진실이 끼어드는 형태입니다.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2012년. 청계천 기계상가에서는정체불명의 소문들이 돌기 시작한다. 마포구 모처에 살고 있는 예술가가 로봇을 소재로 한 영화를 계획하고있는데 그의 영화적 야심은 무릇 스탠리-큐브릭에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어, 실제 로봇을 제작, 촬영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그에 따르는 재료와제작, 기술 전반에 걸친 모든 것을 청계천 상인들을 갈아 넣을 작정이라는 것이다. 그 야심가는 문바 A.K.A COMET 이라 불리며 청계천 기계상가의 상인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다. 상인들은 이미 한차례 경험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전, <로보트>라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청계천을 수소문하다가 잘못되어 결국 핵폭탄을 만들어 버린 사내… 그때 갈려나갈 위기에 놓은 상인들 중 대부분이 공포에 떨다가 가든 파이브로 이주해버린 것은 이명박의 정책이라는표면상의 이유에 감춰진 진실이었다. (여담이지만 <로보트>는 제작되었고 이걸 만든 감독은 현재 다른 작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당시조연을 맡았던 이주승(<장례식의 멤버>, <대결> 등 출연) 배우의 증언에 의하면 감독님은 크랭크 업과 동시에오줌을 지렸고, 편집하면서도 오줌을 지렸으며 대체로 방구를 뀌었다고 한다.)
이름처럼 혜성같이 나타난 문혜성 감독은 <새드맨>을 만들면서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 사이인 피기-빗츠의리더 박열에게 음악을 맡기게 된다. 영화의 가편집본을 본 박열은 큰 충격과 슬픔 그리고 갈려 들어간청계천 상인들에 대한 리스펙이 뒤범벅 되어 3일간 두문불출하며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박열의 증언에 따르면 영화는 스즈키 세이준의 세트 미학, 스탠리큐브릭의 완벽주의, 웨스 앤더슨의 강박증적 미장센, 스필버그의서정성, 타르코프스키의 수면유도, 박찬욱의 군만두, 류승완의 어이가없네?를 다 합친 다음에 인류애 라는 기름에 튀기고우주의 진실이라는 꿀을 뿌린 그런 영화라고 한다. 본 필자는 영화의 풀버젼은 보지 못하고, 약 30분으로 편집된 하이-라이트영상만을 보았을 뿐이다. 문감독이 직접 편집한 이 하이-라이트는이 자체로도 훌륭한 영화일 뿐 아니라, 기가막힌 편집점으로 인해 영화 시작 5분 무렵에서부터는 ‘이 영화가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 되길’ 바라는 마음 외엔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화면을 응시하다가 마침내 영화가 끝날 무렵 거의 죽음에 가까운아쉬움이 엄습해 나 역시 3일간 설사만 해대며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는 후문이다. 다행히도 문감독의 자상함과 완벽주의는 내 예상보다 훨씬 대단해, 그 30분 안에 OMPS의 모든 곡이 전부 들어 있을 뿐 아니라 그 곡이담고있는 의미까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야! 한국영화! 문감독이 간다!
이런 작업을 통해 영화보다 먼저 우리에게 도착한 피기-빗츠의 <새드맨> OMPS에는 총6곡의 노래와 1곡의 연주곡, 그리고 1곡의 MR이 수록되어 있다. 한곡한곡찬찬히 뜯어보자.
1번 트랙 <눈물의세레나데 #2>는 연주곡이다. 실내악 편성으로 구성된이 곡은 과연 실내에서 이뤄지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다. 슬픔이야말로 힘의 원천인 새드맨이지만, 그를 사랑하는 여인에게만은 웃고 싶으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 여전히 슬퍼하며 자신을 책망하는 장면에 쓰였다. 짧지만 묘하게 관객을 긴장시키는 선율이 인상적이며, 본격적인 사운드트랙의전개 전에 에피타이저 같은 역할이다. 그렇다면 왜 먼저 나오는 곡의 넘버가 #1이 아니고 #2 인가? 그것은뒤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2번 트랙은 <OP>이다. 문혜성 감독은 유려한 멜로디와 파워를 동시에 가진 이 곡을 오히려 매우 정적인 장면에 배치한다. 바로 새드맨이 그의 정체를 모르는 여자친구 박품바 양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노을이 지고,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를 지나가면서 새드맨은 더 큰슬픔에 잠긴다. 여기서 문감독의 작가적 비젼은 엄청난 컷의 비약을 유도하며 영화를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시킨다. 바로 새드맨이 카레의 건더기가 되어버리는 것. 찬란한 노을의 누르스름한색과 아이들의 알록달록한 의상이 바로 카레의 색깔과 당근 감자를 상징하며 점프하는 샷은 스탠리 큐브릭이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보여줬던 도구로서의 뼈 – 우주선으로 도약하는 몽타주 이후 가장 대담하고 성공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노래는 좋다.
3번 트랙 <눈물의세레나데 #1>은 영화 <새드맨>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는 곡이다.
가사를 한 번보자
문을 걸어잠근 소년아 무슨 짓을 하고 있니?
그때 그 말처럼 넌항상 외롭구나
거기 웃고있는 소녀야 아무 생각없이 사는거야?
그때 그 사진처럼 넌 항상 기쁘구나
아름답구나
언젠가 어디에선가 우리가 마주친다면
어쩔수 없을꺼야 이 눈물의 세레나데
피할수 없을꺼야
도망갈 수도 없는거야
이 눈물의 세레나데
강물위를 나는 아저씨 무슨생각으로 죽는거야?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잖아
피할수 없을꺼야
도망갈 수도 없을꺼야
이 눈물의 세레나데
슬픔이 힘의 원천인 새드맨, 하지만 그의 파워는 본인의 슬픔이 전부가아니었던 것이다. 전세계는 모두 슬픔에 신음하고 있다. 그런눈물의 파워가 모여 새드맨을 탄생시켰고, 그 힘으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 가사를 통해 우리는 <새드맨>이 가진 인류애적 관점을 알 수 있다. 다소 쓸쓸한 연주와 속이꽉찬 남자 99.9와 같은 가사로 영화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 중요한 곡이다. 다소 냉소적인 시각 역시 엿보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세계를 끌어안을 수 있는 따스함의 원동력이 되는 냉철함임을 시퀀스와의 조화로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눈물의 세레나데> 의 넘버와 곡 배치의 순서가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비밀은 마지막에 밝혀진다.
네번째 트랙은 <측우기의 힘>이다. 측우기는 새드맨의 무기이다. 그 크고 무거운 것을 어떻게 무기로사용하는가? 마치 장-거한 처럼 줄에 묶고 돌리기라도 한다는것인가? 아니면 측-우기는 후레쉬-맨의 필상기 ‘롤링 발칸’ 처럼들고 발사하는 것인가? 다 틀렸다. 문바감독의 비전은 나와같은 범인을 초월한 것이다. 일단 영화에 등장하는 측우기는 장-영실선생이 만든 오리지널 버전이버젼이다.(한국에는 그의 이름을 딴 영실-업이라는 회사도 존재한다. 장영실 선생의 업적을 업 시키겠다는) 우연한기회에 이를 획득한 문감독은 새드맨의 무기는 바로 이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로 세계의 눈물이 측우기에담기면서, 그것이 일정 게이지에 닿을 때마다 쓸 수 있는 파워가 달라진다. <측우기의 힘>은 그 기술에 대해 우회적으로 설명하면서, 약간은 맥빠진 연주로 극한의 파워를 역설하고 있다. 노래의 후렴부분에 나오는 ‘밥을 든든히 먹자. 뭐든 운동을 하자’는 부분이 바로 측우기의 진정한 힘에 대한 가사이다. 현대 사회의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가? 누구나 하고 있지만 누구나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그것. 바로 다이어트다. 측우기의 진정한 힘은, 다이어트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드맨은이걸 어떻게 싸움에 적용하는 것인가? 바로 이부분이 놀랍다. 영화는이런 부분을 최근에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의영상미를 간단히 발라버릴 정도로 인물과 공간을 왜곡시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다이어트를 다이(DIE)로자연스럽게 변화시킨다. 이 몽타주는 대런 아르노프스키가 2000년<레퀴엠>에서 선보인바 있는 이른바 ‘힙합 몽타주’를 떠올리게 하지만 믿을 수 없이 놀랍고 그 효과가 막대하다는데에 있어 ‘최순실 몽타주’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이런 함의와는 달리 곡이 다소 썰렁하고 뿌르뿌부… 하는 느낌의 기운빠지는 느낌인 것은 바로 같은 의미의 겹침, 충돌을 방지하기 위함이다.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근육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고 상상해보자. 어떨 것인가? 문감독과 피기-빗츠는 이토록 궁합이 잘 맞는 예술적 파트너인 것이다.
다섯번째 트랙은 만약 이 앨범이 영화의 OST가 아니었다면 바로 타이틀로지목될 <파쿠리 러브송>이다. 약 7시간에 달하는 영화의 감독판 판본에는 새드맨의 러브스토리가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고 한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면서한 없이 시적인 연출이 동원되었는데, 문감독의 영화적 스승이자 예술적 동지인 알레한드로 요도로프스키(전립선 전문의)는 이 부분을 일컬어 “타르코프스키가 봤으면 필시 영화를 그만 두었을 거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살아 있었다면 분명 이 부분만 따로 떼어 본인이 리메이크를 했을 것이다”라고 수술 중에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래의 제목이 암시하듯, 파국은 예정되어 있고 절망은 피할수 없다. 파쿠리(가짜)기때문이다. 스포일러가 될 것이 염려되어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새드맨이영화 후반부에 이르러 그의 눈물이 지구 밖까지(음반에도 들어있는 이미지) 솟구치게 되는데 바로 이 에피소드가 영향을 준다. 곡은 굉장히 스트레이트하게사랑을 고백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결국 새드맨이 폭주하게 되는 이유라서일까? 우리는 영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파쿠리’ , 가짜이기 때문이다. (‘파쿠리’가무슨 뜻이냐, ‘빠구리’냐고 매우 저질적인 질문을 하는 이들이있다고 들었다. 이것은 모욕이다! 절대 삼가길 바란다.) 영화를 지우고 듣는다면, 매우 즐거운 곡이다. 흥겹게 춤을 추며 ‘후후!’하는떼창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다. 피기-빗츠의 공연에서 그들의명-곡 ‘버거러버’와함께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훌륭한 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섯번째 트랙은 <새드맨 랩소디>이다. 자, 앞서5곡이 곡들을 통해 쉼없이 이야기를 쌓아오고 있다면 이 곡은 일종의 인터미션이다. ‘의미불명의 랩을 하는 누군가’에게 ‘넌 누구냐’고 묻고 있는 곡의 가사는 ‘랩’이라는 어떤 노력, 즉우리 시대의 청춘들이 이른 아침부터 어두운 밤까지 각자의 이유로, 또한 ‘신기한 스텝’ 즉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도 없는 댄스 타임’을 맞이 하는 것처럼 무엇도 뜻대로 되지 않는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음반에서 유일하게 현실비판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으면서도 듣기 좋은 멜로디를 품고있는노래다. 당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휑한 기분이라면, <새드맨랩소디>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대망의 마지막 트랙 <ED>는 엔딩 크레딧이 흐르면서 NG 장면이 나올 때 흐르는 곡이다. 대단원을 마무리하는 것에 걸맞게조금은 아련하지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느낌이 지배적인 곡이다. ‘후회따윈 남기지마너의 풀파워를 보여줘 새드군’이라며 새드맨을 응원하면서, 이시대의 모든 새드맨들, 즉 평범한 슬픔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바치는 응원가이다. ‘왜 자연스럽게 왜 도망가는거야? 중요한건 니 마음이야. 소중한 것도 니 마음이야’ 라고 말하며 피기-빗츠의 방식대로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도닥이는 모습이 진한 감동을 준다.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게 담담히 새드군을 격려하며 이제 곧 도래할22세기를 준비하는 문감독과 피기-빗츠의 비전에 청자이자관객으로서 항상 힘껏 응원하고 싶어진다.
마치며
길게 썼지만, 피기-빗츠의<새드맨 the movie>는 간단히 말해 훌륭한 인디-팝 음반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오랜시간의 산통 끝에발매되었던 전작이자 역작이자 걸작인 <Mr. Munba> 이후 피기-빗츠는 자신들의 정서와 장점을 더욱 보완, 발전 시켰다. 누군가는 반복이라고 말할 테다, 누군가는 장난같다고도 할 테다. 그러나 믿기 어렵겠지만 <새드맨 the movie>는 피기-빗츠의 진심이다. 당신이 조금만 더 신경써서 듣고, 가사를 읽는다면 수줍게 감춰진 그들의 진의를 분명히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모차르트는 일찍이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라고 말할 바 있다. 그렇다면 피기-빗츠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
‘피기가 끝나는 곳에서 빗츠가 시작된다’ 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