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암 Jun 08. 2016

돈 없고 못생겨도 행복하게 사는 법

영화 About time 을 보고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한 고대 학생의 '안녕하시냐'는 외침이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현 시대의 여러 부조리함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이었고, 아무도 선뜻 '그렇다'라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요즘 한국 사회는 확실히 수상하다.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와중에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며, 부를 축적한 기득권층은 자기들 밥그릇 챙기느라 서민들 생활은 안중에도 없다. 연애라도 할라치면 남자는 차가 있어야 되고 여자는 무조건 이뻐야 한단다. 어렵게 취직을 하고 밤늦도록 일을 해도 물가 상승률만큼만 오르는 연봉 인상에, 조금이라도 고과를 잘 받겠다고 빠득빠득 경쟁하느라 집에서는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지만, 결국 남는 건 술배와 스트레스 질환, 퇴직 권고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미디어와 교육과 정치에 휩쓸려 그럭저럭 살아왔다. 사회가 인정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미덕이고, 남들도 하니까 원래 그런가 보다 하면서 참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미생의 오 과장처럼 충혈된 채 세상을 좃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그렇게 치열해 보였고 중요해 보였던 과거의 삶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얼마나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가지고 있는가

그런 우리들에게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ABOUT TIME을 통해 잘생기지도 이쁘지도 않고, 돈이 많거나 성공한 캐리어를 갖지 않았어도 행복해질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돌아보기를 제안한다.

사실 처음에 영화를 선택할 때 ABOUT TIME이라는 제목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예고편도 본 적 없는, 단지 포스터 속의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랑스러운 여배우가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뭐가 저리 좋을까.


오히려 여배우 옆의 덩달아 웃고 있는 비중 없어 보이는 남자가 무려 시간을 여행 하는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태풍 속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결혼식에서 비까지 맞으면서도 좋아 죽겠다는 여주인공의 표정에서, 인생의 행복했던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 영화의 주제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당신의 기억 속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빵 터지며 행복해하는 장면이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기억되는 사람인가? 죽기 전에 주마등처럼 스치며 다시 한번 곱씹게 될 행복한 순간들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지, 또는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만들어 줬는지는 곧, 그 인생이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길고 긴 인생에서 '순간'이라는 것은 정말 짧고 하찮아 보이지만, 그 시간들이 모여 인생의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 이건 분명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시간 여행자의 인생 사는 법


그런 우리에게 인생의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는 한편으론 간절한 희망 사항이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초능력만 있다면 내 인생은 더없이 행복해질 것만 같다. 그것이 비록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태권도 마무리 자세 같은 꼴사나운 포즈로 시작된다 하더라도 상관없다. 바꾸고 싶은 과거를 위해, 바보 같던 시행착오를 되돌리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주인공은 "Wait a minutes"라고 말하며 어두운 곳으로 달려간다.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선 요렇게 해야한다(아버지도 시간여행자임)

영화 초반의 주인공은 마법과도 같은 주문 "Wait a minutes"를 외치며 인생을 행복하게 바꾸어 나간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 같은 범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오직 시간 여행자만이 가지고 있을법한 고민을 통해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바로 후회스러운 과거를 바꿀 때 소중했던 시간도 함께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자식의 태아가 수정 전인 시기로 돌아갈 경우엔 아예 다른 사람이 태어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시간 여행자인 아버지는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을 본인의 삶 속에 품고 싶어 다가오는 죽음을 되돌리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는 마지막 시간을 아들과의 산책으로 채우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마지막 산책을 아들과 함께하는 장면

돈 없고 못생겨도 행복하게 사는 법

아들과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죽기 전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 가지 충고를 한다. 바로 매일 하루를 한번 더 살아보라는 것.
힘들고 짜증 나는 하루를 다시 처음부터 살아보는 주인공은, 상사에게 깨지던 동료에게 힘을 주고, 무덤덤하게 계산하던 점원에게 따듯한 한마디를 건네며, 승소한 고객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짜증 나던 옆사람의 이어폰 음악소리에 흥겨워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리곤 아내에게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고 말하며 다시 잠자리에 들게 된다.


비록 우리는 시간을 여행할 수 없지만, 영화는 그런 우리에게 행복에 대한 한 가지 힌트를 준다. 하루를 다시 살 필요 없이 처음부터 좀 더 행복한 쪽으로 '선택' 하며 사는 것은 어떻냐고. 인생의 선택 속에는 후회스럽고 부끄러운 순간과, 소중하고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후회하고 슬픈 것은 그 자체로 인생의 한 부분이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 여행자도 어쩌지 못할 경이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용기를 가질 수 있고. 서로에게 따듯한 감동을 전할 수 있으며, 작은 것에도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순간순간 지나치는 시간에 대해 그것이 모여 하루가 되고 일생이 되는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최고의 순간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과 채워지는 웃고 있는 바로 그 순간임을 말해준다.

확실히 지금의 대한민국은 여러모로 불안해 보이는 것 투성이다. 남들 다 하는 취직, 남들 다 하는 결혼을 못해서 초조하고,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빨리 돈을 모아 놓아야 할 것 같은 피로감이 만연하다. 하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인생 곳곳에서 빵 터지는 웃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과의 '순간'을 당연하게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바로 그 사람에게 전화해서 ABOUT TIME을 함께 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될 듯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