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시리즈 ep.0] 실패를 제대로 마주 하기 위한 3가지 포인트
사람들은 누구나 실패하고 실수하며 삽니다.
어느덧 인생 37년 차, 일을 시작한 지 13년 차, 스타트업에서의 8년 동안 저도 엄청나게 많이 실패했습니다.
‘대체 어떤 실패들을 했냐? 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기에 말해보자면..
고객이 외면하는 제품을 만들고, 해서는 안 되는 채용과정에서의 실수를 해버렸고, 전사에 오해를 낳을 메시지를 전달했고, 우선순위 없이 하나마나한 일에 에너지를 쏟았고, 동료와 이별해야 할 때와 붙잡을 때를 혼동했고, 리더로서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팀을 힘들게 했습니다… 뭐 사실 이건 빙산의 일각이고, 한도 끝도 없죠.
현재의 제 모습만 보는 분들은 (감사하게도) 뭔가 성장하는 회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유능한 사람으로 봐주실 수 있겠지만, 사실은 계속 넘어지면서 걸어온, 그냥 조금 끈질긴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렇게 많이 실패해도 멀쩡히 살아남아 더 빠르게 더 잘 달릴 수 있었습니다.
문득 저처럼 여러 번 실패하고 넘어져도 괜찮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저의 숱한 실패 이야기들을 기록해보려 합니다. (거창한 제목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그대들이 아닌 저의 실패 이야기입니다.ㅎㅎ)
뼈 아픈 실패 이야기들이 많지만 세세한 스토리는 다음 글로 잠시 미뤄두고, 첫 글에서는 지난날의 제가 수 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면서 배운 ’ 넘어지고 나서 빠르게 일어나서 다시 달리는 방법‘ 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앞으로 적을 실패 시리즈글에서도 아래의 메커니즘이 계속 적용될 것이기에 미리 정리해 보는 것으로!
넘어졌다는 사실에 놀라고, 아파서 울고, 부끄러워하고 넘어지게 한 돌부리에 화를 내고, 안 붙잡아준 옆사람에게 서운해하고, 앞을 제대로 못 본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그러다가 귀한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던 지난 시절을 거치면서 저는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잘 마주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래 3가지 포인트를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 빠른 속도로 수습을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과 행동 : 과거
- 그 와중에 지금 이 순간을 잘 보내기 위한 노력 : 현재
- 또 발생할 일이라면 회고해서 달라지기 : 미래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들이지만, 각각이 어떤 제 안에서 메커니즘으로 동작해서, 실패 후에 그나마 나은 상황을 만들어주는지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와 아내가 여행을 떠났는데 처음 가기로 했던 순두부찌개 파는 식당에 도착하니 왠지 오늘 휴무일인 것 같다!’라는 실패를 주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가게가 문을 닫았다니!!! 으악 ㅠㅠ 이미 벌어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별 일 아니게 수습하는 것은 아직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면 그로 인해 기대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빠른 고민과 합리적 결정이 필요합니다. ‘실수를 다시 돌이킬 수 있는가? 현재를 바꿀 기회가 있는가? 기회비용은 괜찮은가? 이런 고민할 시간이 얼마나 있는가?’ 등의 질문이 필요합니다.
1) 빠른 속도: 수습은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실수, 실패는 당연히 원래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현재에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현재를 잘 즐기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의도했던 대로 완벽하든 그렇지 않든 현재를 누리려면 시간은 필수값입니다. 그렇기에 뭔가 수습하려는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면 시간 값을 고려해야 합니다.
도착해 보니 원래 가려던 가게가 휴무일인 것 같을 때 우리는 수습하기 위해 사장님께 연락하거나, 빠르게 다른 가게를 찾거나 해야 합니다. 그런데 똑같이 평점 높고 유명한 순두부찌개가 흔치 않아서 그런 가게를 찾는다고 핸드폰 뒤지다가 30분, 1시간이 흐른다? 아마 당신은 아내의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와, 아내의 눈에서 나오는 불꽃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2) 합리적 의사결정: 의사결정은 늘 복합적인 상황과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단순해 보이는 결정, 'A보다 B가 이득이겠지?' 하는 상황들이 때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는데 이자가 너무 세서 중간에 원금을 상환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때 그냥 1000만 원을 갚으면 1000만 원만큼 매달 이자가 주니까 그만큼 이득이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기회비용 - 그 1000만 원을 다른 곳에 투자할 때 얻을 수익
복잡한 조건 - 원금 상환을 조기에 할 때,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원금조기상환수수료를 내는 경우가 많음.
시간에 따른 변화예측 - 향후 변동하는 기존 대출의 이자율등. 다음 달부터 이자가 확 저렴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굳이 원금상환 안 하고 그 돈을 다른데 투자하는 것이 기회비용상 좋음.
휴무일 이슈로 돌아와서 보자면, 실수를 수습한다고 휴무가 정말 맞는지 가게에 달라붙어서 창문 안을 들여다본다거나, 사장님께 전화를 한다던가, 주변에 괜찮은 가게 없었나 돌아본다거나, 핸드폰으로 맛집을 찾는다거나 할 겁니다. 그때도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서성거리는데 들어가는 나의 칼로리 - 체력
전화 걸거나 핸드폰으로 알아보는데 들어가는 나의 5G 데이터 - 비용
알아보고 수습하느라 고통받는,, 나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 감정
그걸 지켜보는 연인,,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 감정
이런 식입니다. 이 예시에선 체력이나 비용 등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작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엄청난 비용과 체력이 소모될 수도 있겠죠.
내가 지금 하는 결정과 노력들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그 이상임을 알아야 합니다. 여행뿐만 아니라, 회사에서의 프로젝트, 가정에서의 중요 결정도 매한가지입니다. 실패를 수습할 때, 어떤 결정에서 다른 결정으로 갈아타야 할 때 복합적인 요소들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그리고 수습을 위해 당신이 노력한 시간이야말로 쉽게 환산이 어렵지만 중요한 가치입니다. 아니, 시간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무슨 짓을 해도 되살릴 수 없는 것임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 시간이 바로 2번에서 이야기할 현재의 가치와 이어집니다.
결국 원래 가려던 순두부찌개집을 못 가고 다른 막국수 집을 가게 되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이럴 때 보통 인간은 (슬프게도) 계속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내가 두 번 체크했어야 했는데.' '더 미리미리 예약했어야 하는데.' '가게 정보는 너한테 맡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애초에 이 여행 많이 안 내켰는데 오지 말 걸... ㅠ'
한도 끝도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푸념을 하면서 진짜 딱 첫 번째 식당 하나 빼곤 나머지는 예정대로 즐길 수 있는 멋진 여행의 시간을 진창으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꼭 기억해야 합니다. 당신의 눈과 마음이 실패한 과거에 가 있는 사이, 인생에서 두 번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순간이 현재를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저녁노을, 1년에 1번 열리는 페스티벌, (대신 들어간 곳이)사실은 알고 보니 전국 최고의 막국수집이었던 곳에서 나온 갓 만들어진 막국수 같은 것들은 당신의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면 10분의 1의 감흥도 주지 못합니다.
이때 선택지는 세 가지입니다.
1) 이 순두부찌개 꼭 묵고 싶었는데 기분 잡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여행 끝, 돌아가자.
→ 그냥 다 잃음. 여행 준비를 위해, 여기까지 오기 위해 썼던 모든 시간과 노력이 매몰비용이 돼버림.
2) 여행은 이어가지만 계속 구시렁대고 남탓하고 후회스러운 멘트 치기.
→ 여행은 하겠지만 좋지 못한 기억이 될 가능성 농후함.
3) 일단 지금은 남은 여행에 집중! 나름 차선책에 만족하며 다른 요소들을 만끽함.
→ 막국수도 나름 맛있었어! 다음 장소도 기대된다. 이 좋은 곳에 다음에 (순두부찌개) 또 올 이유가 생겼네!
사실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3번처럼 생각하는 것이 쉽지 않지요. 이런 경우에 계속 후회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보통 이렇게 말해주곤 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계속 후회해서
현재가 조금이라도 좋아질수 있다면 후회하셔도 됩니다.
단언컨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여행의 예를 들었지만, 이 또한 일터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아 내가 그때 이 프로젝트하자고 하지 말걸’, ‘ 아 저 사람말 듣지 말고 내 생각대로 할걸’, ‘아 다른 팀에 갈걸’ 등등.. 당신이 이미 빠른 속도로 수습할 고민과 행동을 했다면, 아니 이미 그런 타이밍은 지나가서 못했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그 아이디어를, 그 조직에서의 생활을 과거에 사로잡혀 망치지 않아야 합니다.
분명히 현재에 집중하면 어떻게든 조금 더 나은 상황, 의미 있고 성장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과거를 놓아주고 오늘, 지금 이 자리를 만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시간을 행복하고 유의미한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하지만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무조건 나쁜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실수가 만약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면, 그것은 회고해서 막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서 어떤 이유로 이 잘못이 시작되었는지 차분히 파악하고, 어떤 지점에서 어떤 것을 바꿔야 재발하지 않을지 고민해 보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여행 예시를 계속 이어가 보자면, 왜 휴무일을 몰랐는지? 왜 그 정도의 디테일까진 챙기지 못했는지? 등을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이유를 파고 또 파다 보면 근본적인 이유를 찾게 되고, 그것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도 나올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은 식당을 찾으면 휴무정보도 챙기는 습관을 만들 수도 있고, 식당정보를 서로에게 공유하면 서로가 챙겨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여행이든, 업무든, 어떤 상황이 든 간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 (5 whys) 그냥 신경 더 쓰자가 아니라 진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액션을 챙깁니다.
이 회고에 중요한 포인트가 몇 가지 있습니다. 나중에 5 whys 등 방법론은 더 디테일하게 다루고 여기선 아래 3가지 정도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1) 현재를 잘 마무리하면서 이성적으로 회고
2) 사람이 아닌 상황을 회고
3) 회고를 위한 회고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회고
아직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데 회고부터 집중하면 결국 과거에 사로잡히는 것과 비슷해집니다. 마무리할 것은 잘 마무리하면서 회고는 실패에 대한 감정이 조금 가라앉은 후 이성적 태도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난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사람보다는 상황을 회고해야 합니다. 혼자 한 실패가 아니라, 함께한 연인이나 팀이 있다면 서로가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당연히 솔직하게 문제를 꺼내고 온전히 마주해야 하지만, 그것이 한 개인의 무책임과 무능함에만 포커싱 된다면 (특정 예외를 제외하고) 바뀌는 것은 잘 없습니다.
끝으로 회고의 목적은 변화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회고가 그렇게 좋다더라”로 시작하는 당위적인 회고가 아니라 이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그 이유는 해결이 가능한 것인지, 가능하다면 앞으로 어떤 행동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갈지 등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회고 미팅을 1시간 했다는 사실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위의 3가지 요소들은, 긴 시간 속에서 정말 수십 수백 번씩 실패하고 고통받고 또다시 실패했던 과거의 김윤혁이란 사람이 그때마다 아주 조금씩 나아지며 배운 것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다행히 현재의 저는 위 3가지가 적당히 몸에 배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도 빠르게 고민해서 적절히 수습하고,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거야~’ 라며 받아들이고 차선책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향후에 재발하지 않게 필요한 것을 챙깁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고민해서 만들었던 제품이 출시되었는데 고객의 반응이 매우 안 좋다!’ 같은 일이 생긴다면 위 메커니즘처럼 행동합니다.
과거 수습(빠른 고민과 합리적 결정) - 현재 제품을 보완, CS로 대체, 재개발 등의 옵션을 복합적으로 고민해 보고, 빠르게 결정. 재개발하기로 결정했다면 다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시간 빠르게 확보.
현재 집중 - 이미 나간 제품두고 땅을 치며 후회하느게 아니라, 이 제품의 고객 반응이 왜 안 좋은 지를 더 잘 알기 위해 여러 지표분석이나 직접 고객 만나며 문제 확인.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다음에는 더 좋은 제품으로 성과를 내자고 팀을 독려해서 결과물 내기.
미래 대비 - 왜 이번에 제품 출시할 때 미리 고객반응을 알지 못했을까?라는 주제로 포스트모텀(매우 Deep 한 회고)을 준비해서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액션아이템 수립.
이제는 저도 조금 여유가 생기다보니 제가 아닌 타인이 실수한 경우에도 이렇게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유능한 동료들과 있다면 아마도 과거 수습이나 미래 대비는 잘 하기 마련입니다. 잘못된것을 바로잡고 찾아내고 피드백하는것에 익숙해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특히 현재에 잘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신경씁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니까요. 문제 해결하고, 회고해서 성장하려는것도 다 결국 나중에 만날 현재를 위한것임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도, 유의미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 실제로 벌어진 상황보다는 그것을 겪어내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 글을 시작으로 지난 8년간 제 스타트업에서의 삶에서 어떤 실패로 인해 넘어졌고, 위 3개 포인트를 기반으로 어떻게 다시 일어났는지를 종종 적어보려 합니다. 부족했던 과거는 매우 부끄럽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특히 미래의 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