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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만추 May 23. 2021

[이 시국에 장막 희곡] 잇다 보면

노만추의 Write with me (6)


모국어-외국어-여행-이방인-구분 짓기-혐오-차별-폭력-숨어 살기-조력자-집-가정-안락한 감옥-위장-가면-답답함-고독-둘이 있을 때는 견딜 만했다. 그는 다정한 사람이었고 타인의 마음을 살피고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동료들이 집으로 들이닥칠 때는 늘 술 냄새가 났다. 그것으론 성에 차지 않았는지 그들은 술을 계속 들이부었고, 그들의 혀는 꼬일 대로 꼬였으며, 그런 그들의 혀를 통과한 단어들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찌부러져 있었다. 왜 모든 구멍은 한꺼번에 커지는 걸까? 나는 귓구멍만 좀 더 열고 싶을 뿐이었는데, 눈도 입도 함께 커지곤 했다. 그의 동료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웃어댔다. 바다를 건너온 나보다, 술에 취한 그들의 발음이 더욱 형편없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알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웃을 수 있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웃는 척하며, 우리 집으로 향하는 길을 머릿속으로 그리곤 했다.-공부-강박-책-손이 닿는 곳곳마다-닿을 수 없는-가릴 수 없는-그리움-고향-“왜 그러고 있어?”, “집에서부터 쓰던 일기인데, 내가 뭐라고 썼는지 읽을 수가 없어. 이곳의 언어를 너무 많이 삼켜버렸나 봐.”


흔적-상상-호기심-내가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면, 아빠는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화를 냈다. 나의 호기심이 아빠의 분노를 삼켜버릴 정도로 커졌을 때, 나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배-여행지-주소-없어짐-우연한 만남-도움-단서-말-오해-상처??

                                                ┃

(가이드)-(미션)-(이상)-(욕심)-상처-안타까움-윤색-하얀 거짓말-더 큰 오해-망함. 그냥 가만히 있을걸. 내가 왜 그랬지.-두려움-정면 돌파-제자리 놓기


항구-천막-국수-음식-추억-어렸을 적 우리 집엔 낯선 손님들이 드나들었다. 그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우리 집에서 머물곤 했다. 낯선 손님들이 집에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비밀이었다. 누구에게도 절대 말해선 안 된다고 부모님이 신신당부했다. 낯선 손님들은 우리 집을 떠나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들은 두 번 다시 우리 집을 찾아오지 않았다. 부모님도 두 번 다시 그들을 찾지 않았다. 낯선 손님들은 종종 저녁 시간마다 자기네 음식을 소개해주곤 했다. 향이 너무 강해서 입에 대지 못하는 음식도 있었지만, 두 그릇을 비우고 냄비를 기웃거릴 정도로 맛있는 음식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음식들도 낯선 손님이 우리 집을 떠나고 나면 두 번 다시 맛볼 수 없었다. 그렇게 기억 속에만 남았다.-구현-단 하나의 재료-시도-뒤덮임-두려움-맛을 보지 않는 요리사-뭐 이런 데가 다있어???????-손님 없는 가게-깨끗함-이른 아침 늦은 저녁-일상-미련-마지막 손님/오랜만에 온 손님-“저는 이 음식을 처음 먹어봐요.”-한 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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