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뉴 Feb 09. 2022

긴장하지 않으면 늘어난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한다

몸이 일주일 째 무거워서 오랜만에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곤 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내가 일을 참 많이 벌였구나. 하고 싶다는 잠깐의 충동으로 이것저것 손대고, 관련된 책을 구매하고 (집에 책 둘 곳이 부족해서 신발장에 책이 꽉 차있음), 항상 쫓기는 마음으로 살았구나 싶었다. 머리와 마음이 할 일로 가득하면, 난 몸에도 군살이 붙는다. 요즘 몸이 찌뿌둥 했던 이유도 아마 그래서 였을 것이다. 


산책을 하다가 오늘은 집 정리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집에 오자마자 셀룰라이트처럼 켜켜이 쌓인 종들을 버렸다. 앞으로 다시 안 볼것 같은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기 위해 따로 정리했다. 사진이 예뻐서 샀지만 잘 손이 안가는 불편한 옷과 오래 신어서 정들었지만 발이 아파 신지 않게된 신발도 의류 수거함에 넣고 왔다. 아직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전보다 빈 곳이 보이는 방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왜 나는 비워진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까? 물론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히 욕심이 많은 것도 난 좋다. 문제는 자꾸 한번에 하나씩이 아니라 5가지 이상의 일을 한번에 벌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일을 벌였으면 즐기기라도 하든가.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는다. 


솔직히 초등학생 때부터 이랬으니 타고났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서른이 된 지금, 내 자신을 어느 정도 알고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나는 욕심이 많다. 혹자는 좋은 거라고, 하고 싶은 게 많은 나를 부러워하지만 요즘의 나는 또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인적으로 할게 많다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질 정도다...! (회사에 있는 45시간 +@의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물건을 정리하고 나서 책상에 앉아 해야할 일 목록을 펼쳐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지웠다. 몸의 군살을 빼듯 할일 목록에서도 군살을 빼냈더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물론 아직도 할 게 많이 남아 있지만 명상이나 하고 일찍 자련다. 더 비울게 없나 고민도 좀 해보면서. 


욕심을 내려놓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어떤 날은 잘되는것 같다가도 긴장이 풀어지면 점점 해야할 일이 늘어난다. 집안의 물건도 자가증식하듯 어느새 늘어나 있다. 결국 평생 절제하며 살아야 하는게 아닐까. 몸과 마음을 가볍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이벤트성 비워내기'가 아니라 꾸준히 경계하고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습관이 되어야 하며 스스로를 계속 돌아봐야 한다. 


하아, 가볍게 살고 싶은데 은근히 어렵네~



(추신)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aver?bid=8143157

아직 읽어본 책은 아니지만 <에센셜리즘> 이라는 책을 서점에서 봤다. 대강 내용을 읽어보니 에너지를 여러 방향으로 분산시키지 말고 정말 꼭 필요한(essential) 일에만 집중하라는 내용이다. 내가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을 좋아하는 이유가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를 한 점으로 집중하고 싶어서인데, 어쩌면 미니멀리즘이 아닌 에센셜리즘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더 일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방 안들고 다니는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