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화 Feb 23. 2022

자기혐오는 관계를 악화시킨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어느 날 나는 동생에게 신나서 자랑했다.

"말하지 않고도 내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됐어. 봐봐!"

"......"

"방금 내가 너한테 이야기했는데 들었어?"

동생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동생은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내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처음에 나의 내면 아이는 상대방에게 계속 텔레파시를 보내며 소통을 시도했다. 그런데 계속 거부당해서였을까? 나는 점점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이상한 사람이네."

다른 사람을 나의 잣대로 평가하고 업신여기게 되면서 상대방과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고자 했던 본질은 길을 잃었다. 어느 순간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공격 대상은 결국 내가 되었다.

계획했던 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를 압박하고 몰아붙이는 일이 습관이 되었고 그게 너무 익숙해졌다.  

"너는 진짜 답이 없다. 어쩜 이 쉬운 일 하나 제대로 못해? 왜 이렇게 못났니?"

 모든 일에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열등감과 자기혐오에 빠져 내 속은 점점 갉아먹혔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니 남도 나를 무시했다.

대학생 시절, 시험이 끝나고 친했던 동기들과 치킨집을 갔다. 그중 닭가슴살만 먹는 숙자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근 치킨 중 하나를 포크로 쿡 찍어서 입으로 한 번에 넣었다. 그러자 숙자는 불 같이 화를 냈다.

"내가 닭가슴살만 먹는다고 했잖아. 진짜 뺨 때리고 싶다."

나는 당황했고 입에 있는 치킨을 얼른 오물오물 씹어서 삼키고 이야기했다.

"나 그게 닭가슴 살인 줄 몰랐어. 미안해."

그리고 숙자는 치킨 집에 나와서도 그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 일을 곱씹어 생각하니 화가 났다.

'내가 왜 그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지?'

사과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고 상처받아 울고 있는 나를 비난했다.

'왜 한 마디도 못하고 사과를 했어? 네가 사과를 받았어야지!'

그때는 그렇게 나를 무시한 숙자가 너무 미웠고 괘씸했다. 숙자와는 휴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나를 가장 무시한 건 숙자였을까? 나였을까?


작가의 이전글 국토대장정 참여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