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있다. 남의 일은 잘 처리하는데 자기 일은 스스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막 입사한 신입이었을 때 그 속담이 정말 와닿았는데 남을 치료해주다가 정말 내 몸이 골병들 것 같았다. 퇴근 후에는 녹초가 돼서 뻗기 바빴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 손목 등 여러 신체부위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쳤다. 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여러 운동을 시도해보았고 필라테스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을 왼발 수술 때문에 쉬다가 오랜만에 학원을 다시 찾았다. 몸은 힘들었지만 내 마음은 놀이동산에 와있는 것 마냥 기뻤는데 필라테스 선생님께서는 마스크 속에서 내 광대가 얼마나 춤을 췄는지 모르실 거다. 운동을 해도 대가가 있지만 안 해도 대가가 따른다. 힘들다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망가지는데 그건 정말 LTE 속도다. 꾸준히 운동을 하다가 고작 두 달 쉬었을 뿐인데 코어가 너무 약해져서 다리는 시도 때도 없이 꼬게 되고 등은 구부러지고.....(다리 꼬지 마 다, 다리 꼬지 마)
아이들이 w sitting 자세를 하는 이유가 코어가 약해서 일어나는 보상적인 움직임인데 지금까지는 아이들이 그 자세를 할 때면 못하게 하는데만 초점을 맞추었다. 일주일 전에 Motor control/Motor learning에 관한 강의를 들으면서 배우기도 했지만 내 몸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이건 의식한다고 나아지는 게 아닌 것을 몸소 느꼈다. 나는 성인이고 그 자세를 취하면 골반이 틀어진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데 분명 아이들은 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젤라 선생님께서는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어서 나오는 동작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대신 채워줘야 하는지 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하셨다. 내 코어가, 아이들의 코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보아야겠다.
아이들 몸은 하루 종일 분석하고 파악하지만 내 몸을 살펴보는 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치료사 자신의 몸을 먼저 돌보는 것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을 할 때 자신의 몸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끊임없이 의식하려는 자세도 필요한 것 같다. 그네 높이를 조절할 때도 손목 힘만 쓰는 것이 아니라 발을 같이 활용하기도 하고, 플렉션 디스크 스윙 같은 경우 팔로 감싸서 발로 올리는 등 최대한 큰 관절을 쓰려고 하고 있다. 또 근무 중에는 발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맞춤 깔창 운동화를 신고 아이들과 바닥에서 소근육 활동할 때는 스윙 높이를 조절하여 가급적이면 맨바닥에서 하기보다는 테이블 위에서 하려고 한다. 고개를 아래로 오래 숙이는 자세는 목 건강에 매우 위협적이다. 이렇게 여러 전략들을 세우면서 나는 몸이 최대한 덜 망가질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몸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 몸도 잘 다룰 줄 아는 치료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