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스쿠터를 타고 달려~
외국에 살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비자를 연장할 때이다.
특히 이번 비자 연장은 좀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 바로 우리가 비자를 신청한 기간이 바로 인도 선거 전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인도도 선거철은 아주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거의 모든 일은 멈춰진다고 할 수 있다. 정권을 지켜야 하니 비자를 담당하는 경찰들도 선거 관련일에 몰두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우리도 포기할 수 없기에 남편과 함께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비자 담당자를 만나러 지역 경찰서에 갔다. 그날 경찰을 만나면 분명히 모든 일들이 해결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 했는데 역시나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편도 나도 기대하고 있었던터라 실망도 컸다.
남편과 함께 전기 스쿠터를 타고 돌아오는 길. 갈 때 보다도 훨씬 울퉁불퉁한 길에 먼지는 더 많은 것 같았다. 남편은 한참 스쿠터를 타고 달리다 말고 내게 말했다.
"차코아케티 학교에 가볼까?"
"여기서 가까워요? 전기 스쿠터로 가는데는 문제 없고?"
남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운영하는 학교를 향해 방향을 바꾸었다. 학교가 시골에 있었기 때문인지 우리가 가는 시골길에는 자동차도 사람들도 많이 없었다.
한국에서 오토바이를 생각하면 배달원이나 아니면 빠른 속도로 타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생각나는데 인도에서 오토바이는 거의 생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줄 때도, 시장을 갔다 올 때도 데이트를 갈 때도 많이들 오토바이를 탄다. 자동차 보다 저렴하기도 하고 복잡한 인도 거리를 지나다니기에 오토바이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래서 나도 인도에서 살면서 스쿠터 타는 법을 배웠고 이제 스쿠터는 내 인도 생활에 날개가 되었다. 빠르지 않는 속도로 달리는데 후덥지근 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이 얼굴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인도에 살면서 남편과 나의 대부분의 데이트는 이 전기 스쿠터와 함께 였다. 시골 마을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인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구경하는 시간, 마음에 가졌던 고민들과 힘든 일들을 나누며 시속 40-50 킬로로 달리다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도 다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달려가는데 누가 먼저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옛날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당신 이 노래 알아?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 그렇게 내가 한 소절 부르다 보면 남편은 또 다른 노래를 불렀다.
"이건 알아? 나는 개똥 벌레. 친구가 없네..."
"하하하하. 알지. 당신이 공익 근무 할 때 직원들과 회식 갔을 때 불렀었다며..."
우린 그렇게 옛날 가요 부터 시작해서 어렸을 때 불렀던 만화 노래 그러니까 "달려라 하니, 아기공룡 둘리" 같은 노래들을 부르면서 드라이브를 즐겼다.
인도의 푸르른 들밭 사이로 스쿠터를 타고 가는 한국인 부부.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았지만 우리는 추억을 곱씹어 가며 노래불러 가며 데이트를 즐겼다.
행복이란 것이 이렇게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남편과 함께 스쿠터를 타는 것이라면 나는 그날 참말로 행복한 사람이었다.